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환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식이비만대사연구회 이사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릴레이 칼럼
메디게이트뉴스는 반복적인 소화기 증상을 나타내지만 객관적 검사에는 이상이 없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전문가들의 '릴레이 칼럼 및 희귀질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기능성소화불량증,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 위식도역류질환과 같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흔히 발생하지만 잘 낫지 않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매우 나쁘게 만듭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 정보 및 최신 연구내용을 다룰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기능성 위장관질환은 기질적 원인 없이 위장관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증상을 보이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대표적인 기능성 위장관질환에는 기능성 소화불량,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 기능성 설사, 기능성 팽만 (위식도역류질환은 ROME III에 포함) 등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높다.
이유 없이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들은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환자군인데 이런 환자를 진료할 때 흔히 받게 되는 질문은 음식에 대한 것이다.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좋나요?" 혹은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나요?"와 같은 질문은 항상 나오는데 이는 소화불량 환자들이 특정 음식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완화되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환자에게 약물치료와 함께 식이에 대한 올바른 조언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소화기 기능학회 칼럼에서 성균관의대 박정호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식이·생활습관 조언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주제를 통해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서 저 포드맵 식이와 글루텐 배제 식이가 유용하다고 했고, 더불어 이런 환자에서 추천할 만한 식이와 증상을 악화시키는 식이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과민성장증후군 외에 다른 기능성 위장관질환에서는 연구 자체가 많지 않고 이론적인 근거가 부족해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주로 상부 위장관 증상을 호소하는 기능성 위장관질환으로 유병률과 관심도가 높은 기능성 소화불량과 위식도역류질환에서 올바른 식이 및 영양요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의 식이 및 생활습관 조언
로마기준 IV에 의하면 명치 작열감 혹은 명치 통증, 식후 포만감 및 조기 만복감이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으로 분류되며, 주된 증상에 따라 '식후 불편감 증후군'과 '명치 통증 증후군'의 두 아형으로 구분된다.
기능성 소화불량의 병태생리는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에서는 위 적응(gastric accommodation)이 감소돼 있고 위배출 시간이 지연돼 있다. 또한 통증수용체가 과발현돼 내장과민성을 가지기 때문에 위 내에서 발생하는 자극에 대한 불편감을 정상인보다 더 쉽게 느끼게 된다. 위산이나 헬리코박터 균, 미세 염증 외에 식이도 기능성 소화불량에서 증상을 유발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식사를 하게 되면 바로 포만감과 팽만감이 나타나고 이어서 오심과 트림, 이후에 통증과 작열감의 순서로 소화불량 증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왜 불편한 증상을 일으키는 것일까?
앞서 설명한 기전 중에서 위 적응 장애가 있는 경우 충분한 양의 음식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의 양 자체가 조기 포만감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또 정상인에서는 식후 배가 부르다고 느껴지는 것이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와 같이 내장과민성이 있는 경우 불편감 혹은 통증으로 느껴지게 된다. 식이에 포함된 영양소의 종류도 기능성 소화불량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지방에 대한 십이지장의 과민성이 중요한 기전으로 정립되고 있다.
고탄수화물 식이와 고지방 식이가 소화불량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영양소 구성과 관계없이 상복부 불편감, 팽만감, 꽉 찬 느낌이 발현돼 내장과민성이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구역이나 명치 통증은 고지방 식이에서만 발현돼 지방이 일부 소화불량 증상과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까지의 근거로는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에서 지방 식이는 내장과민성을 증가시키고, 위 운동을 저하시켜 위 배출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그림1). 이런 측면에서 기름에 튀긴 음식, 우유 및 유제품이 흔하게 소화불량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커피, 술, 탄산음료, 초콜릿, 바나나, 붉은 고기, 향신료, 밀가루 음식도 등도 흔히 소화불량과 연관돼 있다.
과민성장증후군에서 포드맵 음식의 역할이 잘 연구된 것과는 달리 포드맵 식이와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소화불량 환자에서 저 포드맵 식이를 시행하면 증상이 호전됐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는 아마도 많은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들이 과민성장증후군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저 포드맵 식이로 인해 동반된 과민성장증후군 증상이 감소되면서 전체적인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생각된다.
식이의 종류 뿐만 아니라 식습관 역시 기능성 소화불량 발현에 중요한데, 불규칙한 식사습관, 과식, 빨리 먹는 습관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강식 혹은 보약에 대한 개념 때문인지 음식이 본인의 증상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뭘 먹으면 좋을지 물어보곤 한다. 그러나 소화불량 환자에서 피해야 할 음식에 비해 추천할 만한 음식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쌀, 차, 생강과 관련된 연구가 있으나 제한적이다. 밀가루 등 다른 탄수화물과는 달리, 우리가 주식으로 삼는 쌀은 소장에서 소화 흡수되기 때문에 가스를 적게 생성하고 음식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아 소화불량증 환자, 특히 식후 포만감이나 복부 팽만이 주 증상인 경우 추천할 만한 음식이다(그림2).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의 식이 및 생활습관 조언
위식도역류질환은 역류를 막아주는 인자들의 단독 혹은 복합적인 기능장애와 식도내 역류물질을 효과적으로 청소해주는 기능의 장애로 인해 발생한다. 병태생리로는 일시적인 비정상적 하부식도조임근 이완 같은 항역류 기능 약화, 식도의 연동운동 저하를 통한 식도청소능 감소, 위배출 장애, 식도열공허니아(hiatal hernia) 등을 들 수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의 치료는 현재 프로톤펌프억제제를 기본으로 한 약물요법이 근간을 이루고 약물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일부 환자에서 수술 등이 적용되고 있다. 그 외 생활습관 개선과 식이조절 등이 일부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위식도역류질환에서 금연, 과음 피하기, 지방식 피하기, 체중 줄이기 등 생활습관 개선의 치료효과에 대한 임상 자료는 부족하지만 경험적으로 특정한 식이나 생활습관의 조절은 일부 환자에서 도움이 된다.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에서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식생활 습관으로는 늦은 저녁식사를 들 수 있다. 미국 소화기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에게 식사 후 3시간 이내에 수면을 취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리고 한 번에 많은 양의 식사를 피하는 것이 좋다. 수면시 눕는 자세에 대해서는 상체를 높이는 것이 유리한데, 특히 야간 산분비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눕는 자세 중에서 좌측으로 눕는 것이 우측 또는 똑바로 눕는 것에 비해서 산 역류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음주는 가스트린 자극을 통해 산분비를 증가시키기도 하지만 하부식도조임근의 압력을 낮추고, 자발적인 하부식도조임근 이완을 증가시키며 식도 연동과 위 배출운동성을 저해해 위식도역류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금주가 위식도역류질환 증상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더라도 위와 같은 이론적 기전과 함께 금주 후에 식도운동성 이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권고할 필요가 있다. 탄산음료 섭취는 대규모 역학연구에서 야간 속 쓰림의 예측 인자로 보고된 바 있으나 탄산음료 중단이 위식도역류질환 증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다. 담배의 경우 몇몇 역학연구에서 위식도역류질환 증상과 흡연과의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권고는 커피를 줄이라고 하는 것인데 의외로카페인과 위식도역류질환과의 연관성은 여려 연구에서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모든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들에게 커피나 카페인류를 제한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커피나 카페인을 섭취한 후 속쓰림이 악화된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종종 경험하므로, 카페인 섭취로 인해 증상의 악화를 경험하는 환자들에게는 카페인을 회피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위식도역류질환의 병태생리는 음식 외에도 여러 인자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므로 특정 음식의 일률적인 제한이나 권고는 아직까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은 여러 가지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위식도역류질환의 식이요법은 주된 영양소에 따른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환자에게 많은 음식을 제한하는 것은 환자의 적절한 영양섭취를 제한할 수 있으며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식이 조절에 대한 일반적인 조언은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환자 개개인에 따라서 증상의 악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인자가 명백히 있는 경우에 한해서 식이 조절 권고를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기능성 위장관질환은 음식에 의해 유발되거나 악화되는 증상들이 많기 때문에 환자들은 음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의사들과 상담을 하기 원한다. 하지만 과민성장증후군 외에 기능성 소화불량 및 위식도역류질환의 경우 아직 연구가 많지 않고 이론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실제 임상에서는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환자에게 식이 및 생활습관에 대해 적절히 조언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오늘 내용을 요약해보자. 기능성 소화불량의 경우, 규칙적인 식사습관, 과식 피하기, 천천히 먹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과 지방이 많은 음식(기름진 음식)이 증상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밀가루 음식보다 쌀로 만든 음식이 증상을 덜 일으킨다는 것을 알려주고 본인이 섭취했을 때 증상을 유발하는 음식은 피하게 하는 것이 좋다. 위식도역류질환의 경우, 늦은 저녁식사 또는 야식과 과식을 피하며, 임상 자료는 부족하지만 음주, 탄산음료, 담배, 카페인 등이 증상과 연관될 수 있으므로 이들을 삼가도록 권유한다.
대한소화기기능학회에서는 환자와 의료인을 위한 여러 기능성 소화기질환에서 음식 관련 지침을 '음식설명서' 형태로 2017년 제작해 배포했고 이를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했다. 바쁜 진료실에서 이를 이용해 환자에게 설명하거나 환자에게 설명서 사이트를 알려준 후 읽어보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진료결과를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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