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0.08 17:03최종 업데이트 20.10.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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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병원장들의 대리 사과인가…병원 경영 악영향이 우려됐나

[칼럼] 박상준 신경외과 전문의

사진=KTV국민방송 캡처 

[메디게이트뉴스]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8일 의대생들이 국가고시에 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는 호소와 함께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했다. 의대생들을 대신해 대리 사과를 한 것이다. 사과의 직접적인 이유는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의료공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위한 충정에서 출발한 대학병원장들의 호소는 매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국민들에게 의대생들을 대신해 사과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실에 과연 동의할 의사가 얼마나 될까?

대학병원장의 주장처럼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면 대한민국 의료인력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정부나 의료계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부가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는 혼란은 국민이 감당해야 하고, 감당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는 사실에서 보듯 정부는 의사 길들이기에 단단히 마음을 정한 모양이다.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한 주체가 있고 국가고시를 관장하는 정부가 국가고시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주요 대학병원장은 왜 대리 사과를 하고 나선 것일까? 더욱이 이들은 직접적으로 학생을 교육하거나 선도하는 처지가 아닌 병원 경영자가 아닌가? 무엇이 다급해 이들이 의대생을 대신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의대생의 국가고시 응시 거부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대학병원장이 대리 사과에 나선 이유가 단순하게 의료 공백을 걱정해서만이 아닌 다른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대학병원 단위의 병원 운영은 매우 복잡한 인적 구조와 각 인력이 담당하는 역할이 분담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요한 역할 단위를 형성하는 ‘신규 의사’의 부재는 곧 중대한 병원 시스템의 과부하와 경영상 내부적으로 추가적인 비용 발생의 우려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의료비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료단가의 인상에 부정적이고 이는 낮은 수가로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의료인력 공백 문제가 장기간 지속하면 병원 경영에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사실을 대학병원장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와 투쟁이 한창일 때 보여주던 대학병원장 단체의 결기는 어디에 내팽개쳐졌는가. 학생들에게 사과를 강요하다 오히려 자신들이 스스로 사과에 나선 모습에서 국가고시 문제 해결을 지켜보는 의사 회원들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의-정 합의서의 기본정신이라던 의협은 의대생의 국가고시 문제 해결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신뢰는 고사하고 배신으로 의대생을 사지로 몰아넣은 참혹한 사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의대생의 신념과 의지를 자신들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국가고시를 위해 사과를 주장하거나 대리 사과하는 행동을 즉각적으로 중지돼야 한다. 의대생 스스로 판단과 의지에 따라 거취를 정하고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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