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대한의사협회는 상임이사회 결의를 통해 산하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을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의협 역사상 전례 없는 산하단체 회장의 직무와 관련된 윤리위원회 회부의 적절성에 대한 시각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다만, 명확히 고려해야 할 사안은 의협이 지금까지 모든 산하단체에 대해 공정하게 이 규칙을 적용하고, 신고의무 사항에 관한 내용을 확보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사건은 집행부의 정치적인 입장이 고려됐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의협 정관에는 산하단체에 대해 제43조(회칙 인준), 제44조(보고의무 등), 제45조(지도와 감독), 제46조(권한 위임)를 통해 원활한 사업의 수행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이번 제소에 관해 상임이사회가 결의한 내용을 살펴보면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정관 제44조(보고의무 등)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았기에 정관 제57조의5(윤리위원회의 심의·의결사항) 제2항과 제5항에 근거해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정관상의 절차가 산하단체에 모두 공정하게 적용하고 더 치밀하게 회무를 진행했다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의협과 의견 차이로 마찰을 일으킨 산하단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비치지 않았을 것이다. 대의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집행부의 결정이 옳고 그름을 떠나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진행된 것이라 해도, 과정상 상당한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
1. 의협 정관 제44조(보고의무 등)의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 정확하게 지켜온 단체가 있다면 공개해야 한다. 의협처럼 행정적 지원인력이 있는 단체가 아니면, 복잡하게 규정된 절차를 제대로 수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비교적 탄력적인 방식으로 회무를 진행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고, 이것과 관련해 의협의 지도 감독권이 행사된 예는 거의 없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이 산하단체에 내린 같은 지시를 해당 산하단체가 특별한 해명이나 구체적인 사유를 명시한 공문이 없다면, 이는 의협의 지도감독권을 위반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특정 산하단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 의협 정관 제26조(대의원의 임기와 권리 의무 등) 제3항의 의안발의 심의·의결권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고, 보다 구체적으로 대의원회 운영규정 제17조(대의원의 권한)를 통해 “1. 총회 또는 위원회 회의에 의안의 발의, 토의 및 표결 2. 이사회, 협회 각 구성기구 및 산하조직에 대해 직무수행에 필요한 질의 및 자료요구를 할 수 있으며, 대의원으로부터 질의 및 자료요구를 받은 기관의 책임자는 성실히 응해야 한다.
3. 대의원은 의안의 내용이 많고 복잡한 경우에는 문서로 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병의협을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한 의협 대변인은 “모대의원의 요청에 따라 병원의사협의회에 대한 자료 제출 요청이 있었다. 병의협에 세 차례 자료 요청을 위한 공문을 보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라며 “회장 개인 자격이 아니라 병의협이라는 단체 대표로서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게 됐다. 윤리위에서 정확한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관과 대의원회 운영규정에 있는 대의원의 권한이 상시로 보장되고, 정상적인 작동이 가능한지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다. 또한, 이런 권리 행사가 집행부에 의해 편법으로 산하단체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했는지에 대한 자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밝힌다.
3. 내부적으로 들어가 의협의 산하단체 구성과정을 살펴보면 광역시·도회장의 선거는 대체로 경쟁을 통한 선출이 보편화해 가고 있으나, 하부 조직인 시·군·구 의사회는 의사회 활동을 왕성하게 한 인사를 추대하거나 사전 내정을 통해 정해왔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것을 절차적으로 해명하라는 과정은 역대로 있지 않았고, 할 이유도 찾기 어려웠다. 권한 없이 많은 의무만이 부과되는 역할을 자진해서 맡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은 집행부가 무리한 자료 제출을 특정 산하단체에만 요구하였다면, 그것이 비록 대의원의 자료제출 요구를 위한 절차에서 비롯됐다 해도 다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할 것이다.
4. 의협과 병의협 사이에 정책적 의견 충돌이 자주 발생했고, 비록 병의협의 주장이 의협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한 것은 산하단체 및 회원의 정당한 요구이며, 이를 수용해야 하는 의사협회가 현명한 자세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산하단체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거나, 대화를 통한 단합을 호소하고 단결된 마음으로 회원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에 빚어진 이번 사태는 전 회원의 이익에 절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의협 상임이사회의 결정 후 언론을 통해 공표 과정에도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한 것은 회원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의협이 회원에 대한 인격적 모독은 없었는지, 산하단체를 배려한 모습인지 정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마치 모든 사실이 산하단체의 잘못으로 일방적으로 발표되는 형태의 사안 공표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통한 적절한 대처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이렇게 만든 집행부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기 바란다.
이번 병의협의 중앙윤리위원회 제소의 건은 상당히 양쪽 단체의 정치적인 면모가 담겨 있다. 두 단체의 다툼은 골리앗과 다윗의 전투다. 누가 이겨도 상처만 난무할 뿐 승자 없는 대결이 되고 말 것이다. 두 단체는 이런 사실과 정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현명하게 문제를 처리할 것을 권고한다. 서로의 권한과 정책의 선명성을 떠나 회원을 섬기는 자세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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