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지난해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대응을 놓고 전공의단체와 갈등을 벌이기도 했던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이 "올해는 의료계가 의료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아갈 수 있도록 내부 단결과 협력,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 역시 "과거 의학회로 대표되는 교수 직역과 대한전공의협의회로 대표되는 전공의 직역 간 갈등이 있었음을 인정한 가운데, 향후 정책 방향은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단일화된 목소리가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의학회에 당부했다.
23일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에서 대한의학회 2025년도 정기총회가 개최됐다.
이날 이진우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난해 우리는 정부의 상식을 벗어난 의대 입학 증원 발표로 인해 큰 혼란과 고통 속에서 한 해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의료 선배들이 구축해 온 선진국 수준의 의료 시스템이 아주 짧은 시간에 붕괴되는 현상을 경험했다”며 “의료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동안 우리나라 의료는 극심한 혼란과 퇴고를 겪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고를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의학회가 지난해 10월, 의료계의 우려와 반대 속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빠진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설명했다.
이 회장은 “많은 반대 속에도 정부의 의료 파괴 행위를 막고 잘못된 정책 강행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며 “이 자리에서 의학회는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 의평원 관련 대통령령 개정, 2025‧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하는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협의체 내에서 의학회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구체적인 조정안을 제시했다. 또한 2026학년도 증원 유예와 함께 합리적인 기구를 신설해 2027년 이후 정원 논의를 진행하자는 제안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하지만 당시 정부는 어떠한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고, 정부와 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에서 의학회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으며, 국민과 의료인에게 이를 보고하고 탈퇴했다”고 경과를 전했다.
그러면서 “비상 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및 의료인의 복귀와 불응 시 처단 표현을 쓴 것은 정부의 현실을 여설히 보여줬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다행히도 1월 10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과 표명, 계엄 포고령에 대한 해명 등이 있었다. 이는 의료계와 정부 간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되길 희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 회장은 “2025년 새해에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도록 일상을 회복시켜야 한다. 또 의대생과 전공의가 학업과 수련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스승으로서 선배로서 역할을 고민하고 구체적 실행 방안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며 “올해는 의료계가 의료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의료계 내부 단결과 협력,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학회는 ▲의료인력추계기구 ▲필수의료 ▲지역의료 ▲기초의학 ▲전공의 수련 등 5개 TF팀을 운영해 현안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 자료 축적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나아가 전문의 제도의 흔들림 없는 유지를 위해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 수가 평년의 20% 감소했음에도 예년과 같은 수준의 전문의 자격 시험 관리와 출제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어 전임 임현택 회장의 탄핵 이후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김택우 신임 회장이 축사를 통해 의학회에 당부를 전했다.
김택우 회장은 ”협회는 그간 정부에게 2025년 정원 증원으로는 교육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전달했고, 정부에게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먼저 마스터플랜을 내 놓는다면 협회는 2026년도 정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도 여러 차례 밝혔다“며 ”협회는 이러한 계획에 따라 추후의 일들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환자와 교수, 전공의,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며 ”협회는 수련평가위원회의 독립성뿐만 아니라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서 질 높은 교육이 가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회장은 그간 의학회와 전공의 직역이 마찰을 빚었던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실 의학회와 전공의협의회 간 보이지 않은 의견 충돌이 있기도 했다. 허나 두 단체 간에 이견이 있기는 했으나 목표점은 같다고 보고 있다“며 ”이러한 갈등은 협회장으로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현재 여러 곳에서 협회에 대해 우려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의협의 방향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방향은 각 단체에서 많은 의견을 줄 수 있지만 협회를 중심으로 단일화된 목소리가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사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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