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평원 감사실 김인성 상임감사 "감사 최소화 위한 청렴한 조직문화 정착 위해 노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공공기관 혁신을 강조하는 국정기조에 따라 기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기관 설립 이래 최초로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 1등급을 달성하고 감사원 자체감사활동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그 배경에는 공공기관의 공공성과 효율성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는 신념으로 한정된 자원으로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기관 경영의 효율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 온 감사실의 헌신과 임직원들의 관심이 있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실 김인성 상임감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평원이 기관 내에 청렴문화를 확산하고 내재화할 수 있었던 비결을 살펴봤다.
Q. 공공기관 상임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감사는 크게 보아 경영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경영은 업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고 감사는 이러한 경영의 전반적인 과정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기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운전에 비유하면, 경영은 엑셀을 밟고 차를 운전해 나가는 과정이라면 감사는 차의 고장은 없는지, 연료는 충분한지 등을 체크하면서 안전하고 법규를 지키며 효율적인 운전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감사실이 중요시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그 존재 자체로 공공성을 실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공공성 실현을 위한 예산과 인력 같은 기관의 자원은 한정돼 있다. 공공기관 경영에 효율성이라는 가치가 강조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효율성' 없이는 책임경영과 공공성 실현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흔히 공공기관에서 효율성을 강조하면 마치 공공성은 훼손되는 것처럼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수레의 두 바퀴처럼 같이 가야되는 것이지 어느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가 희생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공공기관의 존립 목적인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관 경영의 효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감사도 감사 자원을 활용해 최선의 결과를 얻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기관경영의 부담과 손실 그리고 감사비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따라서 감사의 역할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기관의 한정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돼 공공성과 효율성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책임경영이 실현되도록 지원하고 살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지난해 기관 창립 이래 최초로 종합청렴도 1등급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는데 공공기관에서 청렴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전체 55개 평가대상 준정부기관 중 2개 기관만 선정된 이번 종합청렴도 1등급 달성은 경영진을 비롯한 전 직원이 청렴문화 정착을 위해 그동안 노력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기관장의 청렴에 대한 확고한 의지 아래 핵심 고유업무인 ‘진료비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기관장 주재 반부패추진단을 중심으로 내부는 물론 의료계와의 현장 소통과 의견수렴을 통한 심사기준 개선 등에 주력했고, 이 사례는 청렴노력도 부문에서 최고점을 달성했다.
청렴(淸廉)이 거창하고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자 그대로 자신의 역할과 처지를 잘 살피며 맑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생활하는 직장 내에서 규정과 상식에 근거해 마땅히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별하고 그것을 지켜나간다면 청렴의 가치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의 청렴은 국민의 신뢰와 연결이 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가치이다. 청렴 의식이 높아지면 직원들의 비리나 부정행위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고 부패요인 자체가 사라져 궁극적으로는 ‘감사가 굳이 필요 없는’ 높은 수준의 기관 윤리경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Q.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감사실이 추진해 온 활동들을 소개해 달라.
감사실은 업무 일선에서부터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자율적 내부통제체계 구축 지원, 위험(Risk)요인 분석과 발굴을 통한 사전적·예방적 감사, 직원의 적극적인 업무 참여를 유도하는 적극행정면책제도 운영, 그리고 법규위반 및 부패요인의 발생 자체를 원천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는 청렴문화의 확산 및 내재화 등에 역점을 두고 있디.
현실적으로 공공기관에 청렴 의식을 뿌리내린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기관에서의 청렴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갖고 있는 생각들, 즉 조직문화가 좌우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생각도 저마다 다르고 조직문화도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그래서 형식적이고 일방향의 전달식 청렴교육만으로는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이에 상임감사 취임 후 지금까지 직종별, 직급별, 세대별 소통간담회를 통해 청렴에 대한 인식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함께 고민했다.
이에 지난 2024년을 쌍방향 소통,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직원들의 청렴체감도를 높이는 원년으로 삼고 ‘청렴은 지루해’라는 인식을 넘어 체험형(gamification)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추진함으로써 일상속에서의 청렴내재화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도전! 청렴 골든벨’과 ‘1일 1퀴즈 청렴 챌린지’를 통해 청렴 우수 직원 8인을 선발하고 이들이 참여 청렴퀴즈 대결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청렴 심평퀴즈 왕중왕전, 2024 파이널’을 연중 시리즈로 추진했는데, 자연스럽게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청렴 콘텐츠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것 같다.
Q. 청렴도 1등급 외에도 심사평가원은 지난해 감사원 자체감사활동 우수기관(A등급)으로 선정돼 감사원 표창을 받기도 했는데, 그 동안의 감사활동에 중점을 둔 사항이 있다면?
취임사에서 '많이 듣고 소통하겠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겠다', '규정과 상식을 지키는 직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에 따라 감사활동 전체를 관통하는 대원칙을 '신뢰, 소통, 공정, 효율'로 삼고 있으며, 이러한 기본 방향 아래 사후 적발식 교정 감사가 아닌 사전적·예방적 감사에 최우선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청렴한 조직문화 실현을 위한 소통을 강조하는 한편 방만경영 예방을 통해 기관경영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등 모두 세 가지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감사활동을 추진해 왔다.
Q. 감사활동이나 성과 중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우선 ‘기관의 자율적 내부통제체계 구축’ 성과이다. 자율적 내부통제란 직원 모두가 업무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요인들이 없는지 스스로 진단하고 점검해 나가는 자율점검체계이다. 현업부서에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또 다른 감사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현업부서와 전담부서(내부통제부)에서 상시적으로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감사실의 역량은 고위험 분야 점검에 집중함으로써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구축 과정에서의 경영진과 감사실의 소통은 여러 공공기관 중 선도적·모범적 사례라고 자부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정부의 국정과제인 공공기관 효율화 및 방만경영 예방을 위해 ‘위원회 운영실태’를 전수 점검한 사례이다. 심평원은 위원회를 통한 의사결정이 매우 많은 기관이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심평원의 모든 각급 위원회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그 가운데 약 50%에 이르는 위원회를 대폭 정비해 카르텔형 부패 위험을 차단하는 한편 현업부서의 업무 효율화라는 감사성과를 도출해 냈다.
이 사례는 국민권익위원회 감사관 회의에서 ‘부패방지 고도화 우수사례’로 선정돼 심평원이 공공기관 대표로 발표하기도 했다.
Q.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 이행이 매우 중요한데 사회적 책무 이행을 위한 감사실의 역할과 노력은 어떤 것이 있나?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인 공공성은 사회적 책무이행을 통해 실현 될 수 있다. 불공정 업무추진, 채용비리 등과 같은 사회적 책무 위반 행위 근절에 대한 노력은 물론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민생’과 ‘일가정 양립’ 문제에 대해서도 감사실의 역할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직원들과 함께 고민했다.
우선, 공정한 심사와 평가를 통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심사평가원의 고유 업무가 곧 ‘민생’이라고 볼 수 있다. 업(業)의 전문성을 높이고 또 효율화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곧 민생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따라서 일상감사와 성과감사 등을 통해 고유업무에 기반한 사회적 책무 이행에 노력하고 있다.
저출생이 국가적으로 큰 현안인데, 심평원은 80%가 넘는 의료 전문인력, 70%가 넘는 여성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인력 구조적 특성상 일가정 양립이 보장되지 않으면 저출생 문제도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원에서는 출생통보제나 보호출산제와 같은 정부정책 수행, 난임시술 의료기관 평가 수행 등 고유업무에 있어서의 지원은 물론 남성 육아휴직, 다양한 유형의 유연근무제 실시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조직문화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 ‘공정하고 효율적인 감사’를 위해 세 가지 방향에 역점을 두고자 한다.
첫째로 청렴문화 확산을 통해 부정·부패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심평원은 감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청렴한 조직문화 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원들이 일상속에서 자연스럽게 청렴을 내재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부정·부패 위험을 근본적으로 줄여 나가 청렴도 1등급을 유지해나갈수 있도록 하겠다.
둘째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해 감사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디지털 감사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감사실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내·외부 전문가와 함께 AI 적용이 가능한 감사 분야에 대해 검토했고, 현재는 일상감사 등 일부 업무에 대해 우선 시범 적용을 해보는 단계에 있다.
마지막으로 업무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성실한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적극행정 지원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 사전컨설팅, 적극행정면책제도 등을 통해 창의적이고 전향적인 업무 태도를 유도해 심사평가원이 보다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소임을 다 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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