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6.24 12:43최종 업데이트 24.06.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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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싯'에 한국 '의료대란' 알린 美피츠버그의대 교수 "의대증원은 역방향 의료개혁"

[인터뷰] 윤주흥 교수 "한국 정부의 의료개혁 아젠다는 매듭 푸는 것이 아니라 매듭 더하는 꼴"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의과대학 윤주흥(Jooheung Yoon)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국내 의료대란 사태를 고발한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의과대학 윤주흥(Jooheung Yoon) 교수가 한국 의료 시스템 개혁에 대한 큰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러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매듭을 만드는 '반대 방향으로의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윤 교수의 총평이다. 

윤 교수는 앞서 지난 14일 랜싯에 '위기에 처한 한국의 의료시스템(The South Korean health-care system in crisis)'이라는 제목의 기고 논문(Correspondence)을 게재했다. 기고문은 한국의 잘못된 의료시스템을 바로 잡기 위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나섰지만 오히려 정부는 이들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등 인권유린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윤주흥 교수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에 살고 있어 현실 한국 의료에 직접 발을 담그고 있지는 않지만 반대로 더욱 미국이나 해외의 의료 시스템과 한국의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기회가 많이 있다"며 "이번 한국 의대증원 사태를 바라보며 안타까움이 많아 직접 기고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지역필수의료 기피 현상에 대처하는 미국과 한국의 국가별 정책 양상의 상이함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의대정원을 대폭 늘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미국은 인센티브를 통한 의료취약지 근무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미국 역시 오래 전부터 의료취약지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과대학연합(AAMC;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보고서 ‘미국의 의료인력 부족 현황 조사(Recent Studies and Reports on Physician Shortages in the US)’ 결과에 따르면 미국 대다수 주의 지역간 의료인력분포 불균등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일례로 몬타나(Montana) 주를 구성하는 총 56개의 자치주(county)중 40개가 의료인부족지역(HPSA)으로 지정될 정도 몬타나 주는 심각한 의료인력 결핍상태에 있다. 미네소타(Minnesota)주 역시 총 주민 13%가 벽지에 살고 있지만 오직 5%의 의료인력이 벽지에서 진료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미국은 HPSA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id)를 통한 의료인 인센티브 지급뿐만 아니라 의료인 교육과 채용을 지원해주고 외국인 출신 의사들의 비자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 의사가 의료인력 부족지역(HPSA) 인센티브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가정의학과와 내과, 소아청소년과, 일반의학과를 전공한 전문의여야 한다. 주당 40시간 이상 진료활동을 하게 되면 인센티브 비율은 의료서비스 총액의 10% 가량이 된다.

의료취약지 근무를 권장하는 제도도 존재한다. 미국의사협회(AMA)에 따르면 미국은 취약지(low income area)에서 근무할 의사 수급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방정부에서 월 4000~5000달러를 지원하고 정해진 취약지에서 최소 2년 가량 근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은 고질적인 저수가 형태나 의료인 사법 리스크 등 부담은 그대로 둔 채, 단기간에 비효율적으로 의대정원만 늘려 사태를 해결하려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윤 교수의 견해다. 그는 다른 선진국들 처럼 의사들이 의료취약지에 근무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에 거쳐 다양한 지원 방안을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평가한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의 의사 대상 형사처벌 비율도 윤주흥 교수가 눈 여겨 보는 대목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약 1000명에 가까운 전문직이 업무상과실치사상 죄로 기소됐는데, 그 전문직 중 의사의 비율이 약 70%로 높았다.

반면 미국은 1982년~2001년까지 약 30년간 25건의 의료사고에서 의료진을 형사처벌했고, 캐나다는 1900년부터 2007년 사이 의료과오로 인해 형사 기소된 의사가 15명에 불과하며 유죄 판결을 받은 의사는 단 1명이었다.

윤 교수는 "미국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영미권 의료와 한국 의료를 직접 비교하게 됐다"며 "의료 시스템 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문화적인 태도와 행태들도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의 의사들은 의료 과실로 인한 형사 고발 비율이 불균형적으로 높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의사의 형사 고발률은 일본의 약 15배, 영국의 566배에 달한다"며 "이런 문제로 인해 젊은 의사들이 위험 부담이 있는 과들을 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의대증원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의료시스템 변화에 대해서도 그는 "무엇보다 지난 수 년간, 특히 올해 초부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위 '의료 개혁' 이라는 아젠다는 의료 시스템에 얽힌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매듭을 만들고 단단히 얽어매는 것"이라며 "즉 올바른 방향이 아닌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의 개혁하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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