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국립중앙의료원(NMC) 마약류 관리 부실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의료원은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마약류 의약품 관리 부실을 인정하고, 관련 사건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 1월 실시한 자체감사에 의구심을 품고 경찰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의약품 관리 부실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지난달 16일 국립중앙의료원 화장실에서 남자 간호사가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는 주사기가 있었고, 남자 간호사 왼팔에 주사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 2일 남자 간호사의 부검 결과를 '골격근이완제(베쿠로늄)에 의한 사망'으로 발표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해당 사건을 16일 새벽 인지했지만, 외부에 알려지기 18일 전까지 해당 사실을 보건복지부에 알리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은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이 복지부 담당 과장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사건으로 번지면서 더욱 크게 이슈가 됐다.
그러나 해당 사망사건 이후 더 큰 문제가 나왔다. SBS를 포함한 다수 언론에서 지난해 12월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한명이 마약류 의약품을 밀반출해 자신의 차량에 싣고 다녔으며, 의료원이 이를 적발하고도 5개월 동안 숨겨오다 복지부 감사에서 발견했다는 내용을 3일 보도한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종복 진료부원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간호사가 마약류를 밀반출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긴급 상황에 따라 안심응급실 리모델링 공사를 같은 해 9월 10일부터 12월 30일까지 진행하면서 해당 간호사의 차량에 잠시 의약품을 보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안심응급실 리모델링 공사를 4개월 간 진행하면서 부득이하게 부서 내 자체회의를 거쳐 A간호사 차량에 공사기간동안 의약품을 잠시 이동·보관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경 당시 의약품을 보관했던 A간호사가 차량처분을 위해 뒤늦게 차량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유통기간이 지난 의약품 3개를 발견했다. A간호사는 이를 3개월 뒤인 12월 18일 상급자(수간호사)에게 자진 신고했다. 이후 3일 뒤 12월 21일 간호부는 행정사무실에서 약제부 직원 입회하에 이를 폐기했다.
이 진료부원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의료원 내에서 올해 1월 9일부터 2월 7일까지 자체감사를 조사했다"며 "오늘 이와 같은 설명은 사실상 A간호사 등을 포함한 직원들 주장에 따른 것으로, 의료원에서도 자체감사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 경찰에 해당 내용을 수사의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A간호사가 발견한 3개의 의약품(페치딘 앰플 2개, 펜타닐 앰플 1개)은 2015년에 보관했던 것이지만, 2년이 지난 지난해에 자진 신고했다.
결국 2년간 마약류 의약품이 도난(?)됐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데, 의료원에서는 인지조차 하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이 진료부원장은 "의약품은 투약 후 당일이나 익일에 관리부서에 반납해야 한다. 특히 마약류 의약품은 '마약류 관리지침'에 따라 반납해야 하나, 반납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A간호사는 뒤늦게 발견한 3개의 의약품이 환자 긴급 상황이나 손·망실 등을 대비해 부서에서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감사에서 진술했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내 간호부는 환자의 긴급상황 등을 우려해 마약류 잉여의약품을 관행처럼 소지했다. A간호사는 당시 차량에 보관했던 모든 의약품은 반납했지만, 해당 잉여의약품은 반납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이를 발견했고, 자진 신고했다.
이 진료부원장은 "자체감사에서 A간호사는 이것이 관행이라고 주장하며, 잉여의약품은 다른 액체(생리식염수) 등으로 대체해서 반납 제출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그러나 간호사들을 관리하는 수간호사는 이를 알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부서직원들을 관리하는 보직자로서 관리감독에 대한 소홀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고임석 기획조정실장은 "사실상 간호부가 관행으로 이렇게 해왔다면, 수간호사가 알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며 "진정으로 몰랐다면, 직무태만에 해당 된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은 해당 사건을 지난 1월 자체감사를 실시해 ▲잔여의약품 반납의무 및 보고의무 미준수 ▲의약품의 관리소홀로 인한 위험노출 ▲의약품의 부서 처리절차 부적정 ▲부서 간호책임자의 관리감독 소홀 ▲의약품 원내 처리절차 부적정 ▲의약품 관리시스템 강화 필요 등을 사유로 징계(1), 경고(1), 부서경고(1), 부서주의(1), 권고(2), 통보(1) 처분을 내렸다.
이 진료부원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원 내에서 자체적인 TF를 구성하기도 했지만, 자체감사에 대한 의심과 철저한 진상조사와 개선책 마련을 위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며 "이번 사건은 안명옥 전 원장 퇴임과 정기현 원장의 취임 사이에 발생했다. 정 원장도 해당 사건을 이번에 알게 됐다. 그리고 심각성을 인지해 과거의 잘못된 부분은 철저히 밝혀내고 반성하겠다는 의지로 경찰 수사를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현 원장은 올해 1월 23일 취임했고, 안명옥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 21일 퇴임했다. 안명옥 전 원장의 퇴임에 따른 공백기간의 원장대행은 조영중 전 진료부원장이 맡았다. 해당 사건과 관련한 감사 진행 등 모든 절차는 조영중 전 진료부원장의 지시로 이뤄졌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립중앙의료원이 지게 될 책임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마약류 의약품은 관리와 취급이 엄격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원은 이를 소홀히 했다. 게다가 의료원은 이번에 발견된 3개의 의약품 외에 분실한 마약류 의약품이 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국립중앙의료원은 어떤 의약품들이 A간호사 차량에 실렸는지, 얼마동안 이를 가지고 있었는지 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마약류 의약품을 약제부와 함께 자체폐기한 점 등도 문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국립중앙의료원은 해당 사건을 보건복지부에 지난달 27일 보고했으며, 국회에는 기자회견 하루 전인 3일에 보고했다. 결국 해당 사건 발생과 자체감사 등 일정 모두를 복지부에 보고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쉬쉬하려고 했던 정황이 사실상 밝혀진 것이다.
이 진료부원장은 "해당 사건은 정 원장이 지난달 사망한 간호사 사건과 관련해 의약품 관리 전반에 대한 프로세스 점검과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비상대책반 및 마약류 등 의약품 특별관리 TFT'를 구성 운영하던 중 발견한 것"이라며 "숨긴 것이 아니고 이후 복지부에 공유했고, 추가적으로 자체조사보다는 경찰수사가 맞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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