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의료 파업의 주된 원인이 의대 정원 증원 반대였을 정도로 의료계의 반대가 거세지만, 국회와 정부는 여전히 의대 신설 주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서 여야가 발의한 의대 신설 법안은 8건에 달하며, 새 정부 들어서도 의대 신설이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계는 의대 신설에 대해 막대한 예산 낭비는 물론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료계 주요 오피니언리더들과 함께 반복되는 의대 신설 주장의 폐해와 부작용을 낱낱이 파헤쳐본다.
[메디게이트뉴스]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불안과 공포에 빠트린 코로나19라는 신규 감염병의 방역을 위해 의료인들은 최전선에서 목숨을 담보로 의료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혼돈의 상황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쟁하듯 지역 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확대라는 논란이 펼쳐지고 있는 현실에 의료인의 한 사람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마음뿐이다.
필자는 의대 신설 및 인력 증원이라는 정치적이고 해묵은 사안에 대해 과거 사례와 해외 사례를 통하여 올바른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이다.
단어 그대로 교육정책은 백 년을 내다보고 신중한 접근을 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한 의학교육 정책과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당 전문가들과의 공감대가 있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의료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일부 인사들의 선동적 주장과 논리의 결과는 되돌릴 수 없는 상처로 귀결될 것이다.
교육은 가정, 학교, 나아가 국가 전체가 신중하게 접근해야하는 분야이다. 더군다나 의학은 다른 전공과 달리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의가 되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학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과거 속에 답이 있다.
과거를 답습하고 따르기만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아가야 진정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난 2005년 정부의 일방적 정책추진으로 도입된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은 의료계와 관련해 대표적으로 실패한 교육정책이다. 의전원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의사를 양성해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 진행과정은 학교 지원금이라는 무기를 통해 강압적이었으며, 그 결과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기초학문을 꿈꾸던 인재들을 위한 과정은 특정 인기 진료과의 임상의사가 되기 위한 통로로 이용됐으며, 종국에는 의과대학 체제로 다시 귀결됐다. 현재 의전원을 유지하고 있는 학교는 차의과대와 건국대 뿐이다.
또 한 가지 대표적인 사례는 로스쿨 제도이다. 지난 2009년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도입된 로스쿨 제도는 지금까지 많은 논란과 폐해들이 드러났으며, 그 결과 사법고시 제도 부활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의사 인력정책이다.
일본은 지난 2008년 이후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진료과목 의료기관의 폐쇄 증가로 인해 의대 정원을 증원했다. 그러다가 저출산문제, 의사 과잉 양상과 의료비 폭증으로 인해 지난 2020년 7월 일본 노동후생성은 2022년부터 의대 입학정원 감축을 결정했다.
일본은 사회문화, 인구구조, 의료제도 등에 있어 우리나라와 유사점이 많아 일본의 의사 인력 정책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3000여명의 신규의사가 배출되고 있다. 반면 2020년을 기점으로 인구수가 줄고 있다. 저출산과 인구고령화가 가속화하는 현 시점에서 지역 의료인력 부족과 필수 의료인력 부족의 해결책이라는 명목으로 단순히 의대 신설을 통한 의사 수 늘리기 정책은 메마른 농촌의 논밭에 물을 조달하기 위해 상류의 큰 댐에 물을 퍼붓기만 하는 정책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시골의 작은 논밭까지 효과적으로 물이 닿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막힌 물길을 뚫어주고 수로를 정비하는 등 세심한 관리를 통한 효율적인 분배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의사 인력정책 또한 정치인들의 지역 민심 잡기용으로서의 근시안적인 의대 신설이 아닌, 백년 앞을 내다보는 보다 철저하고 섬세한 정책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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