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의료기관·인력 정당한 보상‧의료분쟁 위험 개선돼야…공보의 투입은 의료 질 저하 우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호흡기전담클리닉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내년까지 호흡기전담클리닉을 1000개까지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의료계는 현실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안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민간 의료기관들의 참여 인센티브 부족으로 인해 민간인력 동원이 불확실해지자 공중보건의사를 동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 공보의들의 결사반대에 막혀 정책이 사면초가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의료 인력 참여 동력 현저히 역부족…결국 지역의사회 보이콧 사태까지
앞서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호흡기전담클리닉 500개를 보건소와 의료기관에 설치하고 내년까지 100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정 요건을 갖춘 의료기관이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되면 1억원의 설치비용을 지원받게 된다. 또한 보건소에 설치된 호흡기전담클리닉에 참여하는 의사는 일반 의료기관 대비 높은 수가 3만4000원(진찰료+감염관리료) 정도를 책정 받는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로는 민간인력 모집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1억원의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비용으론 요건에 맞는 환경 조차 조성할 수 없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의협은 23일 호흡기전담클리닉 제도와 관련해 일체의 논의와 참여를 보류해줄 것을 16개 시도의사회에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대변인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호흡기 환자 등을 이원화해서 진료하자는 제안을 의협에서 먼저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이후 구체적인 실행 안에 있어 전국적인 활성화가 어렵다는 견해를 지속적으로 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기존 의료기관을 지원 비용인 1억원만으로 인력과 감염관리 등 클리닉 요건에 맞는 의료 환경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며 "추가적인 사비를 들여 민간 의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의료계는 의료인이 보건소에 설치된 개방형 클리닉에 참여하는 경우, 의료분쟁과 감염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해 참여에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에 호흡기전담클리닉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김 대변인은 "감염관리 명목으로 3만원 가량 추가진료비가 있는데 의사들은 돈을 벌기 위해 클리닉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참여 의사들에 대한 위험수당 등을 미리 책정해 놓고 참여 여부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했다.
전라남도의사회 이필수 회장도 "지역의사회장으로서 하루에 클리닉에 오는 환자가 1~2명도 안 되는 상황에서 10만원도 안되는 비용을 받기 위해 자신의 의료기관을 닫고 참여할 의사는 없다"며 "개방형 클리닉에 참여하는 의사에게 경제적 보상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개방형 클리닉에서 의료분쟁이 발생해도 책임 근거가 확실치 않은 문제도 있다"며 "정부가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의 의료분쟁 문제를 책임져야 하며 클리닉에서 의사가 코로나19 감염될 시, 보상문제도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인력 미충족 시 공보의 투입…코로나19로 공보의 업무는 이미 과부화?
민간 의사들의 참여가 불확실해지자 정부는 의료인력 미충족 시 호흡기전담클리닉에 공보의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실제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서 시행한 전수조사에 의하면 보건소 개방형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진행한다고 표기한 곳 27/148(18.2%) 중 10/27(37.0%)에서 민간에서 미충족될 경우 공보의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보의들을 동원할 경우 민간 인력에 지급할 인센티브 수입을 보건소에서 가질 수 있어, 각 지자체 보건소가 적극적으로 민간 인력을 모집하지 않게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공협 김형갑 회장은 "현재 민간인력 모집을 위한 인센티브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보의가 동원된다면 추가 수당없이 민간 인력을 공보의로 대체하려는 지자체가 늘어날 것이 뻔하다"며 "현재 클리닉 정책은 적극적으로 민간 인력을 모집하지 않게 유도하는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인력이 공보의로 대체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호흡기전담클리닉의 진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공협의 견해다.
김형갑 회장은 "호흡기전담클리닉 본래 제도 상의 목적이었던 급성 호흡기 감염병 질환 감별을 위해서는 전문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공보의는 60%가 일반의에 해당하며 내과 전문의가 거의 없는 상황으로 본래 목적으로 달성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공협에서 수용할 수 있는 최저 마지노선은 수당이 완전히 동일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것이다"라며 "시군구 역학조사관, 선별진료소, 일반진료로 인해 이미 의과 공중보건의사의 로딩이 과다한 상황에서 클리닉 업무는 사실상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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