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말기암환자도 마찬가지죠, 그들이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살아온 날들과 떠나는 순간이 절대 허무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호스피스입니다"
10년 넘게 말기암환자를 위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실천해온 의사가 있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새오름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새오름 가정의원' 황승주 원장,
지난 10월 복지부에서 주최한 '제4회 호스피스완화의료 기념식'에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 복지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의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으로 제적을 당한 뒤 힘든 시기를 보내다 몸이 약해져 죽음의 고비도 몇 번 있었다는 황승주 원장,
그래서인지 말기암환자를 돌보는데 더욱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10년 이상 호스피스에 힘써
의사이면서 목사이기도 한 황승주 원장은 학업이 중단되자 아픈 몸을 이끌고 시골로 내려갔다.
그렇게 시골에서 지내며 신학의 길을 걷고자 결심했고, 실제로 9년간 목회자의 길을 걸었지만 20년이 지난 1994년, 재입학이 가능해져 다시 본과 3학년으로 들어가 의대를 졸업하고 2000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황승주 원장은 2001년 말부터 일하게 된 종합병원에서 말기암환자들을 진료하며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황 원장은 2004년 말기암환자들을 위한 새오름 호스피스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었고, 다니던 병원과 협력해 환자들을 돌보고 가정호스피스가 필요한 경우 환자를 방문했다.
새오름 호스피스는 2014년 3월, 새오름 가정의원을 개원해 황승주 원장이 운영을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 복지부로부터 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지정받았다.
현재 새오름 호스피스는 자원봉사자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바자회나 음악회를 통한 홍보 및 후원활동을 통해 모은 후원금으로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의료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
경제적 형편에 따라 지원금을 결정하고, 가족도 없고 형편도 어려운 환자에게는 장례비까지 지원한다.
올해는 벌써 2400만원 정도를 지원하기도 했다.
호스피스, 전체적인 분위기 중요
황승주 원장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목적을 환자가 신체적이나 정신적, 사회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며, 남은 기간 삶의 질을 높여 아름다운 임종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병동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호스피스에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말기암환자들은 특성상 불안하고 예민하며, 절망과 우울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먼저 분위기를 잘 갖추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새오름 의원은 밖에 잘 나가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병동 가운데 작은 공간을 정원처럼 꾸며놨다.
황승주 원장은 "차분하고 따뜻한 병동 분위기와 의사, 간호사, 케어사들의 진심이 있어야 환자들도 안심하고 신뢰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새오름 가정의원은 환자의 불편함이 없도록 간호사 2명과 케어사(요양보호사) 4명이 팀을 이뤄 당직을 서고 있다.
더불어 환자들의 통증을 가라앉혀 줄 수 있는 의학적인 기술도 갖춰야 하며, 환자마다 약물에 대한 순응도가 다른 점 등 여러 가지를 세심히 살피는 등 여전히 호스피스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
지역기반의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있어야
현재 새오름 가정의원 14병상에는 모두 환자들이 입원해 있다.
대기를 기다리는 환자들도 있으며, 대기 중에 임종을 맞이한 환자도 있었다.
이에 황승주 원장은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더욱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역기반으로 지정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작년부터 수가가 책정되는 등 예전에 비해 훨씬 자리를 잡고 있지만 전 지역의 77곳만 전문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대형병원에 집중된 지역도 많으며, 비용이나 거리상 지역사회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야 해당 지역의 환자들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황승주 원장은 "호스피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현재 말기암환자만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국한되어 있지만 향후에는 그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면서 "10년 안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를 하나 더 세우고 싶다"고 전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