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6.29 06:58최종 업데이트 24.06.29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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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가 침묵하는 이유 "정책 오류 가능성 인정하지 않는 정부...대화 불가능"

의협도 교수협도 전공의 소통 노력...서울대병원 박재일 전공의 "정부 정책 무조건 강요하는 태도 자체가 문제"

사진=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유튜브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가 정부가 의료계의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문제 제기에 귀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화가 어렵다고 밝혔다.

국회 청문회에서도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규모인 '2000명'을 산출한 근거가 미흡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끝내 의대 증원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사실상 전공의들은 개선의 여지가 없는 정부와 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28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의대에서 개최한 '의료제도 우리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를 주제로 토론회에서 현 의대 증원 갈등 해결을 위한 협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날 서울의대 의학과 오주환 교수는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으로의 올바른 개혁방안에 대해 발표하면서 현 의료대란의 최종 협의 시한으로 7월 17일을 제안하며, 정부가 그날까지 전공의들이 요청한 7개 요구안을 재논의하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헌법 정신에 맞게 전공의 사직의 자유 내지는 의사 표현의 자유, 정치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정부 입장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고 나쁜 사람,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는데, 정치 사상적으로 어떠한 반대 의견도 허용돼야 한다"며 "먼저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를 통해 전공의에게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첫 번째 조건으로 내걸어야 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그 외에도 전공의 7대 요구안을 포함한 다양한 조건에 대해 정부가 17일까지 의견을 밝히면 19일에는 의정 간 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22일 이후에는 전공의 요구조건 달성 여부 등을 발표해야 한다"고 타임라인을 밝혔다.

그는 "원래 한 사람이 두 명의 일을 하던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을 이탈하면서 병원은 현재 기존 인력의 3분의 2가 빠져나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에 교수들은 평시 노동 강도의 1.5배 내지 거의 2배에 가까운 근무량을 견디고 있다"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든 현실을 설명했다.

특히 오 교수는 "대학병원 의료대란이 타 직종의 무급휴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려면 미래에서 꿔오는 방식으로 계속해서는 안 된다"며 "조건 없이 구제금융을 하는 것에 대해 더는 국민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빠른 시일 내에 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대화 과정에서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들이었다.

대한의사협회 강대식 상근부회장은 "의협도 현 의료대란의 주인공인 전공의, 의대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주장인지 알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답이 없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의 7대 요구를 기준으로 조금 더 발전된 모습으로 논의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강 부회장은 "의협도 '올바른 의료 확립을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만들어 노력하고 있다. 사실 해당 특위는 의협 역대 위원회 중 가장 진보적인 형태다. 이번 의료대란의 주역인 전공의, 교수를 위시해서 개원의를 대표하는 시도의사회 회장 비중도 많이 줄었다. 만장일치로 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거버넌스 구조도 바꿨고, 의협은 서포트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 전공의가 참여하지 않아 제대로 갖춰졌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며 "올특위를 통해 사태 해결을 원하는 전공의, 의대생들의 의견을 전부 수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정부에 의료계 단일안을 전달하고 하루 빨리 의료대란을 종식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강희경 위원장 역시 "전공의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교수들도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대화도 시도하고 있다. SNS를 통해 메시지도 보내고 있지만 돌아오는 게 없어 안타까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도 전공의와 의대생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국회 청문회에서도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인 박단 회장은 참고인으로 이름이 올랐으나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 박재일 전공의는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문제의식이 없다는 점이다. 의료체계는 정부의 것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것이다. 대화가 되려면 잘못된 것을 수정하고 개선할 가능성, 타 직역 전문가의 말이 맞을 가능성 등 열린 마음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공의는 "서울고등법원이나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진 것처럼 현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개혁 과정에서도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가 없어서 지금 이 사태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는 먼저 대화를 위한 선제 조건이 무엇인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를 비롯해 모든 의료계는 의료체계에 대한 문제 의식과 개선 방안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 대해 의료계가 주장하고 있는 것도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정부는 본인들 정책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맞다고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정부는 국회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2000명 증원 규모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질문에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 것이라고 끝까지 주장하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안을 원점 재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전공의는 "국회 차원에서도 문제의식이 나왔는데도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있어야 유의미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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