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보건대학원 신영석 교수 의료이용 합리화 방안으로 ‘한국형 통합·연계 의료 체계’ 제안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한국형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책임의료기구)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미국이 운영하는 ACO는 의료기관들이 지역 단위로 협동해 환자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의료의 효율이 높아져 의료비가 절감되면 그 수익을 지역 단위 의료기관들이 나눠 갖도록 해 의료의 질 향상과 비용 감축을 동시에 추구하는 의료체계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4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형 통합·연계 의료 체계’를 소개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진료비, 의료비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총진료비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증가세가 대폭 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2년간 연평균 7.4% 증가하며 2022년 100조원을 넘었다. 국민의료비 역시 같은 기간 연평균 8.6% 늘어 200조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현상의 기저에는 현행 행위별 수가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신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기술 발달 등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질이 아닌 양에 대한 보상이라 비용을 조장한다. 이에 부담을 느낀 모든 나라들이 다른 제도로 바꿨다”고 했다.
이에 신 교수가 구상하는 한국형 통합·연계 의료 체계는 미국의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책임의료기구)를 국내 상황에 맞게 수정한 단일 보험자·다중 네트워크 형태다.
지역내에 의료기관들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해 매년 평가와 보상을 실시한다. 네트워크 단위에서 해결이 어려운 중증환자는 네트워크에서 제외된 상급병원에 의뢰하자는 게 신 교수의 제안이다.
그는 또 환자들에게는 자율적으로 네트워크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본인부담과 보장성 차등을 통해 네트워크 가입을 유도하자고 했다.
진료비 지불 방식으로는 초기에는 행위별 수가제, 중장기적으로는 가입자당 리스크 조정(Risk-Adjusted) 정액 도입을 주장했다.
행위별 수가제에 네트워크 당 목표 의료비를 설정해 이를 달성한 기관에겐 절감된 금액의 50%에서 80%까지 탄력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부합하지 못한 기관의 추가 비용은 공급자와 보험자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식이다. 의료의 질, 환자만족도, 환자안전 등 평가체계를 구축해 일정 기준을 달성한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별도의 추가 보상도 주어진다.
신 교수는 “제도 도입을 위한 사전 정비 작업과 제주도에서 약 5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전국적인 본사업으로 확대하자”며 “이를 통해 시장 원리에 따른 의료공급량 조절, 의료이용체계 합리화, 의료시장 투명성 제고, 관리운영비 절감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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