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강추위가 계속되면 최씨처럼 소화불량증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통계정보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기능성 소화불량' 진료인원은 12월~1월 77만4965명(월평균 7만7497명)인데 비해 2월~11월은 331만9506명(월평균 6만6390명)으로 추운 겨울철에는 그렇지 않은 계절에 비해 진료인원이 17%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화불량증은 위장 점막의 손상이나 위액 같은 소화효소 분비의 문제 등으로 생길 수도 있지만 위장 운동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장 운동 기능 이상은 겨울철 낮은 기온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으며 신체 활동량이 너무 부족한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낮은 온도가 자율신경에 영향 미쳐
우리 몸이 과도한 추위에 노출된 경우, 일시적으로 위장 기능이 저하돼 소화불량, 식욕감퇴, 위장장애, 변비, 설사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전문의들은 "낮은 온도가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이 같은 증상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차가운 공기에 배가 장시간 노출되면 열을 빼앗겨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어 소화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의견도 있다.
뿐만 아니라 겨울철 실내외의 급작스러운 온도차에 따른 신체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소화기능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뇌 중심부에 있는 시상하부에는 온도조절중추가 있어 외부의 기온이 높건 낮건 그에 맞춰 혈관을 확장 및 수축시킴으로써 신체의 온도를 36.5도로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체의 조절기능은 실내외의 급격한 온도차에 의해 부조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음식을 특별히 잘못 먹은 적도 없는데 이유 없이 소화가 안되고 배가 아프며 설사 증상이 있다면 실내외의 급작스러운 온도차를 최대한 피해볼 것을 권한다. 실외에서 실내로 들어올 때 춥다고 전열기구 가까이에서 몸을 갑자기 녹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몸의 온도를 올리도록 한다.
또한 추위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해 소화를 방해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교감신경이 항진돼 위장으로의 혈류가 줄어들게 되고 위의 활동성이 떨어지며 소화효소의 분비가 줄어들게 된다. 겨울철 외출시 최대한 따뜻하게 입어 추위로 인해 느끼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홍성수 병원장은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위나 대장 같은 장기의 운동을 조절하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은 온도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며 "겨울에 유독 소화불량 증세가 잦은 사람이라면 추위와 급격한 온도차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로 인해 줄어든 활동량도 위장장애 원인
추위로 인해 외출을 삼가는 등 신체 활동량이 줄어들어 위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위장 운동은 음식의 종류나 식사 시간 등과 더불어 사람의 활동량 등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식사 뒤에 앉아만 있거나 누워만 있으면 위가 제대로 운동할 수 없어 위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식사 뒤 곧바로 과도한 활동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식사 후에 과도한 운동을 하면 팔다리의 근육에 전달되는 혈액 양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위장으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홍성수 병원장은 "소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식사 뒤 20~30분 정도 쉬고 난 뒤 산책 등의 가벼운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저녁 식사 뒤에는 활동량이 더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평소 소화불량증을 자주 겪는 사람은 식후 가벼운 활동을 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겨울철 소화불량 예방법
소화기관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의 추위에 노출되더라도 몸이 적응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된 후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몸을 충분히 녹인 후 천천히 음식을 먹도록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적당한 신체활동을 하는 것도 소화불량 예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자기 몸에 잘 맞는 음식과 섭취하면 불편해지는 음식이 있으므로 본인이 판단해서 자기에게 맞는 음식을 먹고 맞지 않는 음식은 금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맵고 자극성이 심한 음식을 피하고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에서 배출되는 시간이 긴 만큼 주의를 해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소화가 안 될 때 탄산음료를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탄산음료를 마시면 트림이 나와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카페인 때문에 실제로는 소화장애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탄산음료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있어 소화과정에서 발효되면서 오히려 가스를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홍성수 병원장은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땐 음식을 오래 씹어 먹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침 속에는 아밀라아제라는 당분 분해 효소가 있어 음식물과 침이 잘 섞이면 소화가 잘되기 때문이다. 식후 곧바로 누우면 위가 운동할 수 없어 속이 더부룩해지기 쉬우므로 야식을 피하는 것도 소화불량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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