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10.02 08:22최종 업데이트 24.10.0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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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 '정신질환 의료인 진료 현황' 발표?…의료계 "의료인 무조건적 악마화"

추경호 의원, 법적 '정신질환자' 아닌 상별코드 바탕으로 한 정신질환 발표…정신과의사회 "반인권적 통계 발표 개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의료인 현황'을 발표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의사회는 의료인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정신질환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해당 자료를 발표한 것이 의료인을 악마화하고, 정신건강 문제를 치료받는 의료인에게 낙인을 찍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추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정신 질환 진단을 받은 의료인 현황' 등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5년간 연평균 6228명의 의사가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추 의원은 이들에 의한 진료와 수술은 연평균 2799만건으로 집계됐으며, 세부적으로 조현병, 망상장애 진단을 받은 의사가 연평균 54명으로, 이들은 15만1694건의 진료·수술을 했다고 전했다.

현행 의료법 8조(결격사유)는 정신질환자 및 마약 중독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정신질환 의료인의 규모나 완치 여부 등을 확인·조치하는 자격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2007년 의료법 전부개정 후 정신질환 등으로 의료인 자격이 취소된 것은 2017년 간호사 1명이 조현병으로 면허 자격을 자진 취소 요청한 사례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신건강의학의사회는 해당 발표에 대해 "당사자의 동의없이 결코 유출돼서는 안될 상병코드 적용 사례를 혼동한 국회의원의 무지하고 반인권적인 통계발표"라고 개탄했다.

실제로 해당 자료는 의사가 진료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한 상병 코드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의료법상 의료인의 결격사유인 정신질환자를 조사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의사회는 "정신건강복지법 3조 1항에도 나오듯, 의료인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정신질환자'는 망상이나 환각, 사고나 기분 장애로 인해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이라며 "정신건강의학의 기술 진단과 전문가가 판단한 환자의 전체적 능력치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중등도 이상의 치매나 치료 보호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행위를 한 것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는 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기본적으로도 법적인 테두리를 바탕으로 해 경증부터 중증과 현실검증력 유무의 차이, 자타해의 위험성, 인지기능 등 세분화된 체계에 대해서 반드시 전문가의 의견이 뒷받침 돼야 한다. 국회의원이 법을 근거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정신질환'으로 광범위하게 발표했다면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료인이 국민건강보험 수진자로서 직업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닌데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인으로서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이용해 통계를 추출했다는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의사회는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의료인은 최근 5년 이내를 조사한 것인데, 의료인이 되는 시점에서의 자료도 아니고, 개인정보 제공에 대해 동의를 받지 않고 추적조사를 한 것을 바탕으로 했다. 만약에 의료인의 정신질환 실태에 대해서 조사를 할 계획이었다면, 해당 의료인에게 동의를 받거나, 일부 국가처럼 전원에 대한 선별 검사를 제공하여 이를 바탕으로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의사회는 "기능 저하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질병을 이유로 직업과 자격을 제한할 수는 없다. 현실판단의 어려움, 자·타해의 위험이나 인지기능의 장애는 단순히 진단명 자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면허라는 것은 어떤 특수행위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허가이므로, 해당 직업을 수행하는 기능상의 문제를 해당 시점에서 평가한 것도 아니고, 단순하게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경력을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설령 의료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올바른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왜 하필 이 시점인가"라며 "기존 의사들은 문제가 많다는 식의 프레임을 씌워 현재의 의료대란에 대해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 및 황당한 해결책을 합리화하는 발표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된다. 자격없는 의료인에 대한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면, 무조건적인 악마화보다는, 전문가 집단 자체에 자정 작용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해당 발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에서 발표한 편견 해소 및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한 국민 정신건강 증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의사회는 "국제 학술지에도 의료인들이 면허에 대한 우려로 정신건강 문제를 치료받기 꺼려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신질환도 아닌, 단지 정신건강 문제를 치료받는 의료인에게 낙인을 찍는다면, 의료인들이 자신의 정신건강문제를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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