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6.12 08:05최종 업데이트 22.06.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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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치료제 개발 기업들 "환자 필요도·만족도 매우 높아…가이드라인 명확하게 줄 때"

의약품 수준의 엄격한 잣대 적용시 상용화 지연으로 이어지는 문제 우려...심평원은 효과검증 필수 강조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환자들의 요구도가 높아지지만 아직까지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보다 빠른 상용화를 위해서는 유연한 가이드라인과 수가체계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윤정 메디플러스솔루션 대표·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이사 등은 10일 병원경영과 디지털헬스 혁신을 주제로 열린 한국병원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은 디지털치료제 개발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재용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현장에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 신재용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한국병원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 영상 갈무리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재용 교수는 "최근 디지털처방부터 사용내역을 연계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유관기관과 연계 가능한 정책적 요소만 있다면 물리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오픈플랫폼을 마련해 리얼타임(실시간)으로 사용여부를 확인하고 연계할 수 있게 한다면 디지털치료제 생태계가 빠르게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디지털헬스 생태계 조성을 하기 위해서 병원은 디지털치료제의 안전성과 효능 등을 검증하고, 관련 근거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동시에 환자의 건강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디지털치료제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지속적으로 개입해 피드백을 주며, 환자 내원시 적절한 치료와 처방을 제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경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다. 즉 디지털치료제가 상용화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이 되려면 반드시 의료진들의 처방이 가능하고 EMR 연동 등 청구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디지털치료제 개발이 활성화되고 시장이 확대되려면 현실적인 수가 지급 정책·제도 기반이 있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 한국병원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 토론 영상 갈무리

메디플러스솔루션 배윤정 대표도 "대면진료시 비정량화된 정보 제공으로 인해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디지털치료제를 이용하면 실제 환자의 약 복용여부를 확인하고 질환 지표 개선정도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적정 처방과 진료가 가능해져 환자는 물론 의료진, 보험자에게 모두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디지털 강국이자 의료 강국인 우리나라는 디지털치료제가 성장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있음에도 정부가 아직까지 수가 관련 정책, 제도가 명확하지 않고 가이드라인 역시 신약과 같은 엄격한 잣대를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치료제의 환자 적용·활용 속도가 매우 뒤떨어져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지털치료기기(DTx)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품목허가를 원할 경우 사용목적에 따라 전향적 임상시험을 설계·진행하고 이를 통해 입증한 안전성·유효성 결과 데이터를 제출하는 동시에 작용원리에 관한 자료(데이터)와 성능에 관한 자료를 제출토록 했다. 이와 함께 허가 이후에는 제품의 잠재적 유익성과 위해성을 모니터링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제 임상환경에서 실사용데이터(리얼월드데이터)를 수집·활용한 실사용증거(리얼월드에비던스·RWE)를 마련, 필요시 식약처에 제출토록 했다.

​또한 아직까지 보건복지부는 디지털치료제 관련 수가체계를 마련하지 않았으며, 지난해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디지털치료제 등 혁신의료기술 건보 적용 기본 원칙만 마련한 상황이다.

건보 적용 기본 원칙을 보면 의료적 중대성이 높거나 선택가능한 급여항목이 없는 경우 기존 수가를 참고해 선별급여 90%를 적용, 환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 의료적 중대성이 높지 않고 선택가능한 급여항목도 있는 경우에는 한시적 비급여로 허용하기로 했다.

배 대표는 "최근 해외 뿐 아니라 많은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환자와 의료진의 요구와 만족도, 필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으나, 현장의 분위기와 달리 정부의 규제로 인해 빠르게 시장에 나갈 수 없다"며 "실제 국내 관련 제도 부실로 인해 현재 B2C 방식으로 환자들에게 직접 공급을 하고 있는데, 앱(디지털치료제) 다운로드 대비 회원가입률은 50%에 달하고 그중 헤비유저가 40%가 넘는 등 상당히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의원에 보급하는 환경이 마련돼 의사들이 환자에게 처방, 서비스 제공이 이뤄진다면 더 높은 순응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처럼 우리나라도 품목허가 가이드라인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면서 "의약품과 달리 부작용 발생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반면 사용자의 만족도와 편의성이 높은만큼, 사용자(환자) 중심으로 품목허가 지표를 바꾸는 등 다른 개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휴먼스케이프 장민후 대표이사 역시 "현재 희귀난치성 환자의 주기에 맞게 정보를 제공하는 레어노트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해 현재 가부키신드롬 등 질환별 모니터링 시스템도 마련 중이다. 이와 함께 산모와 신생아를 타겟으로 하는 마미톡 앱 등을 개발했고 아토피 질환 정보 수집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개발, 상용화 과정 속에서 환자 참여도와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속적으로 환자들에게 효용을 제공하려면 병원 연계를 통한 활용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제도권으로의 편입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이 같은 현장 분위기를 고려해 확정안을 발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지열 교수는 "디지털치료제가 적극적으로 사용되려면 이에 대한 정책, 제도는 물론 환자 원격 모니터링, 실사용 데이터 분석 등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의료법 개정을 통한 원격의료부터 법제화해야 한다"면서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이 3차병원으로의 쏠림이기 때문에 반대 허들을 넘기 위해서 원격의료(원격진료)에 대한 적정 수가를 마련하고 1, 2차 의료기관에서 한정적으로 운영하도록 제한하는 등 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업계와 학계의 요구에 대해 정부 측은 이미 제도를 많이 개선한 상태며, 시장에 나오기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이유로 업계와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장준호 급여등재부장은 "이미 디지털치료제 개발 과정이 의약품 대비 리스크가 적고 임상시험 규모도 매우 적어 시간과 비용 역시 매우 적게 든다"면서 "급여 인정이나 수가 마련 등을 위해서는 업계가 임상시험을 잘 설계해서 효능효과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치료제는 의약품 대체제 보다는 보완적인 성격이 강하다. 보완시 어느 정도의 비용 절감과 효능 증대 등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면 그만큼의 가치가 인정될 것"이라며 "실제 독일 등 이미 디지털치료제를 사용 중인 국가 사례를 볼 때 현장에서 바로 활용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효과가 인정돼야만 사용도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산업적 측면에서 효과 검증은 필수"라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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