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관련 해외 입국자 관리 문제가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유입 신규 확진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와 자가격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현실적으로 모든 입국자로 기준을 늘리면 인력과 자원면에서 한계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반대 입장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향후 정부 조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2일 하루에만 유럽을 거쳐 입국하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진단검사를 실시, 152명의 유증상을 확인했다. 유럽발 전체 입국자는 1442명으로 유증상자는 검역소 격리시설, 나머지 무증상자는 근처 임시생활시설에서 진담검사를 받았다.
전체 입국자 중 90%가량은 내국인으로 양성판정이 나오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되며 음성판정이 나오더라도 14일간 자가격리 처리된다.
진단검사와 자가격리 의무가 유럽 입국자에 한정된 이유는 현재 유럽 내 확진세가 가장 위험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정부는 유럽 입국자 코로나19 확진세가 중국을 추월해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유럽 입국자인 경우, 검역과정에서 유증상자로 알려진 분들을 검사했을 때 양성률이 5%정도였다.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현재 유럽 국가들의 발생률을 보면 중국에 조치를 취했을 당시에 비해 훨씬 더 발생률이 높고 확산속도가 빠르다"며 "지금 상황에서 유럽발 입국자는 중국보다 훨씬 더 높은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같은 조치는 현재 정부가 입국금지를 하지 않고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검사와 자가격리 기준이 유럽발 입국자에만 한정됐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조치에 더해 전체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검역 조치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입국자에 대한 검사와 자가격리 의무화가 필요하며 현실적으로도 당연히 가능하다"며 "정부는 격리 인원들에 대해 생활필수품 지원, 전화상담, 수입 보전 등 지원책을 보완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집에서 격리가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시설 확충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 의료계에서 중국 입국제한을 주장할 때도 정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며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를 실시하지 않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김재연 전라북도의사회 정책이사도 "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입국하는 무증상자는 검역 과정에서 걸러낼 방법이 없다. 미국과 일본에서 입국하는 경우에도 지금 같은 유럽 입국자의 전수조사만으로는 감염자를 걸러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실적으로 모든 입국자에 대한 검사와 격리가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현재 국내 방역 인력과 자원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입국자는 몇천명 단위다. 하루만 치면 몇천명이지만 격리기준인 2주 누적자는 몇만명"이라며 "물론 모든 입국자를 무조건 격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입을 열었다.
엄 교수는 "어짜피 무증상자를 잡아내는 것은 세계 어디서든 불가능 한 일이니 논외로 하고 모든 입국자를 검사하고 모니터링 할 인력, 자원 등 모든 면에서 한계치가 금방 도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검역단계에서 촘촘히 걸러내고 꾸준한 모니터링을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게 엄 교수의 견해다. 그는 "현실적으로 검역단계에서 유증상자를 최대한 촘촘히 걸러내는 것이 핵심이다. 나머지 분들은 2주간 자가격리를 권고하고 꾸준한 모니터링을 하는 등 사회적 감염을 최대한 막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상황에 따라 모든 입국자를 전수 진담검사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각 국가별로 들어오는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지금도 매일 검역을 하고 있다”며 “검역과정에서 일정비율 이상 확진자가 나오거나 유증상자 비율이 높아지면 유럽과 같이 전수조사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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