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지 1년이 됐다. 1년이 지난 병원현장은 어떻게 변화됐는가. 국무총리까지 편지를 보내면서 간호사들을 영웅이라 칭하지만, 정작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은 허탈함만 남아 사직을 결심하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왜 계속해서 똑같은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을까. 1차 대유행, 2차 대유행, 3차 대유행을 거치면서 병상부족의 문제, 인력 부족의 문제, 코호트 격리의 문제 등 1차 때부터 지적됐던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되풀이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다시 한 번 현장의 상황을 전하고 무대책과 무시로 일관하는 서울시를 규탄하고, 지금이라도 코로나19 병상 간호인력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이향춘 본부장은 "최소한 대구시가 어떻게 대처했는지라도 먼저 파악했어야하는 것 아닌가. 서울시는 지방보다 더 많은 인프라를 활용해 대응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거짓으로 순간을 모면하고 일하는 간호사에게 깊은 생채기를 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 간호사들을 즉각 충원해야한다"고 발언했다.
의료연대본부는 "1차 대유행을 겪었던 대구시에서는 그 이후 코로나19 병동의 간호인력기준과 병상계획확보 등을 같이 노동조합(실제 환자를 돌봤던 병원들)·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마련하면서 2차 대유행을 준비했다. 그만큼 병원현장에서도 중구난방식이 아니라 같이 논의한 계획에 맞추어 현장을 준비해나갈 수 있었다"라며 "하지만 서울시는 이러한 대구시의 사례를 무시한채 여전히도 아무런 준비도 돼있지 않으며 노동조합의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않고있다"고 지적했다.
보라매병원 코로나19 중환자실에서 일했던 김경오 간호사는 최근 언론에서 중환자를 1명씩 보게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간호사 한명이 중환자 2명을 돌봤다는 것이다. 또한 용기를 내 진실을 얘기한 동료간호사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간 병원의 모습을 보며 회의감이 들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김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동강도를 포함해 중증도를 분류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병원은 오로지 호흡기계 증상으로만 환자를 구분했다"라며 "하이플루를 적용하고 있어 언제라도 기관내 삽관을 해 인공호흡기 치료를 해야할지도 모르는 환자, 산소포화도가 잘 유지되는지 확인해야하고 일일이 식사를 도와야하고 대소변도 치워드려야하는 환자들이 병원기준으로는 경증"이라고 말했다.
김 간호사는 "정부와 병원에 묻고 싶다. 지금의 중증도 분류로 호흡기 증상 외 다양한 상황을 분류할 수 있는지, 실제 현장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여 만든 것인가. 엉터리 중증도 분류로 인해 간호사들이 힘들다고 외쳤던 모든 것들이 거짓말로 몰린 사실, 그로 인해 간호사들이 눈물흘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 김경희 분회장은 "서울시가 2차 대유행 상황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면 150여개의 컨테이너 병실을 설치할 공사비용으로 강남분원을 공사해 환자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서울의료원 13층 19개 병실과 응급실을 비워두고 환자를 컨테이너에 입원시키라고 지시하는 서울시의 코로나19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응변식의 병실운영으로 간호사들은 너무도 혼란스럽다. 주먹구구식의 간호인력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간호사들은 레고블럭이 아니다"라며 "인력수만 계산해 간호사들을 여기저기 끼워맞추기 식으로 배치전환한다면 결국 환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적정 간호인력배치 원칙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서울시 면담 요구를 하면서 지난해 12월28일부터 서울시청 앞 1인시위를 주 1회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병원에서 실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 논의해 인력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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