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6.20 07:00최종 업데이트 22.06.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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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쉬지 못하는 의대 교수들…미사용 휴가 보상 의대 고작 '4곳'·안식년 없는 곳도 '절반'

전국의대교수협의회, 29개 의대 대상 설문…"의대교수가 어떤 노동자보다 휴가에서 열악, 사립대는 더 심각"

국립대 1곳은 응답 오류로 제외. 자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재구성=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수들은 다른 노동자나 타과 교수들에 비해 휴가와 연구년(안식년) 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대 연차 일수, 반차 사용 등에서 사립대 의대 교수들이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의대 교수들에게 주어지는 연간 최대 연차 일수는 평균 20일에 미치지 못했으며, 미사용 연차에 대해선 국립대, 사립대 할 것 없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반차 사용이 가능한 사립대 의대는 전무했고, 연구년 제도는 국립·사립을 통틀어 없거나 유명무실한 경우가 절반 가량에 달했다.

20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로부터 입수한 ‘전국의대 휴가 및 연구년(안식년)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의대 교수들은 적은 휴가와 연구년 미보장 등으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총 29개 대학(국립대 9곳, 사립대 20곳)을 대상으로 지난 5월 9일부터 6월 10일까지 이뤄졌다. 최근 아주의대∙인제의대 교수노조가 학교 재단 측과 연가 보상비 지급을 두고 소송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전국 의대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실시됐다.

의대 교수 최대 연차 일수, 근로기준법∙공무원 복무규정 등에 못 미쳐...15일 이하도 8곳

설문조사 결과, 교수들에게 주어지는 최대 연간 휴가 일수는 평균 약 19.5일이었다. 근로기준법과 국가공무원의 복무규정에 따른 최대 휴가 일수가 각각 25일, 21일인데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하며, 3년 이상 계속 근로한 경우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 근로 연수 매 2년에 대해 1일씩 휴가를 가산해야 한다. 이렇게 총 휴가일수는 25일까지 늘어나게 된다. 공무원 복무규정에서는 1개월 이상 1년 미만 공무원에 대해 11일 연가를 주며, 재직기간이 늘면서 6년 이상 근무한 이에게는 21일의 연가를 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재직 기간이 아무리 길더라도 연차가 21일이 되지 않는 곳들이 다수 있었다.

의과대학 중 교수들의 연차가 가장 적은 곳은 14일이었고, 가장 많은 곳은 25일이었다. 사립대에 비해서는 국립대 의대 교수들의 연차가 더 많았다.

국립대의 경우는 8곳 중 최대 21일이라고 답한 학교가 6곳, 최대 22일이라고 답한 학교가 2곳이었다. 사립대는 20곳 중  최대 25일이 2곳, 21일이 7곳으로 21일 이상을 받는 학교가 있는 반면, 최대 휴가 일수가 채 20일이 안 되는 경우도 10곳, 15일 이하도 8곳이나 됐다.

사립대 의대 중에는 2021년 이전까지만 해도 최대 휴가 일수가 10일에 불과했지만 교수들의 항의로 15일로 늘어난 곳이 있었으며, 휴가를 가려면 4주 전까지 휴가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학교도 있었다.
 
자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재구성=메디게이트뉴스

연가 보상비 지급 전무∙이월제도 운영 4곳 불과...반차도 35%는 불가

통상 의대 교수들은 밀려드는 환자 등으로 인해 주어진 연차도 전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사용 연차에 대해 연가 보상비를 주는 곳은 전무했고 이월 제도가 있는 곳도 소수에 불과했다.

연간 최대 휴가 일수(21일)에서 공무원 복무 규정을 준용하는 모습을 보인 학교들도 연가 보상비와 이월제도에 관해서는 공무원 규정을 따르지 않고 있었다. 공무원 규정에서는 연가 보상비 지급, 10년간 연가 이월 가능 등을 명시하고 있다.

설문 결과, 사용하지 못한 휴가를 보상하는 학교는 29개 의과대학 중 사립대 의대 4곳(13.8%)에 그쳤다. 국립대는 9곳 전체가 미사용 연차에 대한 보상이 전무했다.

미사용 연차에 대해 보상하는 사립대 4곳도 형식은 보상금이 아니라 이월이었는데, 방법은 각양각색이었다. A의대는 잔여 휴가 일수 중 절반만을 이월해주고 있었으며, B 의대는 남은 휴가 일수에 상관없이 다음해 연차에 1일을 추가해주고 있었다. C의대는 한 해에 5일까지, 2년간 최대 10일까지 이월이 가능했고, D의대는 7일 이내 미사용 휴가는 다음해로 이월할 수 있었다.

근로기준법 및 공무원 복무 규정에 따른 연가 보상비를 지급하는 학교는 전무했으며, 사립대 의대 중에는 지난 2019년부터 보상비를 지급하다 최근 아주의대 교수노조가 관련 1심 소송에서 지면서 보상제도 폐지를 선언한 곳도 있었다.

‘반차’로 불리는 반일 휴가가 가능한 곳은 29곳 중 19곳(65%)이었다. 국립대 의대는 9곳 모두 반일 휴가가 있었으며, 사립대 20곳은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이 반으로 갈렸다.
 
국립대 1곳은 미응답. 자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재구성=메디게이트뉴스

타 단과대 교수들 연구년 가는데...의대는 없거나 유명무실 46.4%

의대 교수들은 연구년 제도에서도 소외되고 있었다. 연구년 제도가 아예 없는 곳이 7곳(국립 1곳∙사립 6곳)이나 됐고, 연구년 제도가 있으나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는 곳도 6곳(국립 2곳∙사립 4곳)이었다. 이에 연구년 제도가 없거나 유명무실한 의대가 해당 질문에 응답한 28개 대학 중 46.4%에 달했다. 연구년 제도가 있으며, 잘 이용하고 있다고 답한 대학은 15곳(국립 5곳∙사립10곳)이었다.

연구년을 이용하는 곳들 가운데서도 진료 공백 등의 이유로 1년 이상 길게 사용하지 못하는 곳들이 상당수였으며, 연구년 동안 경비가 전혀 지원되지 않는 곳도 9곳(국립 1곳∙사립 8곳)이나 됐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현재 의대 교수는 휴가에 관해 우리나라 어떤 노동자보다 열악한 상태에 놓여있다”며 “각 학교 재단은 정해진 기준이 없고, 의대교수의 처우는 재단이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주장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연구년 역시 교수가 가져야하는 최소한의 권리”라며 “의대 교수는 대학교 타 단과대학 교수들과 달리 연구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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