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2.06 16:03최종 업데이트 23.02.06 16:03

제보

낮아지는 당뇨병 발생 연령에도 사각지대 놓인 '젊은 당뇨병 환자', 대책 필요하다

사회적 편견·차별로 고통 커…'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 지원 법안' 통과 촉구

사진=대한당뇨병연합 유튜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과 청년 당뇨환자를 관리하기 위한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법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당뇨병 발생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단순히 약 처방으로 치료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청소년과 청년 당뇨환자들은 육체적 고통에 더해 사회적 편견과 몰인정으로 정신적인 고통도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은 지난 2021년 10월 대한당뇨병연합과 함께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환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으나 사회적 관심 부족으로 여전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한당뇨병연합은 1일 국회에서  이명수 국회의원, 전혜숙 국회의원, 강훈식 국회의원, 최재형 국회의원, 서정숙 국회의원과 함께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법안 통과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해당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법안, 전문가가 지원하는 지역 당뇨병센터로 관리
 
대한내분비학회 박석오 일차임상진료이사. 사진=대한당뇨병연합 유튜브

이날 발제에 나선 대한내분비학회 박석오 일차임상진료이사는 "최근 우리나라는 비만률이 높아지고, 당뇨병 발생연령은 낮아지는 추세다. 그런데 아주 어린 소아 혹은 노인 대상 정책지원에 비해 청소년, 젊은 청년 당뇨병환자에 대한 관리 환경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며 사회적 인식도 낮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진료이사는 "특히 중간층에 해당하는 청소년과 청년은 교우관계가 가족이나 부모보다 더 중요한 때이고, 당뇨병 환자 등록을 해서 지원받는 것도 꺼린다. 혹시나 노출돼서 취업과 승진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경제 수준은 선진국인데, 당뇨병 환자를 대하는 사회적 수준은 후진적 사회 인식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0대 이하 당뇨병 환자가 30만명, 45세 미만은 50만명으로 청소년, 청년층의 당뇨병 환자가 전체 당뇨병의 10%수준에 달해 향후 10~15년 뒤 중장년이되면 당뇨병 합병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석오 진료이사는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법안의 핵심 내용은 지역별 당뇨병센터를 만들고, 전문가 협의체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실제 당뇨병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내분비의사, 내과, 가정의학과의사 등 전문의와 간호사, 영양사, 사회 복지사 등 전문가 그룹이 모두 참여한 전문가 협의체의 지원이 담겨 있는데, 전문가가 통합 지원해야 환자를 위해 맞춤형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낮아지는 당뇨병 발생연령에도 심뇌혈관질환 통한 관리에 불과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는 해당 법안이 기존의 '심뇌혈관질환 특별법'과 중복된다고 보고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석오 진료이사는 "정부 부처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당뇨병을 그 선행질환의 하나로만 취급하고 있다. 당뇨병을 약으로 쉽게 관리가 가능한 여러 만성질환 중 하나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 속에 정부는 당뇨병을 일차의료기관 위주 시범사업으로만 관리하려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보건복지부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엉성한 제도 속에 소아와 청소년, 청년층 젊은 당뇨병 환자는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고, 합병증으로 인해 고비용의 투석을 받게 되는 환자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석오 이사는 "당뇨병 약만 1년에 1조 5000억원이 들어간다. 약은 어느 정도 보험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환자의 행동관리나 생활습관 교정 등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쓰는 돈은 하나의 200억원이 채 안 된다"며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투석환자의 50% 가량이 당뇨병 환자다. 당뇨병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고 치료하면 천문학적 액수의 투석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공약을 통해서도 보장성 확대 논의가 재점화된 만큼 모법의 통과를 기반으로 끼인 세대인 젊은 당뇨병 환자에 대한 체계적, 맞춤형 관리가 이뤄져 미래의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젊은 당뇨환자 사회적 편견과 오해 속 '고통'…조기관리 위한 시스템 구축돼야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대평초등학교 오주학 교사. 사진=대한당뇨병연합 유튜브

뒤이은 패널토론에서는 소아당뇨병 환자의 부모인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대평초등학교 오주학 교사가 본인의 경험담을 통해 당뇨병을 가진 환자와 가족들이 불안과 걱정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현실을 설명했다. 

오 교사는 "젊은 당뇨환자들은 일상에서의 편견과 오해로 인한 고통은 물론 취업과 근로과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병을 숨기게 되면서 응급상황에 대처가 안 돼 생명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응급상황 등으로부터 어린 환자들을 보호하려면 교육기관-지역사회-의료기관 간 유기적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하지만, 국내에는 환자 데이터 확보도 어렵고 당뇨병 학생 담당자, 교육기관, 인근 의료기관이 연계해 주기적으로 환자를 살피고 교육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오 교사는 해당 법안이 질병초기 적절한 지원을 통해 건강한 성인으로의 성장을 돕고, 학교와 교육기관 등에서도 환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종합관리가 실현될 수 있게할 것이라며, 향후 장애복지법 개정 등을 통해 당뇨병 또한 내부기관 장애로 인정해 장애등록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역시 소아, 청소년, 청년 당뇨병 환자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 공감하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대 내분비대사내과 정춘희 교수는 "젊은 당뇨병 환자들은 학교, 사회생활 등에서 또래집단 등에 따돌림을 당하고, 이성교제와 결혼, 임신과 출산까지도 꺼리는 게 현실이다"라며 "직장에서 차별받고 취직이나 승진 등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젊은 당뇨병 환자에게 상대적으로 자주 나타날 수 있는 저혈당 등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여건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불안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법안의 조속한 통과와 함께 학교에 정기적 검사와 혈당측정기, 저혈당 응급치료키트 등을 환자를 조기발견하고, 산업현장에서도 응급조치를 위한 키트를 구비하는 것은 물론 당뇨병 환자에 대한 취직, 승진 등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회사와 동료 대상의 당뇨병 관련 교육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내분비학회 김대중 보험이사. 사진=대한당뇨병연합 유튜브

대한내분비학회 김대중 보험이사(아주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역시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법안에 적극 찬성의 뜻을 밝히며 관계부처가 '심뇌혈관법안'과의 중복을 이유로 해당 법안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인 데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김대중 보험이사 역시 "심뇌혈관질환 법률 근거의 당뇨병 관련 사업은 대부분 중년과 노년 당뇨병 환자 대상의 예방 등에 초점을 둬 젊은당뇨병 환자를 돕지 못한다. 젊은당뇨병의 경우 환자에게 집중적이고 세심한 교육상담 등 관리가 필요함에도 1형당뇨병 대상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 일부의 경우에만 지원이 한정돼 있다"며 해당 법안을 통해 당뇨병 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곽순헌 건강정책과장은 "소아청소년은 취약계층으로 인식하고 지원정책으로 접근해야 하는 취지에 동의한다. 이 환자들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며, 이 법률안이 말하는 차별 배제와 의료비 지원 등 내용은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심뇌혈관질환 특별법과 중복 문제는 법안심사 과정에 논의가 될 것이며, 여타 법률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논의가 돼야 할 것이다. 이번 경우처럼 기존에 없는 환자 대상 지원을 중심으로 제정법을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기존 심뇌혈관 법률을 차별방지 조항 등을 추가해 개정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