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이르면 올해 6월부터 불면증 환자들이 3차의료기관에서 국산 1호 디지털치료기기(디지털치료제, DTx) 솜즈(Somzz)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혁신기기로 임시수가를 받아 실사용검증이 이뤄진 후 오는 10~11월께 1차의료기관에서도 처방이 가능해진다. 동시에 솜즈가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고 정식수가를 받기까지는 3~5년까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1호 디지털치료기기를 만든 에임메드는 솜즈에 그치지 않고 DTx(디지털치료제)본부만 독립 분사해 공황장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토대로 매년 1개 이상의 디지털치료기기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영업마케팅 역시 삼성전자, 인바디 등과 같은 스마트워치 기업부터 제약사, EMR(전자의무기록) 기업 등과 '협업'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에임메드 정경호 DTx본부장은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솜즈의 처방 시장 도입 계획과 영업마케팅 전략, R&D 파이프라인과 향후 운영방안 등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솜즈(Somzz)는 불면증 증상개선을 목적으로 불면증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의 하나인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이는 불면증을 지속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심리적, 행동적, 인지적 요인들에 대한 중재(교정)를 목표로 하는 치료를 모바일 앱으로 제공하며, ▲수면 습관 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을 6~9주간 수행해 수면의 효율을 높여 환자의 불면증을 개선하는 원리다.
에임메드는 솜즈 등 디지털치료기기를 개발·기획·상용화 등을 담당하는 DTx본부를 비롯해 진단의학사업본부, AI시스템본부, 케어커뮤니케이션센터, 헬스케어플랫폼사업본부, 시니어플랫폼사업본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DTx본부는 에임메드가 20년간 축적한 건강 관리서비스와 질병 예방 솔루션 노하우를 기반으로 국내외를 아우르는 근거기반의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전문의, 심리학자, 데이터전문가, UX·UI 전문가, RA, ICT 연구진 등 20여명 안팎의 직원들이 연구파트·인허가·임상(R&D) 등 3개 파트에서 근무 중이다. 디지털치료기기 특성상 알고리즘을 잘 만들어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인만큼, 백엔드(프로그래밍)를 개발하는 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솜즈 허가가 끝? 이제 상용화 시작단계일 뿐…환자 실제 사용은 6월에서야 가능
에임메드는 지난 3년 간의 노력 끝에 '국내 1호'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나 이는 상용화의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DTx본부를 이끌고 있는 정 본부장은 "일단 디지털치료제가 생소하다보니 임상시험 자체가 쉽지 않았다. 임상시험의 핵심인 환자모집의 경우 적응증은 1차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인데, 임상시험은 3차의료기관에서 하다보니 모집 자체가 어려웠다"면서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특성상 1차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들이 심각한 단계가 아닌 이상 3차로 이동을 꺼리기 때문에 모집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고 운을 뗐다.
정 본부장은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은 재작년에 받았지만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98명의 환자모집을 했다. 10월말 품목허가 신청을 했으나 부분적인 용어 보완 등으로 지연되면서 올해 2월 최종 허가를 받게 됐다"면서 "그래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 고대안암병원 이헌정 교수, 삼성서울병원 김석주 교수 등 임상시험 참여기관의 교수들께서 열심히 해준 덕분에 임상시험 진행이 원활했고 결과도 생각보다 잘 나와서 허가까지 순조롭게 이어졌다"고 말했다.
솜즈의 품목허가가 났지만 앞으로 진료현장에서 사용되기까지 많은 행정절차가 남아 있다. 그는 "일단 보건복지부의 고시가 떨어져야 한다. 3월말 고시 후 혁신의료기술사업으로 시행하기 위해서 혁신의료기관을 모집해야 하며, 이 역시 임상시험과 마찬가지로 자체 IRB가 있는 3차병원에서만 가능하다"면서 "혁신기관에 대해 보건의료연구원(네카)에 지정기관으로 신청한 후 각 기관들이 처방할 때 심평원에 행위결정 신청을 하고, 심평원에서 평가한 다음 임시비급여, 선별급여, 임시급여 등을 판단하고 나서 처방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3월 말 고시 이후 행정절차에만 2~3개월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빠르면 올해 6~7월이 돼서야 혁신의료사업을 통해 환자가 진료실에서 솜즈를 처방받아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임상시험 참가자가 98명인데, 혁신사업은 최소 3배수인 300여명 정도 진행을 해야 실제 판매까지 가능해진다. 이 과정은 대략 5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솜즈의 주타겟인 1차의료기관(의원급의료기관)에 판매 목적으로 본격적인 처방시장이 열리는 것은 오는 10~11월께가 될 전망이다.
그는 "수가를 받으려며 혁신사업을 진행한 이후 정식으로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혁신사업 중간에 가능할 수도 있다"라며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가정 하에 신의료기술평가가 250일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2년 정도 후에는 정식 수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안 실제 처방 이뤄질 솜즈, 영업마케팅 방안은? 무조건 '협업'
솜즈는 불면증을 치료하는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다. 불면증 치료는 약물과 비약물인 인지행동치료로 나뉘는데, 이는 약물 의존을 줄이면서 끊게 하는 치료로 솜즈가 대체할 영역이다. 중증의 환자라면 약물과 병용하는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나 경증 등 대부분 환자의 경우에는 솜즈만으로도 충분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
또 암, 자가면역질환, 심부전, 불안장애 등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다른 적응증의 환자에게도 치료약물과 함께 솜즈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정 본부장은 "암 환자는 재발 위험 등으로 상당한 두려움을 갖고 있고 약물순응도 저하와 수면장애 등으로 항암제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 반대 급부에서 직접 치료가 아니어도 솜즈를 통해 항암제 효과를 올리는 방식으로 제약사와 함께 커나갈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적응증 확장을 위해서는 임상적인 근거를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고 어렵기도 한데, 에임메드는 단독 챌린지는 지양하고 제약사, EMR업체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임메드는 올해 미국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신청 등도 제약업계의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 방식처럼 다국적사와 연계해서 나가는 방식을 모색 중이다. 그는 "우리가 잘 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여러 파트너들과 가치를 더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긴 호흡을 가지고 버텨내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토대로 함께 수익을 내는 모델이 필요하며, 지금 에임메드는 시장을 키워가는 파트너를 찾는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솜즈'라는 하나의 제품에 대한 가치를 단순히 100으로만 보지 않고, 치료영역을 넘어 예방, 사후관리 등 비처방 영역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 연계, 객관화된 데이터 확보와 지표 등이 필요한데, 이 역시 '협업'을 통해 돌파할 계획이다. 그는 "불면증 환자는 '어제 어떻게 잤나' 보다 '내일 잘 잘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 미리 예견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제안하는 게 솜즈가 나아갈 궁극적인 목표"라며 "자사의 백엔드 팀을 통해 바이오마커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으며, 향후 웨어러블기기회사와의 파트너십으로 디바이스 연계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스마트워치(갤럭시워치) 중 골프하는 사람들을 위해 골프에디션을 별도로 만들었다. 에임메드도 '솜즈에디션'처럼 불면증 치료 전용 하드웨어를 만들어 활용 폭을 대폭 늘릴 수 있도록 삼성, 인바디 등 스마트워치 회사들과 협업을 모색 중이다. 또 이들 기업은 대부분 글로벌 회사기 때문에 관련 제품의 해외진출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R&D 파이프라인 확장 동시에 대세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추진
에임메드는 불면증 치료제 솜즈의 확장에 머물지 않고 현재 R&D 파이프라인인 공황장애, ADHD 디지털치료제 사용화도 서두를 계획이다. 또 자사 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투트랙' 전략으로 기술이전(라이선스인), 공동연구 등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나설 방침이다.
정 본부장은 "공황은 변수가 많아 수면보다 200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비처방용이 먼저 올해 안에 나오고 처방용은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매년 1개 이상씩 제품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제품화 경험을 살려 여러 디지털치료기기 기업들의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받아 개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기업들과 협력하고 제품화에 집중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보니 에임메드로부터 DTx팀이 분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그는 "IPO(기업공개)를 고려 중이지만, 단순 투자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아 오랜기간 발전해 나가는 것이 목표인만큼, 분사를 먼저 한 후 기업가치를 대폭 끌어올릴 다양한 전문인력들을 영입한 다음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치료제 개발기업 경쟁자 아닌 신시장 개척 '동반자'…성공사례 많아져서 파이키우기 같이 해야"
앞으로 수가라는 대장정이 남아있기는 하나, 에임메드가 해당 시장의 '선발주자'인 만큼 시장 선점에 있어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 본부장은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디지털치료제 기업들이 끝까지 개발해 빨리 상용화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일단은 시장 자체가 없으니깐 많은 기업들이 빨리 임상에 성공해서 시장에 진출해 생태계를 조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기업들은 우리와 경쟁이 아닌 시장을 같이 키워나가는 협업 관계"라고 강조했다.
어어 "(디지털치료기기는) 의사가 처방하고 환자가 사용해야 시장이 형성된다. 의사가 처방하지 않고 환자가 사용을 거부한다면 사장될 수밖에 없다"면서 "임상, 허가를 완료해 시장에 나오는 기업들이 많아져야 하고, 또 뛰어나고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디지털치료기기 기업들 대다수는 별다른 매출이 나오지 않는 스타트업이란 점이다.
그는 "3~4년간의 임상시험만으로 처방시장에 나올 수 없고 사실상 7~8년, 길면 10년 정도의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개발과정은 앞서 설명한대로 상당히 많고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높은만큼, 이에 대비하는 것이 필수다. 전주기 컨설팅 등을 통해 시행착오를 더는 것도 전략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치료기기라는 신시장을 함께 조성하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고 성장해나자"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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