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9.26 13:59최종 업데이트 20.06.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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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으로서 부동산은 마음이 편하다

[칼럼] 박원갑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WM스타자문단

[KB Doctor's 자산관리 전문가 칼럼] 부동산, 세무, 투자전략 등 KB금융그룹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WM스타자문단의 연재 칼럼을 통해 지혜로운 자산관리를 위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KB Doctor's 자산관리 전문가 칼럼과 관련한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이메일(KBG105781@kbfg.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1. 2019 부동산 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2. 올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동산 절세 포인트​
3. 2019년 자산배분 전략
4. 상가 투자는 세입자와 공동 창업하는 것​
5. 1가구 1주택 비과세… 바뀐 세법에 주목해야
6. 신흥국 주식과 채권 시장에 부는 훈풍
7. 건물주 첫걸음, ‘상가주택’ 투자의 모든 것
8. 세법상 자산 평가기준과 특수관계자간 거래시 유의사항
9. 금융 시장 분석 및 투자 전략
10. ‘뜨거운 감자’ 상속과 증여의 문제, 쟁족을 아십니까
11. 임대사업자 등록해도 집 한채 더 사면 양도세 중과 폭탄 맞을 수도​
12. 신흥국 주식과 채권 시장에 부는 훈풍
13. 2019년 하반기 이후 주택 시장 전망
14. 주택 수에 포함되는 입주권…매각 때 양도소득세는 중과세 되지 않아
15. 환율 전쟁의 아픈 역사가 반복될 것인가​
16. ‘보험’으로서 부동산은 마음이 편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후를 준비하는 수단으로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부동산도 무리한 투자는 후유증을 낳는다. 건강에 대비해 준비하는 보험처럼 안전망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으로 접근한다면 노후에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자템이 될 것이다.

최근 두 달 새 종신보험과 실손보험을 잇달아 가입한 샐러리맨 전상국(가명, 45세) 씨는 마음이 놓인다. 두 개의 보험에 가입해뒀으니 사고가 나거나 아파도 돈 걱정을 덜 수 있어서다. 만약 전 씨에게 아무 일이 없다면 당장 탈 수 있는 보험금이 없어 생활에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날은 알 수 없는 일. 이렇다 할 재산이 없는 그에게 보험은 심리적·재정적인 안정 효과가 크다. 전 씨는 “보험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무슨 일이 생겨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안심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상가주택을 경매로 낙찰한 송진국(가명, 65세) 씨. 그는 매달 상가주택에서 월세 210만원을 받는다. 약간의 국민연금에 월세를 보태면 노후 생활비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족하고 산다. 그동안 큰 수익을 얻기 위해 주식형 펀드 등 각종 금융 상품에 가입했지만 오히려 손해만 봤다. 직접 주식 투자를 할 때 주가가 떨어지는 날에는 밤잠을 설쳤다. 지금 상가주택은 시세 차익을 크게 기대하기 힘들고 임대수익률도 연 3.9%에 그치지만 마음은 편하다. 그는 “상가주택이 오르는 것보다 월세만 안정적으로 나오면 된다는 생각이다. 확실히 주식보다 신경이 덜 쓰인다”고 말했다.

전 씨의 보험과 송 씨의 상가주택은 불확실한 미래의 삶을 보장하는 완벽한 자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상의 포트폴리오 역시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나마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라는 점,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완충 장치 역할은 해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험과 부동산은 서로 닮았다.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저성장 시대에 부동산은 일종의 보험이라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대박보다는 쪽박을 피하는 수단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다. 사실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는 노후 대책은 바위처럼 굳건한 게 아니라 흔들리는 사적 안전망이다. 부동산에 대한 맹목적 사랑은 위험하다. 부동산은 당신을 영원히 지켜주지 않는다.

과열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과도한 대출을 안고 투자했다가는 언제든지 당신을 배반할 수 있는 자산이 부동산이다. 부동산이든 다른 자산 투자든 무리한 투자는 후유증을 낳는다는 것은 공통의 진리다. 부동산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론이나 예찬론은 금물이다. 이제는 부동산의 상대적 가치를 따지는 게중요하다. 부동산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주식 같은 변동성 자산보다는 덜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주식보다는 심하게 요동치지 않아 멀미 날 일이 없다. 사기를 당하지 않는 한 투자금을 다 날릴 가능성도 낮다. 실물자산은 휴지가 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부동산이 자산 구성에서 여전히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노후 설계에서 부동산의 가치를 좀 더 논의해보자.

때로는 차선이 현명하다

‘복팔분(腹八分)’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복팔분은 위를 80% 정도만 채워 다소 덜 먹는 식습관이다. 일본 속담에 복팔분의 습관을 지키면 의사가 필요 없다고 했다. 당장은 위를 꽉 채우는 것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약간 부족한 듯 먹는 게 오히려 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복팔분의 지혜는 나이 들어 자산 재설계를 할 때도 그대로 통용된다. 즉, 당장의 최선보다 차선
의 선택이 나을 수 있다는 슬기다.

어르신들로부터 ‘조금 부족하더라도 마음 편한 게 낫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최고의 수익률은 누구나 추구하고 싶은 목표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수반되는 게 있다. 바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는 성격이라면 최고보다는 한 단계 아래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혹시 요즘 돈 문제로 머리가 아프다면 자산의 가짓수가 너무 많지 않은지, 너무 고수익 구조로 설계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라.

부동산 자산은 금융 자산보다 비효율적이고 때로는 비합리적인 자산이다. 합리적인 포트폴리오 구성 측면에서 보면 나이 들어 부동산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내 마음이 편안하다면, 부동산은 무조건 배척의 대상은 아니다. 즉 부동산은 자산 설계에서 플랜 A(최선)가 아니라 플랜 B(차선)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사람에 따라 플랜 B가 플랜 A보다 나은 경우도 있다. 요컨대 나이 들어 부동산은 효율적인 자산관리는 아니어도 현명한 자산관리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재산 불리기보다 망하지 않는 법을 배워라

“그냥 공을 넘기기만 하면 이긴다.” 일반인이 모여 하는 동네 아마추어 족구를 가만히 지켜보라. 응원석에서 앉아 있으면 안전 위주의 경기를 주문하는 함성을 자주 듣게 될 것이다. 동네 아마추어 족구에서는 무리한 공격은 오히려 화를 부른다. 침착하게 네트 너머로 공을 잘 넘기기만 하면 승자가 될 수 있다. 말하자면 실수하지 않는 게 동네 아마추어 족구의 승리법이다.

일반인은 부동산이나 금융 재테크를 전업으로 할 수 없다. 바쁜 생업 탓에 아마추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에게 필요한 것은 동네 아마추어 족구처럼 실수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재테크를 ‘재산 불리는 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이 들어선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잃지 않는 법, 망하지 않는 법, 거덜 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재테크를 잘못했다면 모를까, 재테크를 하지 않아 노후에 파산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무리한 투자는 반드시 후유증을 동반하고, 그나마 있는 재산을 다 날릴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큰돈을 벌고 싶은가.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닮고 싶은 부자는 시장을 통해 부를 늘리지 않고 유지할 뿐이다. 즉 갖고 있는 돈을 시장에서 탈탈 털리지 않고 지키는 능력이 부자의 마인드이고, 노후에 가장 새겨들어야 할 금언이다.

통섭의 관점으로 자산을 관리하라

노후 자산 재설계에서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키포인트는 부동산과 금융 자산이라는 이분법적 분류법에 함몰되지 않는 것이다. 부동산은 실물이 존재하고 금융 자산은 실물이 없으므로 쉽게 분류할 수 있어 유용하다. 다만 노후 자산 재설계에서 물리적인 분류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이른바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나이 들어서는 위험 자산은 줄이고 안전 자산을 늘리는 게 좋다. 나이 들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부동산을 줄이라는 주문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입지와 상품에 따라 부동산이 위험 자산이 될 수도, 비교적 안전한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부동산이 위험 자산이라고 판단된다면 당연히 줄이는 게 현명할 것이다.

반대로 안전 자산 성격이 강하다면 오히려 늘리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부동산이든 금융 자산이든 100% 안전 자산, 즉 절대적 안전 자산은 없다. 특정 자산에 대한 무조건적 예찬이나 폄하는 금물이다. 무엇보다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즉 굳이 칸막이로 나누기보다 통섭(융합 또는 통합)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이제는 부동산을 볼 때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을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분할까.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마음이 편안하면 늘리고 신경이 많이 쓰이거나 불안하면 줄여라.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산업 단지나 기업이 들어서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의 부동산, 골목길보다는 대로변 부동산, 가격이 급등락하지 않은 부동산, 불황에 강한 초역세권 부동산은 상대적 안전 자산이므로 늘려도 좋다. 하지만 비안전 자산에 속하는 부동산은 시기를 따지지 말고 줄여라. 개인적으로 가장 큰 위험 자산은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에 요란하게 광고하는 부동산인 것 같다. 거칠게 말해 길거리의 현란한 플래카드 광고를 보고 부동산을 사지만 않아도 노후 삶이 덜 고달파진다.

부러워하면 진다

‘임연선어(臨淵羨魚)’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못에서 고기를 부러워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중국 전한 시대의 책 <회남자>에 ‘못에서 물고기를 보고 부러워하느니 돌아가서 그물을 짜는 게 낫다(臨淵羨魚不如退而結網)’는 말을 줄인 것이다. 헛되이 행복을 바라기보다는 물러서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나 자신은 왠지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부러워하면 진다’는 요즘 유행어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행복의 첫 출발’이라고 한 소설 <꾸뻬 씨의 행복여행> 속 주인공의 말은 노후 재설계에도 적용된다. 만점짜리 답안을나에게 기계적으로 접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남의 답안이지 내 것은 아니다. 부동산 재설계는 1, 2, 3안을 설정한 뒤 자신의 형편에 맞는 최적의 안을 고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충남 공주에 사는 박송진(가명, 57세) 씨는 여유자금 10억원으로 다가구주택을 사서 월세를 받고 싶다. 오로지 향후 재산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서울을 영순위로 꼽을 수 있겠지만 거리가 너무 멀고 관리하기 어렵다는 게 부담이었다.

그다음 평택시를 2순위, 천안시를 3순위로 생각하고 저울질했다. 열흘을 고민하고 현장을 방문한 끝에 박 씨는 3순위인 천안시를 최종 선택했다. 승용차로 30분 거리라서 관리가 가능한 데다 대학가가 많아 주택 임대사업을 하기 좋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평택도 나름 장기적 비전은 높았지만 노모 봉양 문제로 가급적 근거리에 투자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박 씨는 “돈 많은 사람을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 자신의 자금력이나 지역 등을 요모조모 따져 답을 찾는 게 슬기로운 부동산 재설계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30% : 30% 룰’ 지켜라

“대출을 얼마 받는 게 적정한가요?”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에게 의외로 자주 듣는 질문이다. 보험으로서 부동산을 바라본다면 대출금은 집값의 30% 이내에서 빌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또 매달 갚는 대출 원리금이 월급의 30% 이내가 바람직하다. 집값이 크게 오른다면 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대의 대출로 최대의 수익을 거두는 효율적인 자산관리 전략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고령화와 저출산의 영향으로 이미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한 레버리지는 언덕이 아니라 무거운 짐이 될 뿐이다. 레버지리는 결과를 확대할 뿐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연을 날릴 때는 연줄을 모두 풀지 않는다’는 증시 격언은 교훈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30%:30% 룰’은 무리하지 않는 보수적 투자자가 갖춰야 할 대출의 한도다. 집을 산다는 것은 생애 최대 쇼핑이라고 할 정도로 목돈이 들어가는 만큼 대
출은 필수적이다.

효과적인 내 집 마련의 방법은 없을까. 필자가 추천하는 내 집마련 방법은 점프 전략보다는 사다리 전략이다. 점프 전략은 대출이라는 지렛대 효과를 통해 단박에 목표를 이루려는 전략이지만, 사다리는 두세 번에 걸쳐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올라가는 전략이다. 처음부터 너무 비싼 집을 택하기보다 애초 생각보다 한 단계 낮은 아파트를 사서 거주하다가 돈을 모아 좋은 곳으로 옮기는 단계별 방안이다. 수익형 부동산을 사더라도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30% 이내가 좋을 것이다.

만약 대출 이자를 비용 처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그 이상의 대출을 낸다고 하더라도 50%를 넘지 않는 게 좋다. 그리고 3개월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나 여유 자금을 항상 마련해둬야 한다. 갑자기 세입자가 나가면서 보증금 반환과 공실에 따른 비용 등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집을 사든 건물을 사든 보수적인 스타일이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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