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파이프라인 인수에 혈안이 된 빅파마(Big Pharma)의 움직임으로 제약업계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인수합병(M&A) 및 기술수출 계약이 시시각각 일어나며, 생태계 변화를 부추긴다.
23일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엘러간은 약 1500억달러의 합병안에 합의했다.
화이자가 약 173조원에 보톡스로 유명한 엘러간을 인수한 것이다.
이는 올해 이뤄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일뿐 아니라 두 회사가 합쳐지면 시가총액 3300억달러(약 378조원)가 넘는 세계 최대 제약사가 탄생한다.
화이자에 인수되는 엘러간은 지난해 합병한 제네릭 전문업체 악타비스와 기존 엘러간이 합쳐진 회사다. 화이자는 피부미용 파이프라인이 강한 엘러간과 제네릭이 강한 악타비스의 장점을 모두 가질 수 있게 됐다.
화이자의 사냥행보는 최근 더욱 활발해져, 올해 2월에는 미국의 제네릭 전문업체 호스피라를 170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셀렉티스의 면역항암제(CAR-T 등)를 2억달러(+계약금 800만달러)에, 미국 스파크 테라퓨틱스의 혈우병 치료제(유전자 치료제)를 2.9억달러(+계약금 2천만달러)에 사들인 바 있다.
이 같이 공격적인 화이자의 행보는 신약 파이프라인 고갈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빅파마들의 고민과 동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시장은 이미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며, 갈수록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은 어려워지고 있다.
해결책을 외부에서 찾으면서 유망한 파이프라인이나 자신이 부족한 분야를 가진 제약사를 통째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지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2014년 발생했던 M&A 중 약 90%(294건)가 제약‧바이오업종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언론을 통해 공개된 M&A 및 기술수출 건만해도 25건에 이르며, 올해에는 40여건에 이른다.
바이엘은 MSD의 컨슈머헬스 사업부를 142억 달러에 사들였고, GSK와 노바티스는 각각 항암사업부와 백신사업부를 160억달러, 52.5억달러에 맞교환 했다.
로슈는 미국의 유전자진단업체 파운데이션 메디신을 10억 3천만달러에, 아스트라제네카는 악타비스의 호흡기 부문 제네릭을 6억달러에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한미약품의 사례를 통해 기술수출의 활성화를 볼 수 있는데, 올해 한미약품이 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에 수출한 4건의 기술수출 규모가 7조 5천억원에 달한다.
빅파마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린 분야는 항암제다. 2014년 이후 빅파마가 도입한 파이프라인 중 약 40%가 항암제다.
특히 면역항암제에 대한 수요가 크다.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이용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다.
올해만 하더라도 사노피는 리제네론, 셀진은 주노 테라퓨틱스, 머크는 인트렉손의 면역항암제를 각각 도입했는데 금액이 각각 21.7억 달러, 10억 달러, 9.4억 달러에 이른다.
면역항암제 중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는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CAR-T는 암세포를 항원으로 인식하는 수용체 유전자를 도입해 암세포 파괴능력을 개선한 T세포로, 임상에서 우수한 효능이 밝혀진 바 있다. 노바티스와 주노, 카이트 파마 등이 CAR-T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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