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지지부진 상황서 국회 차원 개입 유도, 정부 압박 수위 높여 VS 결국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문제해결 어려워
사진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박단 부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의협 김택우 회장, 우원식 국회의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정갈등 해결에 실마리가 풀리지 않자, 대한의사협회가 국회 방향으로 핸들을 틀었다.
의료계와 정부 간 이견을 좁히기 힘든 상황에서 대정부 협상을 쉽사리 시작하기 보단 먼저 국회와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겠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과 박단 부회장은 17일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국회 차원 개입 유도 통해 정부 압박 수위 높일 수 있어
그간 여당은 여의정협의체를 재차 가동해 빠른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반면, 야당은 의정갈등 상황을 정부가 풀기 어려우니 국회가 중재자 역할을 하며 국회 주도로 문제를 풀어가자고 주장해왔다.
결국 이번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동을 기점으로 의료계가 확실히 문제 해결 노선을 정부가 아닌 국회로 결정한 셈이다.
의협 박단 부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 쪽에서도 당장 구체적인 해결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국회와) 대화를 지속하자는 데에 우원식 의장, 박주민 위원장과 어느정도 공감을 이뤘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장 역시 모두 발언에서 "모든 것을 내놓고 얘기하면 풀리지 않는 문제가 없다. 이제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의정갈등 해결 의사를 강력히 어필했다.
향후 의협과 국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의료계 측에서 건의한 전공의 근로환경 개선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의료소송 위험 완화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법률적 대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증원 문제 해결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관련 내용도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방향으로 의료계와 국회가 충분히 협의점을 찾을 수 있는 의제다.
문제 해결 주도권이 정부에서 국회로 넘어가면 정부여당은 의료대란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부담감에 더해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까지 놓치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국회 차원의 개입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며 "다만 실제로 국회가 의료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일지 여부는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결국 문제 해결 키는 정부와 의료계에…정부 입장변화 없으면 국회 참여 한계
반면 국회의장과 의료계의 만남이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국회가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할 순 있지만 결국 의료계와 문제를 풀어야 하는 당사자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택우 회장은 정부가 의대 신입생들을 교육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박단 부회장 역시 ▲전공의 근로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 전고의 7대 요구안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반대로 정부 역시 전공의 복귀를 위한 수련·병역 특례 이후 전공의 모집만 반복하고 있을 뿐 별다른 입장 변화를 내고 있지 않다.
결국 의료계와 정부가 여전히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양측 모두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명분을 찾기 어려운 상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복지위 소속 한 국회의원은 "보건복지부 한 관료는 자신의 직을 걸고 의대증원과 필수의료정책패키지를 완수하겠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 당국이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단 부회장은 "현재 정부와 따로 소통하고 있지 않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문제 해결의 키를) 맡고 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더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국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결국 사태 해결은 정부와 의협이 해야 한다. 정부가 전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어 사태 해결이 묘연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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