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5.04 07:06최종 업데이트 22.05.0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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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규제기관 넘어 공중보건·비저너리 리더십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디지털치료제·첨단바이오의약품 등 다양한 융복합 제품 심사하려면?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기관으로 전환 필수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기존의 의약품, 의료기기와 달리 다양한 최첨단 기술을 융합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존의 규제기관에서 공중보건기관, 더 나아가 '비저너리 리더십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이형기 교수는 3일 식약처가 '추격에서 선도로! 과학기술 강국을 위한규제과학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제4회 규제과학 혁신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사진 =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서경원 원장 제4회 규제과학 혁신포럼 생중계 갈무리.

이날 '규제과학 발전을 위한 식약처 과제'에 대한 주제발표를 맡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서경원 원장은 "코로나19로 규제과학의 필요성이 대폭 높아졌다"면서 "국민건강과 국가안보차원에서 국내 기업이 개발한 국산 백신과 치료제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를 위해서는 식약처가 같이 연구하고 제품화를 도와야 한다. 실제 셀트리온과 식약처가 임상 초기부터 협력해 11개월만에 렉키로나주 개발을 마치고 40일만에 심사를 끝냈다"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앞으로도 식약처는 규제과학 영역을 확산하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면서 "▲신기술 제품이 시장에 빨리 나오게 지원하고 ▲국가 대규모 R&D 제품이 상용화되도록 규제 정합성을 갖추며, ▲식약처 내부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1340억원 예산이 규제과학 진흥하는 데 있어서 활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과제 수행을 위해 지난달 식약처는 제품화전략지원단을 구성했으며, 기존에 따로 진행해온 상담, 임상설계, 심사 등을 한 조직 내에서 유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식약처 예산을 규제과학에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관련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며, 여러 부처에서 사용하는 바이오헬스 R&D  예산을 식약처가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방향성을 설정, 지원하는 역할도 맡는다.

서 원장은 "최근 지원단이 검토하는 과제로 생약, 디지털헬스, 줄기세포 등의 제품이 들어왔다. 관련 법, 제도가 명확하지 않은 신기술 제품인만큼, 집중적으로 규제 정합성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기술혁신센터를 지정해 새로운 평가기술을 개발하고 전파해나가는 한편, 구성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역량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심사 전문성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 평가, 환류를 통한 자기발전 유도해 심사품질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이형기 교수 제4회 규제과학 혁신포럼 생중계 갈무리.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이형기 교수는 이 같은 식약처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규제과학은 새로운 첨단제품을 신속하게 환자와 사회에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으로, 규제과학이 부재하면 아무리 좋은 제품, 유용한 제품을 개발해도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다양한 첨단기술 발달로 전문적인 평가가 요구되는 신제품들이 나오고 있어 규제기관인 식약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식약처는 단순한 규제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규제기관은 모든 약은 안전하지 않고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관념, 즉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단계는 과학기관인데, 이는 규제행위의 과학적 원리와 정합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경험주의로 인해 미래 예측이나 모델링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서 "최근 식약처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공중보건기관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말고 비저너리 리더십 기관으로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중보건기관은 빠르고 효율적이며 경제적으로 의약품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기관이며, 관련 이해당사자를 동반자로 인식하고 국가 전체의 건강수준을 제고하는 사회기관이다. 다만 현 제도나 시스템 하에서 과학적 정합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일하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여러 이해당사자를 아우르면서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이끄는 비저너리 리더십 기관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품의 신속, 효율, 경제적 개발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과학적 원리에 기반한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새 패러다임 제시하면서, 생산자와 공급자, 소비자가 실시간 연동하는 리스크 관리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제로 리스크 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유연함을 적용하고, 경계가 모호한 제품에 대해서는 한 부서가 일괄해 심의하고 필요한 규제과학적 뒷받침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는 웰트의 강성지 대표도 "첨단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과학이나 규제를 적용할 수 없고 리스크 제로를 실현하기도 어려워졌다. 실시간(리얼타임) 모니터링을 통해 재발을 막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식약처는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하는 동시에 새로운 의약 지식 만드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산업의 표준, 헬스케어·바이오의 기본 역량을 강화하는 형태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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