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15 08:32최종 업데이트 23.06.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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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방의료원, 고액 연봉에도 의사 안 간다?…실상은 의사 쥐어짜기·의사 따돌리기

의사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공유지의 비극, 비효율·부패 만연…의대 증원·공공병원 증설 해법에 '의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사인력 확충을 주장하면서 자주 언급되는 지방의료원 의사인력 부족 문제에 실제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경험한 의사들의 한 맺힌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이 수도권 지역에 비해 의사 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의사들이 공공병원, 지방의료원을 기피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공공병원이 의사를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 때문이며, 공공자원의 비효율과 부패 등 부작용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산청군의료원, 속초시의료원 등 지방의료원들이 3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제시해도 지방 공공병원은 의사를 구할 수 없다며 의사인력이 부족 현실을 강조하는 내용이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런 기사 댓글에는 "의사들이 배가 불렀다", "의사 직역의 이기주의" 등 표면으로 드러난 정황만을 가지고 의사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이 같은 소식이 연이어 터지면서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고, 정부는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려 지방의 의사인력 부족 사태를 해소하겠다는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방의료원들이 제시한 화려한 '연봉 액수' 이면에 숨은 현실은 참혹했다.

산청군의료원은 표면적으로 '3억원'이라는 거액 연봉을 제시해 놓고는 과도한 당직 근무와 부당한 업무 강도를 요구하는 등 불합리한 근무 조건을 내걸었고, 의사를 '염전노예' 취급한다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그 이유는 뭘까? '공공병원'이 '착한 적자'라는 이름으로 수익 대신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내부에 많지 않은 의사들을 쥐어짜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지방의료원에서 공보의로 지냈던 의사 A씨는 "과도한 업무 강도는 물론이고 정신적인 고통도 크다. 외지에서 온 의사를 따돌리고 기존에 있던 간호사, 의료기사 등 직원들끼리 뭉쳐 압박을 가하고 중상모략에 빠진 일도 있다"며 "지역 토착민들의 텃새에 버티지 못하는 일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사 B씨는 지방의 공무원과 다름 없는 지방의료원들의 부패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들이 추천하는 좋은 기계 대신 값싼 기계를 비싸게 사서 음성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사례를 왕왕 봤다"며 "일종의 리베이트 형식으로 다양하게 이윤을 남기는 정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B씨는 "지방의료원의 비효율도 심각하다. 이들은 환자가 많아지면 피곤하기만 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생각이 없다. 딱 필요한 만큼만 일하려고 하다보니 의욕을 갖고 환자를 보려는 의사들을 배척하고 따돌린다"며 "현실에 타협한 의사들만 버틸 수 있는 구조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흔히 말하는 공유지의 비극이 공공병원에서 그대로 발생하고 있다. 돈은 돈대로 써서 낭비되고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거의 없고 환자들도 찾기 어려운 입지에 위치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다수 지방의료원은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입지에 위치해 사실상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또 다른 의사 C씨는 "지방의료원은 비효율의 끝판왕이다. 효율적인 방법이 있어도 자신들의 업무가 많아지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비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열심히 일한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보니 적당히 시간만 떼우려는 월급이 안 나오지는 않기 때문이다"라며 현실을 지적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 적용기관을 지정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국가다. 서울의 대학병원과 지방 대학병원이건 똑같은 값을 받게 돼 있다. 결국 공공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지방의료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지는 만큼 정말 환자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지어져야 하는데, 정치적 계산에 따라 지어지고 운영되면 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지방의료원에 의사가 없으니 의사를 늘리겠다는 생각은 너무나 단순한 발상이다. 의사를 늘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비효율이 너무나 크다"며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투입할 때 현재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민간과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미국의 생물학자 개릿 하딘이 1960년대에 제기했던 이론이다. 주인 없는 공유 목초지가 개인의 사리사욕으로 경쟁적으로 양떼를 풀어놓아 키움으로써 결국 황무지로 전락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은 순식간에 황폐화된다. 공공병원 역시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따라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방임으로 일관해도 문제가 없다. 오히려 최대한 사리사욕을 채울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청소년과의 폐과, 분만병원이 분만을 포기하는 현실 등 현재 터져나오는 필수의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사를 늘리거나 공공병원을 더 세우는 비효율적 대책보다는 현재 있는 민간 병‧의원을 활용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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