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2.11 07:18최종 업데이트 25.02.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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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내시경 중 사망, 법원은 금식 여부 구두로만 확인했다는 이유로 의사에 금고 1년 선고

위풍선 제거 응급 내시경 진행했다가 흡인 발생…사망 주 원인은 '위 천공'인데 금식 여부 X-ray, CT 검사 안 했다고 '유죄' 판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비만치료를 위해 위풍선 시술을 한 환자가 위천공으로 응급 내시경술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의 의료진이 민사 소송 배상 판결에 이어 형사 소송에서도 금고 1년형을 선고 받은 사건이 알려졌다.

동료 의사들은 환자의 사망 원인과 의료진의 과실 사이에 명백한 인과관계가 없다며 탄원서를 제출하고 나선 가운데 의료사고 재판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모 내과 의원 의사 A씨가 주의의무 위반 과실치사 소송으로 1심과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A씨는 지난 2020년 5월 비만치료를 위해 위풍선 시술을 해준 환자 B씨를 추적관찰 하던 중, B씨가 개인적으로 풍선 제거를 요청해 응급으로 내시경을 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전화상으로 환자의 금식 여부를 구두로 확인했고, B씨는 금식을 했다고 답해 내시경을 진행했으나 내시경 관찰 과정에서 금식이 돼 있지 않은 상황임을 확인했다.

그는 내시경을 바로 중단했으나 지정 회복 과정에서 환자가 구토를 하며 흡인이 발생해 CPR까지 진행됐고, B씨는 상급병원으로 전원됐으나 흡인성 폐렴 및 위천공 소견으로 사망했다.

유가족이 A씨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60% 환자 과실과 일부 의사과실이 인정돼 A씨가 민사 배상금을 지급했으나, 유가족은 형사 소송도 동시에 진행했다.

여기서 재판부는 금식 여부를 X-ray, CT 등으로 더 확인하지 않고 구두로만 확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의사의 과실을 문제 삼았는데, A씨가 끝까지 그 과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집행유예 없이 의료과실치사 금고 1년이라는 실형을 선고했다.

현재 A씨는 대법원 상고심을 진행하고 있지만 1심은 무죄를 주장하다가 2심에서 합의를 시도하는 바람에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특히 A씨는 최근 의사에게 호의적이지 못한 판례의 영향으로 과도한 배상과 책임의무를 요구받았고, 재판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직간접적으로 합의를 종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학회원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탄원서 작성에 동참했다.

학회는 해당 사건의 재판부가 응급 내시경을 하면서 금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음식물의 흡인이 발생한 것이 환자 사망의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피해자의 부검소견서를 보면 환자의 사망원인은 위천공으로 돼 있으며, 흡인성 폐렴 등의 소견이 있다"며 "부검소견서에 흡인성 폐렴이 있으나 이로 인한 사망의 가능성 보다는 위풍선으로 인한 천공이 주원인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 시 금식이 잘못됐다는 결론은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응급 내시경은 환자의 출혈이 심하거나 통증이 심한 경우 금식과 관계없이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 금식 여부는 통상적인 내시경 검사와 달리 요구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ASGE(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 및 국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응급 상황에서 환자의 금식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충분한 금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수술 및 시술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며 응급 상황에서는 금식 여부 확인보다는 신속한 문제 해결이 우선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학회는 "내시경 시술 시 금식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은 의료계 전반에 걸쳐 환자와의 구두 확인을 통해 이루어지며,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는 통상적이지 않다"며 재판부가 금식 여부를 구두가 아닌 X-ray, CT로 먼저 확인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내시경 시술 과정에서는 진입 단계에서 관찰이 선행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음식물 유무를 확인하고 즉시 중단하는 조치가 가능해 사전 검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학회는 "(A씨는) 내시경 진입 과정에서 금식 상태가 아님을 확인하고 즉시 시술을 중단했다는 점에서, 의료적 판단과 조치가 오히려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시술 전에 추가 검사를 시행했다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환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의료 서비스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재판부가 내시경 시술 전 금식 여부를 더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의의무 위반의 과실 책임을 인정한 것은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학회는 "이러한 판결은 앞으로 의료진이 응급 상황에서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보다는 방어적 진료에 집중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A씨가) 응급 상황에서 내린 판단과 조치가 의료적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이해하고 선처를 베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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