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는 매년 여름·겨울 방학기간과 학기 중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생 인턴기자 몇 명을 받고 있습니다.최근 6개월 이내에 인턴기자가 했던 중요한 활동을 한꺼번에 묶어서 소개합니다. 인턴기자들은 다양한 현장에서 의사로서의 진로와 미래 의료 환경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의대에 필요한 교육도 살펴봤습니다. 비록 2주에서 4주간 짧은 기간이지만 미래 의사, 미래 의료계를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김민혜 인턴기자·영남의대] 의대에 들어가기 위한 면접에서 ‘환자 중심 의료를 위한 병원을 설계해보라’는 문제를 풀어본 기억이 있다. 의료계에 발도 들이기 전 나는 의사의 역할도, 환자의 역할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환자 중심의 의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만족스럽지 못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시험장을 나섰다. 그 면접 문제는 본과 3학년이 돼서 병원에서 실습을 돌고 있는 지금까지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응급실에서 실습을 돌 때는 여러 불만을 토로하는 환자를 봤고 내분비내과를 돌 때는 당뇨발을 치료하기 위한 여러 분과의 협진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평불만하는 환자를 봤다. 이런 환자들을 만족시킬만한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는 무엇일지 고민했다. 하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
얼마 전 고 임세원 교수의 사건을 보면서 환자 중심 의료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생각이 든 것은 의료진을 포함한 병원 내 구성원 모두의 인권 확보에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환자 중심 의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의료진이 안전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진이 환자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챙겨줄만큼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모든 의사들은 환자를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의사들이 자신의 상황에 관계없이 환자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료계에 몸담고 있지 않은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에서 자신에 대해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환자들은 반복되는 접수와 검사, 이동 그리고 계속 서로 다른 사람들이 물어보는 질문 때문에 혼란스러워 한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병원에서 방치된다는 기분과 의료진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된다.
병원은 바쁘게 돌아간다. 의사들이라면 누구라도 환자가 확실히 이해할 때까지 현재 하고 있는 검사 등을 하나하나 세세히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친절까지 베풀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의사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일에 업무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지나가는 그 선배의 한 마디’를 포함해 다양한 병원 내 스트레스를 포함한다. 의사들의 인권도 어느 노동자의 인권처럼 존중받아야 한다. 의사들에게 필요한 인권에는 노동 시간을 포함해 안전할 권리, 과도한 스트레스로부터 보호될 권리 등이 포함돼야 한다.
의사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환자 안전을 완벽히 확보하는 것이 가능할까. 방금 환자에게 이유없이 위협받은 간호사에게 다른 환자를 향한 미소와 친절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은 환자 중심 의료를 위해 친절히 대하는 법,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환자들을 존중하는 법 등 많은 것들을 배운다. 하지만 환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의 처세, 안전이 위협받을 때의 대처 등 병원 내 인권을 잃지 않기 위한 자세를 배운 적이 없다. 이런 인권 문제는 그냥 개인이 알아서 처리하는 것으로 취급돼왔다.
임세원법이 통과되고 의료진 안전에 대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환자 중심 의료를 실천하는 병원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전을 포함해 전반적인 의료진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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