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12.30 23:22최종 업데이트 24.12.3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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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진 1명 90분, 하루에 최대 8명 진료...메이요클리닉 교수의 '워라밸'

[인터뷰] 메이요클리닉 송조은 교수 "진료 대신 연구도 가능한 환경...안타까운 한국 의정갈등, 미국 의사 도전도 충분"

 
메이요클리닉(MayoClinic)에서 1차 진료를 맡는 송조은 교수(Song Joanne)는 미국 의사되는 길은 어렵지만 도전하면 길이 있다고 말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미국 메이요클리닉 송조은 내과 교수는 1차 진료 의사로 일하고 있다. 소위 'VIP'라고 불리는 유수 기업 임원들이나 국제적인 왕족들이 많이 온다. 미국 내에서 보험 진료를 받기를 원하는 일반 환자들도 있다. 또는 메이요클리닉의 진료를 받고 싶은 환자들이 몇 개월씩 대기하다가 병원을 찾기도 한다. 송 교수는 일주일 정도 호텔과 병원에 머무르는 환자들에게 초진을 하고 필요한 검사를 의뢰한다.
 
보통 송 교수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환자 진료를 한다. 초진 환자 1명당 90분씩 오전 2명과 오후 2명을 진료한다. 그 다음 재진환자는 중간에 3, 4명 정도 진료한다.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 수는 다 합쳐서 7, 8명이다.
 
송 교수는 90분 동안 어떤 진료를 할까. 일단 메이요클리닉에는 몇 개월씩 대기해서 오는 환자들이 많다 보니 검사기록이나 차트를 상자채로 들고 오기도 한다. 질문도 많다. 그러다 보니 90분이라는 시간이 오히려 모자랄 때도 많다.
 
송 교수는 “90분에는 환자의 차트나 검사기록을 검토하는 시간도 포함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검사하는 데도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미국은 정부가 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려면 서류정리가 잘 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서류정리에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의정갈등 상황 안타까워…만족도 높은 미국 의사 도전도 충분 
 

송조은 교수는 지난 11월 한국에 머무르면서 여러 병원과 기업들을 두루 둘러봤다. 일단 송 교수가 바라본 한국 병원이나 기업의 특징은 좁은 공간에서 연구비가 제한적이어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송 교수는 “한국은 어떻게 하루에 1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는지 신기할 때가 많았다. 한국 병원들을 둘러보며 이제서야 의문이 풀렸다. 그만큼 의사들의 열정과 사명감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송 교수는 현재 의정갈등 상황과 관련해 “전공의, 의대생들이 병원과 학교를 떠나 있다. 똑똑하고 열정이 많은 이들이 한국 의료의 미래를 보지 못하고 빠져나간다면 국가적으로 너무 큰 손실”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편으론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데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만약 미국을 진출하고자 하는 의대생과 전공의라면 어떤 준비가 도움이 될까. 송 교수는 “미국이란 나라는 매우 크기 때문에 잠재력이 있어도 빛이 발하는 순간까지가 오래 걸릴 수 있다”라며 “일단 문화 차이가 있다. 한국 사회는 겸손함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자라온 환경 대비 인정받기 위해선 자신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의사의 직업적 만족도가 높은 것은 미국 의사에 도전해 볼만한 점이다. 송 교수는 “미국 의사로 살아가는 일상을 보면 환자에 대한 열정과 일에 대한 만족도가 크고 일하는 환경이 좋다. 그만큼 보상이 뒤따르고 하고 싶은 연구에 대한 지원도 많이 받는다”라며 “물론 미국 의대는 학부가 아니라 대학원 개념이어서 메이요클리닉 의사가 되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본인이 하고자 하는 방향만 뚜렷하다면 미국 의사생활 자체는 만족스러울 수 있다”고 전했다.
 
송 교수는 “미국 의대가 아닌 타국 의대 출신은 레지던트 매칭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며 “전공 분야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워라밸로 진료 대신 연구까지...AI+노화+질병예방 연구 주력 

송 교수는 “메이요클리닉 의사는 워라밸을 지킬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치지 않으려면 워라밸이 지켜지면서 괜찮은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라며 “하고 싶은 연구 아이디어가 있을 때 환자 진료시간을 빼면서까지 별도의 지원을 받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메이요클리닉은 주니어 교수들에게 2년간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 송 교수는 연구주제를 주제를 노화와 인공지능(AI)으로 잡았다. 마침 송 교수는 미국에서 의과대학원을 졸업하기 전에 존스홉킨스대에서 의공학을 전공해 공학을 공부한 이력도 있다. 
 
그는 “의학을 배우기 전에 공학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독특한 재능이 된다”라며 “많은 환자가 메이요클리닉에 와서 어떻게든 자신의 병을 고칠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다양한 기술을 배우면서 환자 치료를 돕고 싶다”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AI 분석을 활용해 노화 과정을 잘 이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송 교수는 "예를 들어 심전도(EKG)나 의료영상을 사용해 생물학적 나이를 예측하고 이를 연령대와 비교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라며 "디지털 헬스 기술을 통해 건강한 노화와 장수를 촉진하는 방법도 연구하고자 한다. 건강한 생활 습관의 변화를 유도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의 적용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송 교수는 “AI가 진단을 돕고 적절한 치료법을 추천하면 의사들의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10년 안에는 AI를 활용한 다양한 진단이나 치료가 병원 내에서 쓰일 수 있다. 그때까지 연구기반으로 AI의 효과성 외에 환자 편의성까지 다양하게 증명해볼 수 있는 연구를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마지막으로 “메이요클리닉에서 양질의 데이터를 함께 연구할 AI 데이터 엔지니어를 찾고 싶다”라며 “앞으로 한국에 있는 기업들과 병원과 같이 공동연구를 하면서 AI에 따른 질병 예방과 노화 속도 줄이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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