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22 10:19최종 업데이트 23.06.2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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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보는 의사들 연이어 소청과 폐과 선언·'노키즈 학술대회' 연 까닭은?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마지막 남은 사명감까지 박탈 당했다, 회원 20%는 이미 성인진료 중"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최근 연이어 소청과 폐과 선언, 노키즈존 학술대회를 개최해 소청과의 어려운 현실을 알렸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진행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소청과 폐과 선언' 후폭풍은 거셌다. 언론은 연일 소청과 현실과 어려움을 집중 보도했고 대중들은 어렴풋이 알던 기피과의 현실을 눈 앞에 직접 마주하게 됐다. 

더 나아가 소청과의사회는 '노키즈존(No Kids Zone) 학술대회'까지 직접 개최했다. 돈 안 되는 소청과 진료를 접고 피부·미용·성인진료로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학술대회는 700명이 넘는 소청과 전문의들이 참석하며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소청과를 탈출하자는 소청과의사들의 아이러니한 일들이 반복되자, 대통령도 움직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소청과 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급선무"라고 직접 언급했고 정부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소청과 살리기 테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폐과선언에 앞장섰던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을 위원으로 추천했다. 

'폐과'라는 자극적인 단어 때문에 학회 등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위험성을 제대로 각인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성과는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일부 우려 섞인 목소리에 임현택 회장은 "이미 소청과는 폐과된 상황이나 다른 없다"고 반박한다. 특히 보건복지부도, 소아의료현장 전문가들도 오히려 공감의 목소리를 많이 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임 회장은 "지금까지 정부 대책이 더딘 것이 사실이었다. 다만 폐과 선언 이후 6월 초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을 만나 소청과의 어려운 사정을 소명했다"며 "단발적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답변도 들었다. 차관이 직접 사안들을 메모하고 보건의료정책관에게 검토를 지시하라는 성의도 보였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지난 30년 간 소청과 의사들이 참을 만큼 참았다고 고백했다. "쪽잠을 자가며 어렵게 수련을 받아도 10년 전보다 28% 수입이 준다면 누가 소청과를 하겠나"라는 자조 섞인 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소청과 지원율은 15.9%까지 급락했다. 인구의 17%인 소아청소년의 필수 진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3차 수련병원의 전문 인력도 부족해 중환자 진료와 응급진료의 축소 및 위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내년엔 소청과 전공의가 0명인 수련병원이 전국에 6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임현택 회장은 "현직에 있는 소청과 전문의  3338명 중 약 20%에 달하는 667명은 이미 소청과 진료가 아닌 성인 진료를 하고 있다. 왜 소청과를 지원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미래가 없다는 답변이 나온다"며 "소청과에 미래를, 보람을 되돌려주는 것이 우선적인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고질적 저수가에 더해 저출산 기조,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 사건, 코로나19 등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전공의들은 소청과 선택을 기피했다. 

이미 진료 공백도 시작됐다. 전공의가 없다보니 교수들까지 당직에 뛰어들며 구멍을 메꾸고 있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이 소청과 입원진료를 잠정 중단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됐다.

임현택 회장은 "지금까지 소청과에 대한 투자 자체가 전무 하다시피했다. 전 임상과 중에 압도적인 꼴지 수입에다 수입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소청과에 지원하겠느냐"며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늘 사망이나 중대장애 가능성도 높아 면책 특례가 없다면 소청과 지원율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아이가 뇌성마비가 되면 배상액이 10억원에 가깝다. 의사가 평생 벌어도 쉽지 않은 돈"이라며 "그 동안 잠재된 위험이 이대목동 사건을 계기로 터졌다고 본다. 소청과를 전공하고 싶었던 인턴의사들이나 의대생들은 이 사건을 보고 마지막 남아있던 사명감 마저 박탈당했다"고 전했다. 

면책특례와 수가 조정이 임 회장이 생각하는 대안이다. 그는 "지원율을 높이려면 반드시 면책특례가 필요하다. 소송 걸릴 위험 없이 우리도 외국처럼 하루에 20명만 환자를 보고 보호자와 충분한 신뢰 관계 하에 진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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