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유발하는 무분별한 보도를 자제하고 정부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환자가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9일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병의협은 "최근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에 대한 잦은 보도로 국민들은 자신도 언제든 조현병 환자의 예측 불가능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심지어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범죄자의 정신질환 병력을 우선 의심하고 조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병의협은 "하지만 경찰청 통계를 보면 전체 강력 범죄 중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0.04%에 불과하다"며 "조현병은 조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국민들의 우려와 달리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하지만 최근 잘못된 법 개정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조현병 환자들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며 사건사고의 위험성이 증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정부는 지난해 5월 전면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며 입원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퇴원 요건은 완화해 환자의 인권을 향상시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며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이면서 자해 타해 위험이 있어야만 환자의 입원과 3개월 이상 계속 입원치료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의학적으로 자해 타해 위험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측정 도구는 없다"며 "오로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 판단이 존중되어야 조현병 환자가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하지만 현실에서 전문가의 판단은 2차 진단의사와 입원적합성심사, 계속입원심사를 거치면서 사실상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5월부터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전국적으로 설치돼 입원 과정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절차상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주증상의 치료 완료 여부와 상관없이 퇴원명령이 내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반드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퇴원해 지역사회에 거주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병의협은 "정신건강복지법은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한 정신질환자 입원환자라도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으면 1년 범위 내에서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시·군·구청장에게 외래치료명령을 청구 가능하도록 '외래치료명령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하지만 이 법은 실제 현장에서는 보호자의 거부 또는 외래치료명령 대상자에 대한 관리인력 부족, 입원 중이 아닌 지역사회 거주 환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 등의 문제로 사실상 안정적인 치료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병의협은 "조현병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보장하고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며 "선입견을 유발해 조현병 환자의 사회 적응을 어렵게 하고 조현병 환자가 스스로 치료 받을 기회를 놓치게 하는 무분별한 보도를 지양하고 언론사에 공정하고 신중한 보도를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병의협은 "조현병 환자의 인권은 입원하지 않는다고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치료 받을 기회를 제공받고 범죄자의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향상된다. 정부는 정신질환자가 적법하고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고 현실성 있는 치료 인프라를 구축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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