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법률에 명시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7일, 2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국립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소관 법안 심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간 의료계는 유권해석 법률상 한계 등을 지적하며 정당한 진료 거부권 보장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공존한다.
진료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구체화 추진
김명연 의원은 지난 3월 11일 故임세원 교수 사건 재발 방지책으로 폭행 등 사고가 우려될 경우 최소한의 안전이 확보되기 이전까지 진료를 유보할 수 있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의료법 제15조 제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거부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확실한 법적 구속력이 보장된 정당한 사유를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의료기관 내 폭행 등 사고 우려가 발생할 때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법률에 구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의료계는 입법 취지에 공감하며 정당한 사유를 법률에 직접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외과 개원의는 “의료인 폭행 가중 처벌법이 통과돼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의사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한 진료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의사와 병원 직원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환자는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의 진료권을 존중해야 하지만 의사에게도 사유가 정당하다면 진료거부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개정안에 대한 국회 검토보고서를 통해 “유권해석의 법률상 한계 등으로 인해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을 법률에 직접 명시함으로써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법하게 진료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하려는 개정안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한병원협회는 “개정안은 정당한 진료 거부 사유에 대한 현행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구체화한 것”이라며 “당사자의 사정을 고려한 중립적·합리적 판단 기준으로서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료 거부 일반화 우려” 국회·복지부, ‘신중모드’
국회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진료 거부 일반화로 법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실은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정안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대한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려는 취지에 타당하다”며 “예를 들어 ‘환자가 위력으로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방해하는 경우’를 ‘정당한 사유’로 법률에 명시함으로써 환자의 폭행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의료인의 진료 거부권을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진료 거부가 일반화돼 환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현행법 취지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 또한, 해석상 경직성이 야기돼 탄력적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반대의견도 제기되고 있다”며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통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도 입법 취지에 공감하지만 환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조문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복지부는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법률에 명시하려는 취지에 공감한다. 그러나 현재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진료 거부를 할 수 있으므로 입법 실익은 크지 않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면 환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조문을 보완하고 구체적 사유는 복지부령으로 위임하는 방안 중 하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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