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8000건 중 32건(0.4%)에 불과...의료 감정서에 과실 의견 누락 및 조작해 조정업무 방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은 18일 의료 과실을 누락·조작해 감정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조정중재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일부 상임감정위원(상근 의사)을 '형법' 제314조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국회를 통해 확보한 다수의 감정소견서와 최종 감정서, 감정부 회의록을 비교 검토해 최종 감정서에 소수의견 누락이나 회의결과와 반대 사실을 적시하는 등 사건을 고발 대상으로 했다. 향후 감사원 고발을 통해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2020년 기준 건강보험 진료비로 지출액은 약 103조 원으로 국가 1년 재정의 20%에 육박하는 큰 금액이다. 국민들이 막대한 비용의 의료비를 지불하는 이유는 아팠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아 정상 상태로 회복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아파서 찾아간 병원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증상이 회복되지 않거나 더욱 악화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진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보통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환자가 소송을 통해 피해를 입증해 구제를 받으면 되지만 의료의 특성상 피해자가 직접 의료인의 의료사고 과실을 증명하기 어렵고 소송에 따른 경제적 부담으로 쉽지 않다. 이에 정부는 의료분쟁을 신속,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공공기관인 조정중재원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의료분쟁을 조정 또는 중재하기 위해서는 의료사고의 과실 여부를 규명해야 하며 그 근거가 되는 감정 업무는 조정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매우 중요하다. 감정부는 의사인 상임감정위원 1인과 비상임위원(보건의료인, 법조인, 소비자단체) 4인(최소 2인 참석)의 전원 합의로 상임감정위원이 감정소견과 그 판단 근거 등이 기재된 최종 감정서를 작성한다. 만약 감정소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소수의견도 기재해 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다.
경실련은 "의료분쟁에서 소송비용을 줄여 환자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겠다는 조정중재원의 설립 취지와 달리 낮은 조정성립률로 환자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같은 업무를 하는 한국소비자원은 비상임위원으로만 구성돼 있어도 피해구제와 조정이 이루어진 비율이 50%를 상회한다"라며 "조정중재원의 상임위원의 연봉이 약 1억3000만원임을 감안할 때 재정투입대비 효과성도 소비자원에 비해 낮다. 조정중재원 발간 통계자료에 의하면 5년간 1만2293건의 의료분쟁 조정 신청 중 조정이 성립되어 종료된 건은 4208건으로 조정성립률은 3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특히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의료계 과실을 덮는 편향된 감정부의 진료기록 감정으로 조정결과의 신뢰마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상임감정위원이 감정부 회의에 참여하나 최종 감정서를 작성하는 상임감정위원(의사)의 역할이 지나치게 크다"라며 "감정서는 검토자나 확인자, 보고 대상자 없이 상임감정위원이 독자적으로 작성한다. 일부 회의에서는 소수의견을 누락한 채 구성원의 적법한 의결 없이 감정결과를 도출하는 등 전횡을 해도 다른 감정위원이 감정회의록이나 감정서를 확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5년간 감정서에 소수의견이 기재된 건은 감정서 작성 총 8000건 중 32건(0.4%)에 불과, 경실련은 소수의견 누락으로 조정업무를 방해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경실련은 "일부 상임감정위원이 재판을 하려거나 재판결과를 염두에 두려고 하여 비상임감정위원의 다양한 감정을 무시하고 상임감정위원의 주관적 의견만을 감정서에 기술한 것으로 의심된다. 만약 상임감정위원이 조정결과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면 이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실제로는 의료사고피해자)에 대한 업무방해 행위로서 엄히 처벌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조정에 핵심인 감정서 작성에서 의사인 상임감정위원이 다른 감정위원의 소견을 임의로 기재하지 않는 등 의료계에 편파적인 감정서 작성으로 공정한 조정을 방해하는 행위는 조정중재원의 존립 이유를 훼손하는 행위이므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죄행위가 밝혀지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 개선방안이 모색 돼환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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