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도 고지방 위주의 식사와 운동 부족 등 비만을 부르는 생활습관으로 인해 간에 지방이 침착되는 질환을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한다.
식습관이 점차 서구화되고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국내 남성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지난 19년 새 11%p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증가세를 고려하면 10년 뒤엔 우리나라 남성 5명 중 2명(39.1%) 꼴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게 될 거란 암울한 전망이 최근 제시됐다.
5일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국제진료센터 강서영 교수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1998~2017년)를 바탕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비만, 복부비만의 국내 유병률 추이를 분석한 뒤 각 질환의 향후 유병률을 예측했다.
국내 남성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1998년 19.7%였던 데 비해 지난 19년 간 11%p 상승해 2017년에는 30.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조인포인트 모델(joinpoint model)을 이용해 향후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을 예측한 결과 2030년에는 39.1%, 2035년에는 43.8%의 남성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갖게 될 것으로 파악됐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방치하면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고 심한 경우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악화할 수 있다. 국내 남성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할 걸로 분석됨에 따라 주요 원인인 비만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을 조기에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번 연구의 분석 인원은 19세 이상 성인 4만여 명(남성 10,870명, 여성 30,078명)으로 과거 간염이나 간경변과 같은 간질환을 앓은 적이 없으며 1회 알코올 섭취량이 30g 이하로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1998년부터 2017년 사이 남성의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22.9kg/m2에서 24.5kg/m2로 2kg/m2 정도 늘었고 평균 허리둘레도 81.9cm에서 86.1cm로 4cm 가량 증가했다.
체질량지수가 25kg/m2 이상이면 비만, 허리둘레가 90cm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간주되는데 이에 따른 비만 및 복부비만 남성의 비율은 지난 19년 사이 각각 17.5%p(22.3%→39.8%), 15.4%p(17.8%→33.2%) 늘었다.
비만과 복부비만 남성의 비율이 늘어난 데는 생활습관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방 섭취가 하루 전체 에너지 섭취량의 30% 이상인 남성의 비율도 19년 전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아졌고 신체 활동량이 부족한 남성의 비율도 현저히 증가했다.
2035년에 이르면 비만하거나 복부비만이 있는 남성 비율은 각각 65.0%, 52.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19~49세의 젊은 남성에서 비만한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인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2035년에는 20~40대 남성 중 74.5%가 비만, 60.0%가 복부비만, 58.5%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겪을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지방만 침착되고 간 손상은 없는 경미한 경우가 많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간세포가 손상되는 간염과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 악성 종양인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일과 학업 등으로 바쁜 현대인은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고 식사도 고열량의 인스턴트 식품으로 간단히 해결해 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엔 코로나19까지 겹쳐 배달음식 섭취는 늘고 운동량은 줄어 비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만 예방을 위해 섬유질이 풍부하면서 지방 및 단순당 함유량은 적은 채소와 단백질이 많은 생선 등을 섭취하고 틈틈이 운동해 신체활동량을 늘릴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확장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E)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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