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보궐선거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가진 공통된 문제의식은 '이대로의 의협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후보들의 문제의식은 같지만 의료대란을 해결하는 구체적 해결대안은 미묘하게 갈렸다. 지금은 '싸워야 할 때'라는 후보부터 회장이 되면 정책 최고 결정권자를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후보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10일 의협 회관에서 진행된 후보자합동설명회에 참여한 각 후보들은 각자 '새로운 의협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약들을 공개했다. 
 
기호 1번 김택우 후보는 이날 "이번 사태를 겪으며 가장 큰 오명은 의협이 대표성이 없다는 것과 직역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는 비판이다. 이는 의협을 무력화시켜서 분산하려는 주장이지만 의협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제대로 안고가지 못한다는 질타라고 본다"며 "이에 회장이 된다면 전공의들을 상임이사진에 임명하고 의대생들은 준회원 자격을 부여해 의협의 근본적 체질부터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의협이 전 직역을 아우를 수 있는 대정부 요구안을 만들어내겠다.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으로 전공의들과 소통했다. 또한 사직 전공의 아버지로서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의대생, 전공의들의 합리적 대안을 먼저 제시하겠다. 의대증원 문제를 풀기 위해 협회 역량을 총동원하겠다. 또한 의료정책연구원의 정책 개발 역량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기호 2번 강희경 후보는 의협 회무를 잘 모르는 교수 출신이기 때문에 오히려 편견없이 의협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희경 후보는 "안타깝게도 의협은 그동안 정부 못지 않게 불통이었다. 의협이 대표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반박하기 어렵다. 의협은 의사전체 대표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이익단체 역할은 개원의협의회 등 산하단체로 이양하고 의협은 의사들의 연맹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국민, 유관단체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교수 출신이라 개원경험이 없기 때문에 개원 경험이 풍부한 분을 상근부회장으로 모시고 의료계 내 경험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겠다"고 전했다. 

강 후보는 "의협은 회비를 내는 회원이 절반도 되지 않고 누가 뽑은지도 모르는 대의원회가 하라고 하는 일만 할수 있다. 우리 손으로 뽑은 회장이 책임과 권한을 함께 가져야 한다. 대표성을 위해 회비 납부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회원들이 투표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교수 출신으로 의협에 대해 잘 몰라 오히려 강점이 있다. 의협에 대한 경험은 없지만 병원, 학회 등에서 합리적 조직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한 경험이 있다. 의료대란은 장상윤 수석을 만났던 것처럼 실질적 최고 정책결정권자를 만나 정책을 우선 멈추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호 3번 주수호 후보는 "의사 법정단체인 의협이 감히 외부에서 개원의 단체 일부처럼 폄훼당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 그러려면 의협이 힘을 가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거리에서 고통받는 의대생과 전공의를 구해야 한다"며 "의료계 의견 수렴을 전제로 전체 목표가 되는 의료제도를 정부와 정치권, 언론에 얘기하겠다. 궁극적으로 의학적 판단에 따라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 후보는 "지난 4일 후보 기호추첨을 하는데 일간지, 방송사에서 많이 왔다. 의사들이 이뻐서가 절대 아니다. 의사들이 들고 일어나니 이제야 들여다 보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와 정치권이 의사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야겠다는 자세를 갖추기 전까지 싸울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싸울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이 힘을 갖게 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개원시 시군구의사회를 경유할 수 있도록 하고 봉직의 노조화를 의협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기호 4번 이동욱 후보는 '선거철만 되면 그럴듯한 말로만 현혹하는 일부 후보들 때문에 의협이 이지경이 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누구나 선거철만 되면 자신이 메시아라도 되는 것처럼 해서 (회원들을) 희망에 부풀게 한다. 그러나 정작 당선이 되면 당선 전과 후에 말이 많이 달라지고 회원들은 반복적으로 실망해왔다"며 "지난 회장 불신임 사태도 이런 역사의 동일한 반복이었다. 실질적 성과와 행동이 무엇인가 냉철하게 보지 못하고 그럴듯한 말에만 현혹된 결과다. 말보다 그사람의 회무, 성과를 철저하게 살펴봐달라"고 호소했다. 

이동욱 후보는 "지난 1년간 눈보라를 맞으며 전공의, 의대생들과 함께 시청 앞 등에서 투쟁을 했고 대통령 출퇴근길 의료농단 규탄시위도 진행했다. 맞고 피멍이 들기도 하며 의료정상화를 위해 힘 썼다. 투쟁 능력은 물론이고 나는 경기도의사회장에 재선되며 회무와 소통 능력 또한 검증됐다. 지금까지 진행해 온 의대생, 전공의들을 위해선 법률 지원, 멘토-멘티 프로그램 등을 의협 차원에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기호 5번 최안나 후보는 철저하게 전임 임현택 회장과 선을 그으며 '최안나의 의협은 다르다'고 했다. 젊은의사들과 함께 이번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공언도 내놨다. 

최안나 후보는 "지난 6개월 상근이사로 의협에서 일하며 위기 상황에 의협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압축적으로 배웠다. 그러나 무엇을 하려고 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탄핵은 회장의 리더십 부재 때문이지만 의협 역시 이대론 안 된다"라며 "의협은 바뀌어야한다. 선대위원장은 장재영 사직전공의를 선임했고 대변인은 휴학 중인 의대생이다. 젊은 후배들이 직접 살아갈 정책을 만들고 선배들은 그 정책들이 어떻게 실현 가능한지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의협을 만들겠다. 취임 이후부터 당장 일할 수 있는 의협을 만들겠다. 반드시 회장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후보는 "의협을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단체로 만들겠다. 실질적 회원들의 지지와 전 직역을 아우르는 대표단체로 만들어 '의료정책은 의협 얘기를 들어야지'라는 말이 나오는 전문가 단체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은 여러 현안에서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욕 먹을 것이 두려워 뒤로 빠지면 안 된다. 최일선에서 책임지고 할 것은 해야 한다. 내부 집안싸움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 있는 인재들을 모으겠다. 책임지는 회장이 되겠다. 최안나의 의협은 다르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