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5.14 06:03최종 업데이트 21.05.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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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크리스마스 이후 영국형 등 해외유입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얼마나 퍼졌나?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지역사회에 얼마나 전파됐나? 아무도 모른다. 정말 깜깜이다. 정부도 유일하게 아는 것이 '검출률(檢出律)'뿐이다. 검출률은 기간 내 변이 바이러스 분석 건수를 확진자수로 나눈 값으로, 변이 확산 추세를 알아볼 수 있는 통계 수치다. 5월 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4월 1주차 주요 변이 검출률은 7.2%, 2주차 9.2%, 3주차 15.8%, 4주차 14.8%로 최근 2주 연속 10%를 넘었다. 확진자 변이 분석을 모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검출률이 추세만 알아볼 수 있는 것이 단점이다.

필자가 꼭 알고 싶은 것은 코로나19 초기의 중국에서 온 S, V, L 형과는 달리 온 세상을 지배하는 D614G 변이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영국, 남아공, 브라질, 인도 변이의 전파 속도는 얼마나 빠른가, 무엇보다 치명률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이다.

지난해 9월 처음 발견된 '영국 변이 코로나바이러스'는 당시 대한민국의 주 바이러스인 D614G 변이에 비해 전염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대본은 지난해 12월 22일 영국 런던에서 한국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일가족 4명 중 3명에게서 영국 변이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으나 공항에서 바로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돼 지역사회 노출 가능성은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이 5월 6일 발표한 변이 바이러스 누적 현황을 보면 영국 변이는 551건으로 압도적이다. 영국발과 함께 주요 3대 변이 바이러스로 통하는 '남아공 변이'는 71건, '브라질 변이' 10건으로 조사됐다. 지난주(4월 25일~5월 1일) 동안 확인된 변이바이러스는 97명 늘어 누적 632명으로 집계됐다. 97건 가운데 가운데 87건이 영국발, 남아공은 10건, 브라질은 한 건도 없었다. 4월 중순 이후 변이 바이러스 비율이 급증한 것은 울산 등 경남 일부 지역에서 영국 변이가 집단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울산에서 영국 변이 확진자는 6일 현재까지 76명으로, 역학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확진자 수는 총 337명에 달한다. 특히 울산에서는 바이러스 전장유전체 분석건수 대비 검출률이 60%를 넘어 '우세종'이다.

최근 인도에서 하루에 40만명씩이나 발병하는 '인도 변이'는 어떤가? 인도 바이러스(B.1.617)가 잇따라 발견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 변이 감염자가 입국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4월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올해 1월 이후 인도에서 입국한 확진자는 모두 94명이었고, 이 가운데 인도 변이는 9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번에 확인된 인도변이가 'E484Q'와'L452R'가 함께 나타나는 '이중 변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인도 변이 감염자 9명 가운데 2명은 3월에, 7명은 4월에 각각 확진됐다. 이들은 모두 경유지 없이 인도에서 국내로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5월 6일 정례 발표에 의하면 인도의 감염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인도 변이가 국내에서 33건이나 발생했다. 18일 만에 9명에서 24명이 더 늘어 33건이다. 정부가 확인한 것만이다. 타 변이 바이러스도 473명에게서 검출됐다. 예를 들어 경북 지역에선 지난 3월 캘리포니아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이 지난달 47.9%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73명 중 절반(34건)은 캘리포니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는 수도권의 검출률 3.9%, 전국 평균 6.4%에 견줘 훨씬 높다. 국내 캘리포니아 변이 누적 확진자 숫자는 416명에 이른다.
 
그래프 1. 구간별 변이 바이러스 치명률.

필자는 매일 나오는 정부 자료를 가지고 임의로 세 기간으로 나눠 분석했다. 코로나19 시작 2020년 1월 3일부터 5월 31일까지가 1구간으로 이 기간은 중국형 바이러스만으로 추정했다. 6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2구간은 D614G, 소위 이태원 바이러스다. 올해 시작인 2021년 1월 1일부터 5월 7일까지는 영국형 바이러스(플러스 남아공, 브라질, 캘리포니아, 인도) 구간으로 나눴다. 1구간 확진자는 1만 1146명이고 사망자는 270명이다. 그러기에 이 기간 치명률은 2.35%다. 또한 6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2구간 확진자는 4만 9272명이고 사망자는 630명이다. 이 기간 치명률은 1.28%다. 올해 3구간 확진자는 6만 5304명이고 사망자는 960명이다. 이 기간 치명률은 1.47%다.
 
그래프 2. 변이기간 중 연령별 확진자 수.

얼마나 빠르게 다른 종류의 변이가 확산되는지 비교하기 위해 월별 확진자로 구분했다. 1구간은 1월에는 없었기에 4개월 간 2867명이고 2구간은 7개월 간 7039명, 3구간은 4.25개월 간 1만 5366명이 감염됐다. 1구간에서 2구간은 2.46배이고 2구간에서 3구간은 2.18배다.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결과 실상을 감안하면 초기의 중국형에서 이태원형이 2.46배이고 영국 주도 잡형은 지난해 하반기 이태원보다 2.18배 더 감염이 잘 된다고 계산이 나온다.

치명률은 어떠한가? 1구간 중국형 2.35%에서 2구간 이태원 G614 변이는 1.28%로 크게 줄었지만 올해 들어 영국 주도 잡형 바이러스 치명률이 다시 올라 1.47%이 됐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더 빠르게 전파하기 위해 전파력이 높아지면 치명률은 낮아진다. 하지만 올해 2021년 변종부터는 상황이 다르다.

그래프1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연령에 따른 두 기간별 치명률도 분명하게 낮아졌다. 80세 이상의 치명률도 중국형인 5월 31일까지는 26.31%인데 이태원형은 14.46%로 낮아졌다. 70~79세 구간의 치명률도 11.31%에서 4.4%로 낮아졌고, 60~69세 구간도 2.78%에서 0.81%로 크게 낮아졌다. 연령이 낮아질수록 두 기간 치명률의 격차가 더 낮아지는 경향이다. 그런데 문제는 잡형인 올해 치명률이 80세 이상에서 21.86%, 70~79세 구간은 6.36%, 60~69세 구간도 1.15%로 높아진 것이다. 그러기에 2021년 들어서는 특별히 사망의 대부분인 60대 이상 고위험군은 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 B.1.1.7(501Y.V1) 유전자는 스파이크 단백질(Spike Protein, S-P) 부분 변이 가운데 2군데가 특별하다. 첫째, N501Y는 우리 몸의 자물쇠인 ACE2와 직접 결합하는 부분이라 이 변이는 더 밀접하게 ACE2에 붙어 몸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는 P681H다. 이는 바이러스가 인간세포로 침투하기위해 S-P이 잘리는 부위에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남아공 변이(B.1.351, 501Y.V2)는 지난해 5월 이후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GH그룹에 속한다. GR그룹에 속한 영국 변이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남아공 변이는 수용체결합영역의 N501Y 이외에 K417N, E484K가 존재한다. E484K가 특별한 것은 음성 아미노산이 양성으로 확 바뀌었기에 RBD 도메인의 구조적인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브라질 변이 P.1(501Y.V3)는 N501Y 이외에 특별한 E484K, K417T가 존재한다. 그러기에 영국, 남아공, 브라질의 공통점은 501Y.V1, 501Y.V2, 501Y.V3라는 이름과 같다. 캘리포니아 변이로 불리는 CAL.20C는 S-P 하나가 L452R로 변경되면서 중성 아미노산이 양성으로 바뀐 것이다.

방역당국은 이들 해외발 변이 바이러스 가운데 남아공과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영국과 캘리포니아 발 변이 바이러스가 '빠른 확산'이 문제라면 남아공과 브라질 발 변이 바이러스는 빠른 확산에 더해 백신과 치료제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방어 효과가 10%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력으로 접종하고 있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속수무책이다. 변이 바이러스 중에서도 남아공 변이와 브라질 변이 차단에 중점을 둬야 한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지만 필자의 단순한 가정과 계산에 의하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행 중인 영국형과 다른 해외 바이러스가 초기의 중국형에 비해 전파력이 5.4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치명률은 이태원 이후 거의 대부분인 G614가 낮아졌다가 다시 영국형 이후 위험하게 높아지고 있다고 꼭 짚어 지적하고 싶다.

10세 미만 어린 아이들과 20세미만 청소년에게는 정말 무섭게 전파되고 있기에 어르신들이 더 조심하셔야 하는 이유다. 치명률이 전혀 없는 아이들도 백신 맞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서로 옮기고 집에 돌아와 무증상전파자 역할을 가족들에게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럽 이후 잇따르는 집단 감염은 지표환자의 감염 경로를 알기 어려운 깜깜이 형태의 집단 감염이다. 변이 바이러스가 깜깜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감염돼도 무증상 기간이 길어진 것과 무엇보다 활동력이 활발한 젊은 층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왕성해진 것이 문제다. 우리가 소위 표현하는 '깜깜이'의 원인은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 아닐까? 감염병 전문가들은 현재 지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들 변이 바이러스의 전국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넓지 않고, 지하철 고속철(KTX) 등으로 교통망이 잘 구축돼 있어, 국내 인구 이동이 원활해서 바이러스 확산에 취약하다.

대한민국은 변이가 얼마나 퍼졌나? 깜깜이다. 영국 COG-UK 에서만 지난 주말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를 46만 건 공유했다고 한다. 이런 데이터가 없으니 통계학적으로 맞지 않는 검출률의 추세에 기초한 추정만 있을 뿐이다. 물론 확진자 변이 분석을 모두다 할 수는 없겠지만 통 크게 확 더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닐가?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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