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12.25 17:28최종 업데이트 19.12.2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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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환갑을 보낸 의사, 병원 비우고 네팔 진료소에서 40일간 수술 교육"

서해현 서광병원 원장 "환자 아들 의대 등록금 지원 등…작은 곳부터 나눔 참여하면 즐거움은 커져"

메디게이트뉴스는 연말연시를 맞아 이웃과 함께 하는 따뜻한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 의사들의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기부 의사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합니다. 인터뷰 대상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서 선정했습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한 국내 최초의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입니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참여와 지원을 통해 더 밝은 내일은 여는 사회지도자들의 모임입니다.
 
기부에 참여한 의사들에게 나눔과 기부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이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면서도 더 많은 의사들이 뜻을 모아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길 것을 당부했습니다.   
 
기부 의사 릴레이 인터뷰 

①아주대병원 문봉기 교수 “치료환경 개선되면 보다 많은 환자에게 혜택"
②청맥병원 박용범 대표원장 "사회를 위한 가치 있는 일 놓을 수 없어"
③서광병원 서해현 원장 "작은 곳부터 나눔 참여하면 즐거움은 커져"
사진=광주 서광병원 서해현 원장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광주 서광병원 서해현 원장(외과 전문의)은 병원 개원 초기부터 지역사회에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기부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는 2014년 광주 16호 고액 기부자모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서 원장은 1989년에 전남 무안에서 내과 전문의인 아내과 함께 공동 개원을 했다. 지역사회에서 자리 잡으면서 복지관에 기부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0년 광주에서 서광병원을 개원한 다음에서도 기부 활동을 이어갔다. 의료봉사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환갑 기념으로 40일간 병원 진료를 비우고 네팔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서 원장은 “기부는 기분 좋은 일이다. 기부를 한 다음에도 기분이 더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라며 "개인적으로 기독교 신자인데 종교적으로도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기부는 본인의 정체성과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의무감 내지는 당위성을 갖고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기부할 돈으로 여행 등 개인적인 즐거움도 좋지만 주변 사람들과 같이 기부에 참여하면 보람을 느낀다. 기부를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중독성에 빠져서 꾸준히 기부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려운 지역주민들을 위해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 역할  

서 원장의 기부금은 보통 광주 서구의 어려운 지역주민들을 위해 쓰인다. 서 원장은 “영구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을 위해 생활비와 치료비를 지원한다”라며 “병원 환자들 중에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동사무소에 연계해 치료비를 지원받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서 원장은 “광주 고려인 마을에서 입원한 환자들이 있다. 환자들의 형편이 어려워 병원에 갈 수 없다고 해서 입원 치료를 돕고 치료비도 지원했다”라며 “이들이 치료를 받은 다음 건강하게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어 뿌듯했다”고 밝혔다. 

서 원장이 기부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는 환자 아들의 등록금을 후원한 일이었다. 해당 환자는 영세민이고 아들은 의대에 다니고 있었다. 그 아들이 1년씩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한 다음 등록금을 벌어서 의대를 다닌다는 사연을 알게 됐다.   

서 원장은 선뜻 환자 아들의 2학기 등록금을 내줬다. 서 원장은 “아버지가 환자였는데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딱하다고 했다. 아들에게 의대 두 학기 등록금을 내줬더니 그만큼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다고 기뻐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아들이 의대를 졸업한 다음 덕분에 의대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고 찾아왔다. 등록금이 비록 큰 돈은 아니었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큰 역할을 한다. 기부가 누군가에게는 큰 물로 이어지는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무등육아원 아이들과 광주 아너소사이어티가 함께 한 크리스마스 행사 

아주 특별한 환갑, 네팔에서 40일간 의료봉사  

서 원장은 의료봉사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려인마을 진료소와 이주민건강지원센터에 주기적으로 의료봉사를 다니고 있다. 일 년에 한번 정도는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태국 등 해외 의료봉사도 나가고 있다.  

특히 네팔에는 2016년부터 ‘광주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광주 지역 의료인들이 주축이 돼서 만들고 광주시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서 원장은 2017년 환갑을 기념해 3~4월 사이 40일가량 병원 진료를 비우고 네팔 광주진료소에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서 원장은 “안나푸르나 초입에 있는 진료소에서 지내면서 트래킹을 하고 봉사도 했다”라며 “현지에도 쌀을 비롯해 기본 식재료가 다 있어서 생활하기에 어렵지 않았다”이라고 밝혔다.  

당시 현지인 의사, 간호사들에게 교육도 진행했다. 현지에서는 수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는데, 서 원장이 수술을 가르치고 외과 자문의사 자격으로 수술에 참관하기도 했다. 

네팔 의료현실을 접하면서 우리나라의 예전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서 원장은 “네팔은 우리나라 1960~1970년대처럼 의사가 희귀한 상태에 있다. 간단한 외과 수술도 잘 하지 못한다. 네팔에서 수술을 도와주고 가르쳤다. 현지 의사들이 정말 고맙다고 말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 외에도 건강을 위해 마라톤을 하고 있다. 2001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해서 풀코스도 뛰고 매년 하프코스에 참여한다. 마라톤을 하는 의사 모임인 ‘달리는의사회’ 광주전남클럽을 만들어서 초대 회장을 했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나눔은 어려운 일 아냐…작은 곳부터 참여하면 즐거움 시작  

서 원장에게 나눔에 대한 의미는 무엇일까. 서 원장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잘 나눌까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라며 “주변에 작은 곳부터 기부에 참여해보면 좋다. 가장 가까운 복지관을 찾아 기부를 시작하면 나눔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 원장은 “의사들이 병원과 집만 오가는 일상에서는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그 사람들이 내 생각을 이해하게 만들어야 한다”라며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게 되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의료계 안에서만 서로 치열하게 논의하면 파급력이 없고 생산성이 떨어진다. 힘들고 귀찮더라도 틀을 깨고 의료계 바깥의 세상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 원장은 올해 법정 기부금단체를 통해 보다 의미있는 일에 나선다. 서 원장은 지난해 3월 사단법인 ‘서광사랑(suhgwanglove.or.kr)’이라는 법정 기부금단체를 설립했다. 기부금단체는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대상으로 나눔과 실천을 통해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서 원장은 “주변의 도움으로 기부금이 차곡차곡 모이고 있는데, 사실 기부금을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되면 기부에 동참한 사람들이 기부활동을 더 자연스럽게 생각한다”라며 “내년에는 법정 기부금단체를 통해 보다 의미있고 보람있는 기부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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