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2.10 03:01최종 업데이트 22.02.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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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FDA가 중국 데이터만으로 릴리 PD-1 항체를 승인하기 어렵다 판단한 이유 6가지

"임상시험 조건 미충족, FDA 승인된 다른 면역관문억제제와 직접비교 통해 생존혜택 입증해야"

사진: FDA Flickr.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승인을 위한 자문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중국에서 수행된 임상시험 데이터만으로는 릴리(Eli Lilly)와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의 면역관문억제제 신틸리맙(sintilimab, 중국 제품명 타이비트)를 허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가 시 신틸리맙은 미국에 처음 진출하는 중국산 저가 면역관문억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대가 꺾였다.

또한 이번 승인 신청은 중국 데이터만으로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도 FDA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8일(현지시간) 공개된 브리핑 문서를 통해 FDA가 어떤 점에서 신틸리맙의 중국 임상 결과가 미국에서 신약 승인 신청을 뒷받침하기 위한 해외 데이터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는지 확인했다.

지난해 8월 릴리와 이노벤트는 FDA에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비편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릴리의 알림타(Alimta, 성분명 페메트렉시드) 및 백금화학요법과 신틸리맙 병용요법에 대한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는 10일 타이비트의 승인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신틸리맙은 이노벤트가 개발한 PD-1 억제제로 릴리는 원래 중국 시장을 위해 공동 상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폐암 3상 임상인 Orient-11 연구에서 신틸리맙 병용요법이 화학요법에 비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2%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2020년 글로벌 권리를 포함하도록 거래를 확대했다. 선급금 2억 달러를 포함해 1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계약이었다. [관련기사=2022년 저가 면역관문억제제 등장, 미국 면역항암제 시장 판도 얼마나 바꿀까]

현재 미국에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MSD(Merck & Co.)의 PD-1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될 수 있어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안을 제공하고 잠재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우수종양학센터(Oncology Center of Excellence) 디렉터 리차드 파즈두르(Richard Pazdur) 박사가 "PD-1/PD-L1 억제제를 포함해 중국에서 만든 치료제를 충국 임상 데이터에 근거해 FDA가 마케팅 승인을 허가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중국 면역관문억제제의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관련기사=中개발 면역항암제 중국 임상만으로 美FDA 승인 가능할까]

당시 파즈두르 박사는 "이미 효과 크기(effect size)를 알고 있기 때문에 비열등 연구를 할 필요가 없다. 위험성이 거의 없다"면서 "중국에서 개발된 PD-1 억제제에 대한 중국 임상연구는 미국의 임상연구와 비슷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국의 규제검토 과정에서 거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 약물은 분명히 매우 유사한 결과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약물 승인에 대해서는 거의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FDA가 중국 자료만으로 중국 제품을 승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브리핑 문서에서 FDA는 "이 신청은 비편평성 비소세포폐암을 가진 미국 환자에 대한 미충족 요구를 충족시키지 않기 때문에 규제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미 키트루다 승인됐는데 대조군은 화학요법…OS 아닌 PFS 사용도 한계

첫번째 문제점은 ICH E17(다지역 임상시험 계획 및 설계를 위한 일반 원칙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설명된 원칙과 일치하지 않고 다지역임상시험((MRCT)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ORIENT-11이 미국 인구와 미국 의료 행위에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 꼽혔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진료 기준이 달라 ORIENT-11 대조군이 미국 진료 기준에 적용되지 않는다.

FDA는 "ORIENT-11은 화학요법 단독군을 대조군으로 사용해 중국에서 시작됐는데, 미국에서는 이미 2017년부터 면역관문억제제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돼 표준 치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준으로는 미국에서 환자를 등록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ORIENT-11은 키트루다가 KEYNOTE-189에서 입증한 전체 생존 혜택을 기반으로 가속 승인에서 정규 승인으로 전환된 이후 첫 번째 환자를 등록했다. 연구 시작 당시 중국에서 면역관문억제제가 승인되지 않았지만 ORIENT-11에 첫 환자가 등록된지 약 7개월 후 키트루다와 항암화학요법이 중국에서 승인받았다.

또한 ORIENT-11은 1차 평가변수로 무진행 생존(PFS)를 사용한데 반해 현재 미국에서는 전체 생존(OS)에서 이점을 제공하는 여러 1차 면역요법 옵션이 있다는 점도 한계였다.

FDA는 "신청자는 질병 진행 후 위약군에서 신틸리맙으로의 교차로 인해 전체 생존에 대한 치료 효과가 혼동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할 때 무진행 생존이 ORIENT-11의 1차 평가변수로 선택됐다고 말했다"면서 "교차로 인한 전체 생존에 대한 관찰된 치료 효과의 교란 우려는 유효하지만, 궁극적으로 전체 생존 혜택을 입증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대한 면역요법 기반의 다른 연구에서 교차가 허용됐다"고 지적했다.

예를들어 키트루다의 Keynote-189 임상시험에서 위약군 환자 206명 중 총 85명(41%)가 질병 진행 시점에 키트루다 또는 다른 항PD-(L)1 항체를 투여받았다.

FDA는 "전체 생존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 환자를 위한 여러 승인 치료 옵션이 있고, 신틸리맙이 이용 가능한 치료법에 대해 안전성이나 효능 혜택을 제공한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임상적 중요성이 덜한 평가변수(무진행 생존)에 기반한 해외 데이터를 수용하기 위해 규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없다"면서 "미국 인구 통계를 반영하지 않는 임상 인구집단에서 미투(me-too) 임상시험 설계 및 약물에 무진행 생존을 수락하는 것은 이 분야에서 FDA 규제 선례에 벗어난다"고 말했다.

이에 FDA는 생존 혜택을 입증하기 위해 신틸리맙을 미국에서 승인된 약제와 직접 비교해야 한다고 했다.

ORIENT-11의 환자 집단은 단일 국가시험으로 내재적 요인과 외적 요인에서 알려진 차이와 알려지지 않은 차이가 있는 미국 인구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FDA는 "ORIENT-11에 등록된 환자 특성은 미국의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특성과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 환자의 항PD-(L)1 항체에 대한 이전 분석에 따르면 미국 인구와 비교해 ORIENT-11와 효능 및 안전성에 중요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미국 환자와 비교해 ORIENT-11 환자의 인구는 젊고 남성이더 많으며 현재 또는 과거 흡연자가 적고 모두 아시아인이다. ORIENT-11 연구에서 환자의 최소 63%가 중국 전통 약물을 병용 투여받은 것으로 보고돼 병용 및 한약 사용을 포함해 신틸리마브이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영향과 함께 추가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ORIENT-11은 미국 인구 내의 다양한 인종 하위 그룹을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로 간주되지만 미국의 인종적 다양성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FDA 승인을 위한 기본 원칙은 시험 결과의 외부 유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연구 집단이 치료제가 의도된 집단을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FDA와의 협의·감독 부족하고 임상관리기준에도 맞지 않아

세번째는 ORIENT-11이 미국에서 임상시험계획(Investigational New Drug, IND) 승인에 따라 수행되지 않아 FDA와의 협의나 감독 없이 수행됐다는 점이다.

FDA는 "신청자가 ORIENT-11 계획 단계에서 FDA 피드백을 요청했다면 FDA는 신틸리맙을 기존 FDA 승인 항PD-L1 기반 요법과 비교하도록 조언했을 수 있다"면서 "2018년 8월 23일 첫 번째 환자가 등록됐으나 신청자와 FDA 간의 첫 번째 상호작용은 2020년 4월 21일까지 없었다"고 설명했다.

FDA는 "IND에 따라 수행되지 않은 연구는 연구를 시작하기 전 독립적인 윤리 위원회(IEC)의 검토 및 승인과 연구 기간 동안 IEC의 지속적인 감독을 포함해 GCP(임상시험관리기준)를 준수해야 한다"면서 "신청자는 FDA에 제공된 자료에 IEC에 대한 정보를 포함했지만, ORIENT-11 환자 등록 중 펨브롤리주맙의 승인을 고려할 때 사전 동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네번째로 GCP에 따라 변화하는 치료 표준을 반영하도록 사전 동의가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FDA는 "환자가 계속해서 임상시험에 참여할 의향과 관련이 있을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면 환자에게 적시에 알려야 하고 재동의해야 한다"면서 "ORIENT-11에 대한 사전 동의 양식에는 사용 가능한 승인된 치료법을 이용한 치료 또는 대체 임상시험 참여를 포함해 시험 등록에 대한 대안을 명시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전 동의 양식은 연구자가 환자와 대체 치료 옵션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광범위하게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ORIENT-11 정보 동의서는 수정되지 않았으며, 화학요법 단독에 비해 생존 이점이 있음에도 펨브롤리주맙과 페메트렉시드 및 백금화학요법의 병용에 대한 중국 승인에 대해 업데이트하는데 필요한 환자의 재동의가 없었다. 대신 사전 동의의 세가지 버전 모두 치료 옵션을 논의하기 위해 연구 의사에 의존했다"고 했다.

아시아 유병률 높은 간세포암·비인두암과 달리 비소세포폐암은 다지역임상이 적합

다섯번째는 임상 검사 범위가 제한적이고, 임상시험에 참여한 연구자들의 다지역임상시험 참가도 제한적이라는 문제다.

FDA는 "ORIENT-11에 참여한 임상 연구자들은 FDA와의 사전 상호작용이 제한적이었고 FDA 승인으로 이어진 다지역임상시험에 대한 이전 참여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지역임상시험에 대한 과거 참여 범위는 시험 수행 및 데이터 무결성에 대한 추가 확신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또한 현장 검사는 데이터 수행과 무결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지만 검사 범위는 제한적이었고 데이터 샘플링만 제공했다"고 기술했다.

여섯번째로 FDA는 ORIENT-11이 미충족 요구사항을 다루지 않고 규제 유연성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 했다.

FDA는 "ORIENT-11은 미국 승인을 이끌어낸 이전에 수행된 다지역임상시험과 매우 유사하며 미충족 요구를 충족시키지 않는 중국 임상 데이터에 의존한다"면서 "이 시험은 이 분야에서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의 승인을 위해 사용된 평가변수보다 무진행 생존에서 더 적은 평가변수를 활용하며, 미국 환자 모집단에 대한 안전성이나 투여 방식에서 이점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FDA는 단일 국가의 데이터 수용 가능성과 새로운 인구에 대한 일반화 가능성을 결정하는 규제 유용성 정도는 약물의 혁신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FDA는 "간세포암종이나 비인두암종과 같이 미국보다 아시아에서 더 흔하고 지역에 따라 환자 수가 적어 다지역임상시험에 등록하기 어려울 수 있는 질병은 규제 유연성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비소세포폐암은 미국 및 전세계적으로 흔한 종양이므로 이 질병에 대한 연구는 ICH E17 지침에서 설명된대로 다지역임상시험이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현재 코헤러스 바이오사이언스(Coherus Biosciences)와 파트너사인 상하이 준시 바이오사이언스(Shanghai Junshi Bioscience)가 중국 임상 데이터만으로 PD-1 억제제 토리팔리맙(toripalimab)의 진행성 비인두암 적응증에 대한 신약승인신청서(BLA)를 제출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FDA는 "신청자는 150명의 환자에서 2가지 용량의 신틸리맙을 비교하는 중국, 미국, 유럽연합에서 수행될 추가 연구를 제안했다. 1차 평가변수는 신틸리맙 200㎎ Q3W 용량을 투여받을 예정인 환자 100명의 객관적 반응률(ORR)이다"면서 "이 제안은 평가변수 선택과 관련된 우려를 다루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신틸리맙은 다지역임상시험을 통해 승인된 면역관문억제제와 직접 비교해 생존 혜택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서 독점적으로 많은 중복 개발 프로그램을 추구하기보다는 중국 환자가 다지역임상시험에 참여해야 한다. 다지역임상시험은 전세계 모든 지역의 모든 환자가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면서 ORIENT-11이 단일 외국에서 수행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인구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추가 데이터가 필요한지 여부를 위원회에 논의할 것을 자문위에 요청했다.

항암제자문위원회는 10일 이노벤트가 중국에서 신틸리맙을 승인받기 위해 사용한 Orient-11 임상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신청서를 검토할 계획이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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