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계는 영리병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 의한 투자개방형 병원이자 영리법인을 반대하는 것이다. 이번 제주 녹지국제병원 허가 승인은 영리법인에 병원을 개설하고 그 이익을 배분하는 구조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 문제다. 의료인이 아닌 의료법인에 의료기관 개설권을 허가하는 것을 반대한다.”
전국 16대 광역시도의시회장협의회는 8일 열린 회의에서 의료계의 영리병원 반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영리병원 반대의 의미를 의료기관 개설권 침해 측면에서 명확히 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영리병원 허용 논란에 대한 찬반이 분분한 만큼 이날 회의에서 시도의사회장단의 분명한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모든 의료기관은 이미 영리 추구, 영리법인 개설권에 문제
제주도의사회 강지언 회장은 앞서 6일 의협 최대집 회장과 함께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방문했다. 그는 의협의 영리병원 반대 주장에 찬성하는 대신 영리병원을 글자 자체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했다.
강 회장은 “의협이 적절한 시기에 영리병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사 회원들 사이에 영리병원이라는 개념을 혼동하다 보니 혼란이 있었다”라며 “엄밀히 말해 영리병원이라기 보다는 투자개방형 병원이면서 영리법인을 반대하고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권 침해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은 “우리나라 민간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국공립병원도 영리가 아닌 것은 없다. 돈을 벌어야 직원 월급을 주고 재투자하고 임대료를 낼 수 있다. 영리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그동안 자본이 들어와서 병원을 개설하고 그 이득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의료법인도 수익 배분을 할 수 없다"라며 "이번 제주 녹지국제병원 허가는 자본에 대한 의료기관 개설권을 허용한 첫 번째 사례라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외국 사례를 보면 영리법인이 전체의 20%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영리법인이 뒷받침되려면 사회적으로 탄탄한 배경이 있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는 공공병원 규모가 7%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 민간병원이 운영하는 데 별도의 영리법인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의사가 자본에 영속될 것" 거대 사무장병원 인정하는 의료 영리화 반대
의료계는 의료 영리화에 대한 명확한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협은 과거 MB 정부 때부터 의료기관 개설권 허용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강 회장은 “중국 기업의 투자는 우리나라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업은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을 가져가려고 한다. 외부 자본의 의료기관 투자는 과도한 이윤 추구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자본은 호시탐탐 의료에 대해 원격진료를 포함해 투자가치가 있는 산업으로만 보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의사들이 산업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 영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를 언제까지 막아야할지 모르겠지만 자본 개입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의료계가 의료영리화에 대한 반대 기준을 세우고 있다"라며 "이미 승인된 제주녹지국제병원 허가를 취소할 수 없지만, 조례 등으로 각종 부작용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주 대의원인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 역시 “의협 집행부가 표현한 대로 단순히 영리병원 반대 자체는 아니다.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권을 반대한 것이다. 의사의 의료기관 개설 독점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고 이에 대한 입법을 명확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부회장은 “의료계는 MB정부 때부터 시도됐던 영리법인 합법화와 의사 이외의 사람이나 병원에 개설권을 부여하는 일종의 사무장병원 합법화 정책에 반대했다”라며 “사무장병원 비리는 사회악으로 인식되고 정부의 정책 개혁과제로 선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영리법인이 세운 의료기관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의협은 영리병원이라는 개념을 포괄적으로 사용했다. 예전부터 밝혔던 의료영리화 반대라는 의협의 기조를 유지했다. 영리병원과 의료영리화, 의료산업화 반대는 대의원회 수임사항이기도 했다”라며 “의료 영리화 이전에 건강보험 내실화가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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