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백혈병환우회는 지난 27일 용인 김미화마을 카페 루캘에서 방송인 김미화의 사회로 제11회 헌혈톡톡(talktalk)콘서트를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헌혈톡톡콘서트는 백혈병·악성림프종·골수형성이상증후군 등의 환자인 수혈자가 헌혈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만든 자리로 '헌혈하는 사람들과 수혈 받는 사람들의 물보다 진한 이야기'라는 주제로 2010년부터 매년 개최됐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가한 가운데 유튜브 '백혈병환우회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미화는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하면서 콘서트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이은영 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은 "코로나19로 헌혈이 줄었고 이로 인해 환자나 환자가족들이 직접 혈소판을 구해야 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이 있다. 거리두기 2단계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러분들에게 헌혈에 동참해 주십사 호소하기 위해 비대면 콘서트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콘서트의 첫 무대는 독일에서 활동하다 귀국해 챔벌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박영희 피아니스트가 열었다. 그는 'Shape of love'라는 곡을 연주하기에 앞서 "이 자리가 이모저모 사랑의 마음으로 함께 해 주시는 분들이 모인 자리라 이 곡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술은 끊어도 헌혈은 못 끊는다"는 안창현 씨가 헌혈자를 대표해 무대에 올랐다. 올해 38세인 그는 20세부터 헌혈을 시작해 백혈병 환자들에게 절실한 혈소판·혈장 헌혈 128회를 포함해 총 300회 헌혈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가 헌혈기부권 제도를 통해 기부한 금액만 126만 원이 넘을 정도다. 안씨는 무대에 올라 직접 개사한 '당신은 헌혈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를 불러 참석자와 유튜브 중계를 시청하고 있던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날 특히 백혈병환우회 수혈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최병량씨가 출연해 직접 쓴 수기 '하얀 벽지 위 빨간 물감'을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50대의 최씨는 급성골수성백혈병 투병 중인 환우로 "헌혈은 허물어져 가는 생명에 혈액을 공급하여 새 생명을 주는 등대"라며 헌혈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2행시로 수기에 담아내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해병대를 제대한 아들 정선민씨가 함께 참석해 어머니의 백혈병 투병을 계기로 두 달마다 헌혈하는 사연을 소개하고 헌혈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피아노를 치며 처진 달팽이의 '말하는 대로'를 편곡해 불렀다.
마지막 공연은 개그 퍼포먼스 그룹 '옹알스'의 무대로 꾸며졌다.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 최진영 씨가 참여한 이날 공연에서 옹알스는 헌혈톡톡콘서트에 참여한 소감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저희는 의사에게도 없는 '엔돌핀'이라는 치료제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좋은 자리에서 웃음 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술, 비트박스, 풍선 묘기 등의 공연을 펼친 옹알스는 이 자리에서 백혈병환우회의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기도 했다. 악성림프종이라는 혈액암 투병 중인 옹알스의 조수원씨는 "헌혈의 힘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 "2년 전 응급실에 갔을 때 16번이나 수혈을 받은 적이 있다. 생명의 씨앗을 나누어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헌혈이라는 작은 씨앗이 환우들에게는 큰 나무로 자라나게 될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은영 사무처장은 "11년 동안 콘서트 진행하면서 울컥하는 마음이 든 것은 처음이다. 혈액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헌혈해 주시는 헌혈자들에 대한 감사와 혈소판 부족 사태를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 때문일 것"이라며 "헌혈에 많이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