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영국의 생물통계학자 잭 윌킨슨(Jack Wilkinson)이 한방난임 논문 심사를 거절하며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하자, 한의계와 보건복지부는 해당 학자 배후에 의료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료계가 논문 심사자에게 미리 연락해서 심사결과를 짜고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기자가 윌킨슨의 트위터를 보고 국내 의료단체들 역시 비슷한 입장이라며 윌킨슨에게 참고용으로 전달했고, 윌킨슨은 어떤 단체인지 전혀 모른 채 비판 입장에 동의했을 뿐이었다.
기자는 4일자로 올라온 “이것(한방난임 논문 초록)은 과학이 아니다. 임상연구도 아니다”라는 윌킨슨 트위터 글을 보고 8일자로 처음 기사를 썼다. 기사를 쓰기 전에 검색을 거쳐 윌킨슨이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센터에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곧바로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 논문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기자는 당시 이메일에 "이번 연구는 정부 지원금 6억2000만 원이 투입됐다. 한국에서도 당신과 마찬가지의 주장을 펼친 의료단체들이 있다"며 바른의료연구소, 대한산부인과학회, 과학중심의학연구원 등의 입장을 간단히 소개했다.
윌킨슨은 이메일 답변에서 단체들의 이름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동의한다는 입장만 표현했다. 윌킨슨은 “나의 의견도 너의 이메일에서 인용한 몇 사람의 의견과 유사하다(My view is similar to several of the people you have quoted in your email)”라며 “이번 연구는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명백히 입증하지 못했다(This study clearly cannot show that herbal medicine is effective, nor that it is safe)”고 답했다.
윌킨슨은 한방난임 논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을 진행하지 않은 것을 꼽았다.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란 해당 치료를 받은 치료군과 동시에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을 무작위로 선정해 두 그룹 사이의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말한다.
어떤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려면 RCT가 기본이라는 것은 의학계의 정설이다. 한의계와 복지부는 이번 연구를 "임상시험이 아닌 관찰연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금이 투입되는 지자체 한방난임 지원사업을 지속하려면 윌킨슨의 주장대로 RCT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분명히 검증해야 한다.
한의계가 사실을 다룬 기사를 음모론으로 몰아 왜곡 해석하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 이렇게 주장할 시간에 한방난임 연구에 대한 검증부터 하면 그만이다. 마침 기자의 심정을 반영한 듯한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일부를 인용한다.
“얼마나 궁지에 몰렸으면 이처럼 의료계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마타도어식 음모론을 제기한 것일까. 연구소 등 의료계 단체가 윌킨슨과 사전에 모의한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계와 복지부는 모두 서로 입을 맞춘 듯 의료계 단체가 사전에 윌킨슨 박사와 배후에서 모의해 음모를 꾸민 것처럼 주장했다. 이는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