보건복지부는 25일 '한국인원자폭탄피해자지원위원회'를 개최하고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2017년7월 시행, 이하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에 의한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2017년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실시한 것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을 통해 피해자 현황, 피해자의 건강상태 및 의료이용 현황, 생활실태 등을 조사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 원폭 피해자와 자녀들은 전반적으로 신체·정신적 불건강,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차별 등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특히 피해자 자녀(2세)들은 원폭 노출의 유전성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원폭피해자 실태조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한국인 피해자 규모는 1945년 당시 약 7만 명이며 이 중 4만 명이 당시 피폭으로 사망하고 생존자 중 2만3000명이 귀국한 것으로 추정한다(한국원폭피해자원호협회 추정치, 1972).
2018년 8월 기준 피해자로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돼 있는 생존자는 2283명이며 연령별로는 70대가 63%, 80대가 33%이고, 약 70%가 경상도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진료비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인구집단과 비교할 때 피해자(사망자 포함 등록 피해자 3832명)의 암, 희귀난치성질환 등의 유병률이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피해자들의 의료 이용(외래, 입원)이나 의료비 본인부담 수준도 일반인 대비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1, 2세를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및 면접조사 결과 신체적·정신적 취약함 및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차별 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세대의 약 23%가 장애를 가지고 있었으며 자가 평가 건강수준에서 51%가 나쁘다고 응답, 36%는 기초생활수급자, 조사 대상 1세대의 월평균 가구 수입은 138만9000원 수준이다.
2세대의 경우 8.6%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자가 평가 건강수준에서 25.7%가 나쁘다고 답변, 9.5%가 기초생활수급자, 조사대상 2세대의 월평균 가구수입은 291만 원 수준이다.
피해자 1, 2세대 모두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높았으며 이로 인해 피해사실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폭의 영향이 유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이에 따라 피해자와 자녀들은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피해자 자녀 등의 피폭 영향에 대해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보건복지부 김기남 질병정책과장은 "이번 조사는 제한적이지만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 제정 이후 정부차원에서 실시한 최초의 실태조사라는 의의가 있다"며 "지금까지의 정책이 피해자 1세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제는 피해자 2세 등에 대해서도 국가가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올해 중 피해자 2세의 건강상태 및 의료 이용 실태 등에 대해 후속 조사를 실시하고 앞으로 보다 정교한 건강 실태조사의 정기적 실시, 피폭의 건강 영향 등에 관한 시계열 분석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 자녀 등에 대한 건강 역학조사 등의 근거를 마련하고 피해자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법률의 개정과 예산확보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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