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8.16 15:32최종 업데이트 24.08.1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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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청문회] 충북의대 사직한 배장환 교수 "의대 증원 2000명 숫자가 의료개혁 잡아먹었다"

민주당 김준혁·진선미 의원 질의에 울분 토한 배 교수 "내년도 의사, 전문의, 교수 배출 제로…한국전쟁때도 발생하지 않은 일"

(왼쪽)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15년간 몸담았던 충북의대를 떠난 배장환 전 교수가 국회 청문회에서 작정 발언을 쏟아냈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의료개혁을 완전히 잡아먹으면서 내년도에는 의사, 전문의, 교수 모두 배출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6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청문회'에서 충북의대 전 배장환 교수(심장내과)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현 의대정원 증원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배 교수는 지난 15년간 충북대병원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 센터장을 역임했으나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해 충북의대 교수비대위원장을 맡아 대학과 대립하다 지난 7월 12일 사직했다. 현재 배 교수는 부산의 종합병원에 근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배 교수가 재직하던 충북의대는 현 정원 49명이지만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에 따라 4배에 가까운 200명을 배정받은 바 있다. 현재 충북의대의 2025학년도 정원은 한 차례 조정 과정을 거쳐 125명으로 확정됐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배 교수에게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남으로 인한 의학교육의 질 저하의 문제에 대해 질의했다.

김 의원은 "의대 정원이 늘어나게 되면 실습이 걱정이다. 현재 의대생들은 해부학 실습에 보통 6~8명이 함께 하고 있는데 정원이 늘어나면 해부학 실습 정원도 늘어날 수박에 없다"며 "만약 정원이 늘어난다면 해부학 실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의료 질이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 교수는 "현재 해부학 실습은 6~8명의 학생이 조를 짜서 진행한다. 현 6~8명의 숫자도 적정 수준이 아니다. 최대 수용치이다"라며 "여기에서 인원이 1~2명만 늘어도 뒤에 있는 학생들은 인체 조직 구조를 제대로 보고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대강의실, 시뮬레이션 랩, 실습실 등 시설을 늘린다고 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는가"라고 배 교수에게 질의했다.

배 교수는 "당장은 불가능하다"며 "교육부와 총장은 신입생이 갑자기 200명으로 늘어나도 의대 1~2년은 예과 과정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지만, 예과 과정조차 학점의 3분의 2정도가 필수 과목이다. 서울의대도 학생이 135명이라 A반, B반으로 분리돼 있다. 200명의 학생을 제대로 교육시키려면 최소한 4개 반으로 나눠야한다. 강의실을 4개로 나누고 교수 4명을 한꺼번에 투입해 강의를 따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대학을 가도 학생 200명을 모아 한꺼번에 필수과목을 강의하는 대학은 없다. 일반 시민 대상 강의에나 가능한 일이지 200명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강의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배 교수는 "교육부가 국립대학 교수를 증대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정부는 일찍부터 국립대 교수를 내년까지 1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계획안만 나와 있고, 계획은 아무것도 수립된 것이 없다. 그런데 신규 인력을 발령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기금 교수를 전임 교수로 옮기는 것이다. 교수 숫자는 똑같고 직급 변경만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현재 충북의대 교수 정원은 147명이다. 현재까지 사직서 낸 사람은 명예퇴직, 사직을 포함해 4명에 불과하다"며 "의대 교수 증원도 기금 교수를 학교 교수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17명을 발령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150명 내외를 늘릴 계획이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뒤이어 질의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현재 의대생 출석률이 2.7%이다. 재적생 1만8217명 중 출석 학생이 단 495명인 것"이라며 "의대는 수업량이 어마어마하다. 벌써 9월이 다 돼 가는데 교육부가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학년제를 도입한다고 한들 어떻게 1년 교육을 만회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충북대 총장은 의대 교수를 150여명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려면 향후 6년간 의대 교수가 4300여명 추가로 더 필요한데 6년 동안 정말로 확보가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 교수는 "고 총장이 교수가 2명만 사직했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병원의 축이 되고 교육을 담당하던 임상교수들이 나가고 있다. 심장내과 교수 10명 중 2명은 은퇴를 앞두고 있고, 7명의 워킹 교수 중 3명이 사직했다. 그 중 2명이 임상 교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있던 사람도 나갈 판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가능성은 없다"며 "하버드 메디컬 스쿨은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 의사를 배출했는데 학생 160명에 교수 숫자가 1만 8000명이었다. 우리나라는 의대 증원으로 교수 숫자가 오히려 역전되고 있는데 어떻게 MD-phD 과정을 만들어 바이오헬스 강국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배 교수는 "정부가 내년에 닥칠 의료대란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내년에는 한국 전쟁때도 벌어지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의사가 한 명도 없고, 전문의도 한 명도 없는 해가 된다. 연차적으로 전임의가 없어지기 때문에 교수 요원도 생기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희망을 갖고 설득하겠다는 정도로 대응하려하는데 2000명 증원에 대한 의지의 3분의 1만 현 사태 해결에 쓴다면 좋을 것 같다. 2000명이라는 숫자가 의료 개혁을 완전히 잡아먹은 상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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