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국고지원금 비중 규정은 20%인데 11.4%까지 떨어져...국고지원 확대 시급”
연세대 정형선 교수, “사회보험형 OECD 국가 중 한국 국고지원 비중 낮은 편”
복지부 정윤순 과장, “예산당국과 협의...1분기 4000억원 적자는 당초 범위 벗어나지 않아”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 20% 상당의 금액을 지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고지원금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지급된 국고지원금 지급계획과 재정적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23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김정우 의원 주최, 무상의료운동본부·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주관으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국고지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통해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3년 사이 건강보험재정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국고지원금 비중이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며 누적적립금 우선 사용, 관련 법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국고지원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고 예산당국과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GDP 대비 경상의료비 증가하지만 국고지원 비중은 감소”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급속한 증가 추세에 있지만 공재원비율은 ‘사회보험형 국가’ 평균보다 낮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1990년 7조3000억원(3.7%), 2000년 25조4000억원(4.0%), 2010년 78조7000억원(6.2%), 2018년 144조4000억원(8.1%)으로 급속히 증가해왔다”라며 “2010년까지 두 자릿수였던 경상의료비 증가율도 2011년 6.5%, 2012년 5.7%로 둔화하는 듯하더니 2013년부터 반전해 2018년 7.7%까지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보건계정에서 ‘정부·의무가입제도(HF.1)’는 ‘공공(재원)의료비’에 해당한다. 한국은 공재원비율이 59.8%에 불과하다”라며 “이는 OECD 평균인 73.6%나 ‘사회보험형 국가’ 평균 72.9%보다 아주 낮은 수치다”라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건강보험재정 전체 수입에서 보험료와 비교해 국고지원금 비중이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건보재정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국고지원금 비중은 2010년 14.3%에서 2013년 12.3%까지 낮아졌다가 다시 2015년 13.3%로 약간 높아진 후 2018년 11.4%까지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반면 건보재정 전체 수입에서 보험료 비중은 2010년 83.8%에서 2012년 85.7%까지 높아졌다가 다시 2014년 82.3%까지 낮아진 후, 2018년 86.4%로 계속 높아졌다”라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보험료 인상과 국고지원 확대에 앞서 누적적립금 사용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장성 강화를 위한 비용은 누적적립금으로 초기 비용을 사용하고 보험료와 국고지원을 늘리는 순서로 충당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은 단기보험이므로 누적 적립금을 많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라며 “불필요하게 큰 누적 적립금은 제도 운영에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하게 큰 누적 적립금을 유지할 경우 부작용으로는 건보 수입 감소 초래, 건보 지출 증가 압력 문제 등을 꼽았다.
정 교수는 “보장성 강화를 위한 보험료율 인상 이전에 누적 적립금을 1개월 남짓 지출에 해당하는 10조원 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 우선 사용해야 한다”라며 “보험료율 증가는 누적적립금 감소 추세를 고려해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국고지원 관련 법 규정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누적적립금 사용과 병행해 국고지원을 적정 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는 법 규정을 명확히 함으로써 가능하다”라며 “자원규모의 명확화, 정산절차 마련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의료를 전적으로 사적영역으로만 한다면 국고지원이 필요 없다. 의료보험도 외국처럼 다양한 선택의 여지가 있다”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일보험, 준조세적 성격을 가진다. 국고지원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라고 언급했다.
박 기획이사는 “경상의료비 중 공공재원 비율을 보면 OECD국가 중 꼴찌에 가깝다. 경상의료비가 보장률 70%보다 훨씬 객관적 지표다”라며 “(공공재원 비율을) 올리기 위해 국고지원이 필요하다. 20% 이상의 국고지원 약속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국고지원 문제 예산당국과 협의...1분기 적자는 범위 벗어나지 않는 수준”
패널 토론자로 나선 정윤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보험정책과장은 국고지원 문제를 두고 관련 부처와 논의를 진행하겠다며 향후 국회에서 법 개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윤순 과장은 “국고지원 문제에 대해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2019년 예산을 7000억원 정도 증액했다”라며 “예산당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 건강보험 국고보조금을 올해보다 1조원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고보조금 비율은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3.6~14%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정 과장은 “(박능후 장관이 국고보조 확대 관련) 의지를 표명했다고 생각한다. 실무자로서 예산 1조원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관련 법 규정의 모호함은 여전히 존재한다”라며 “건강증진기금은 담배수익금이 바탕이 되다보니 상한선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2022년까지 연구를 진행하거나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정 과장은 “사회적 논의와 기초적인 국고지원 방식을 더 연구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올해 1분기 현금 포괄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총수입 16조3441억원, 총지출 16조7387억원으로 현금흐름 기준 394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적자폭이 1204억원을 기록했던 2018년 1분기와 비교해 3배 이상으로 확대됐다는 지적도 있다.
정 과장은 “혜택이 늘어나면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 걱정하고 우려하는 부분은 충분히 감안한다”라며 “하지만 적자에 대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올해 1분기 4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는 충분히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혜택을 늘리면 재정 지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보장성 강화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재정 안전성, 지속 가능성 등을 모두 고려해 재원 조달 방안 수립을 추진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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