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2.17 14:18최종 업데이트 25.02.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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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이마 열상 환자, 성형외과 진료 불가로 전원했다가…병원 3곳 '응급의료 거부'로 검찰 송치

정당한 진료 거부, 기피 사유 해당되지만…환자 전원 중 사망했다는 이유로 병원 측에 책임 물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이마 열상 환자를 받았다가 성형외과 진료 불가로 환자를 전원한 병원 세 곳이 별안간 '응급의료법 위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환자에게 적잘한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검찰은 이 세 병원이  '응급의료 거부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 응급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대구 지역의 A종합병원, B상급종합병원, C상급종합병원이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건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으로 의료공백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해 4월, 대구 지역의 정신병원 입원 중이던 40대 남자 환자가 얼굴 부위 깊은 열상으로 인근의 A종합병원 응급실로 전원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A종합병원 측은 '부딪혀서 이마가 살짝 찢어 졌다'는 정신병원 직원의 말만 듣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봉합하겠다고 얘기하고 환자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환자가 도착해 보니, 얼굴 부위의 깊은 열상이라 상급병원 진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해당 환자를 대구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했다.

당시 환자는 서서 웃으며, A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문진에 응할 정도로 기도, 호흡, 순환이 유지되는 상태였다. 

그런데 B, C상급종합병원 두 곳 모두 당장 성형외과 진료가 어려워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 과정에서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당시 가장 가까운 거리의 C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환자는 결국 사망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대구 경찰은업무상 과실 치사는 무혐의로 처리했으나,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킨 A종합병원과 B, C상급종합병원이 응급의료법을 위반했다며 기소 의견으로 대구 검찰에 송치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 이경원 교수(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는 "성형외과 의사도 없는 A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얼굴 부위의 깊은 열상으로 상급병원 진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해 상급병원 진료를 설명한 것은 해당 지침에 의거하여 당연히 정당한 진료 거부, 기피의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응급의료법 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에 따르면 '응급환자에 대해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는 경우는 진료 거부·기피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지침은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는 경우'로 '응급의료기관 인력, 시설, 장비 등 응급의료자원의 가용 현황에 비추어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는 경우'를 적시하고 있다.

이 교수는 "관련 정부 지침이 발표된 것도 대구 경찰은 몰랐다는 말인가?"라며 "B, C상급종합병원 응급실들도 성형외과 진료가 어려워 다른 병원 진료를 설명했는데, 이것 역시 같은 이유로 정당한 진료 거부, 기피"라며 "상급종합병원이라 하더라도 모든 임상과의 모든 진료가 언제나 가능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환자의 심정지 발생 이후 경찰 측은 부검도 시행했으나, 경찰은 병원 측에 부검 소견이나 사망 원인 등은 알려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지침도 무시하는 경찰, 환자의 사망은 안타깝지만 환자가 사망만 하면 한 번이라도 진료한 모든 의사들에게는 이런 식으로 민, 형사상 책임을 지우려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는 한, 이 땅에서 필수의료, 응급의료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해당 지침과 사실과 법리에 의거, 대구 검찰은 관련 응급의학과 전문의 선생님들에게 반드시 ‘죄 없음’, ‘무혐의’ 결정을 올바로 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 분야에서 형사 처벌 면제, 민사 배상액 최고액 제한과 같은 법률적,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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