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가 2심 재판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 받은 23일.
많은 의사들이 그에게 고맙다고 했다.
상당수는 송구함을 표시했다.
일부는 "도대체 한 교수가 무엇을 잘못 했냐"며 화를 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정호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사이비 의료, 대체의학 등으로부터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 서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방 항암제로 알려진 '넥시아'도 마찬가지였다.
고가의 비급여 약이, 그것도 항암제가 안전성, 유효성 검증을 거치지 않고 환자의 입으로 들어간다는 게 현대의학을 공부한 의사가 볼 때 말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요구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 등에 올리기 시작했고, 해당 한약을 개발한 한의사로부터 명예훼손, 모욕죄로 고소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블로그에 '한방의 탈을 쓴 의료 사기' '사이비 의료인' '사기꾼' '먹튀' '환자가 돈 내는 마루타' 등으로 표현한 게 화근이었다.
이로 인해 한 교수는 1심 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파면될 상황에 처했지만 2심 법원은 원심이 과도하게 무겁다며 벌금 2000만원으로 변경했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한 교수는 교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를 살려야 하는 의사가 비록 명예훼손적인 용어를 일부 사용하긴 했지만 검증된 의료를 하자고 요구한 게 2000만원이나 되는 벌금을 낼 정도로 무거운 죄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2012년 한정호 교수가 이 사건으로 고소되자 수만명이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동료 의사도 있었고, 그에게 치료를 받은 환자와 보호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까지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을 접하고 직접 법원을 찾아가 탄원서를 냈다고 한다.
또 의사들은 2심 판결에 따라 한 교수가 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사이비 의료에 맞서는 모습을 보며 송구함을 느끼고, 환자의 안전을 외면하는 관료들에게 분노하고 있다.
국회, 복지부와 식약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공무원들은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과 환자, 의사들의 이런 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한정호 교수는 자신의 길을 계속 갈 것 같다.
다만 절제된 방식으로.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