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故 임세원 회원 의사자 지정 불승인에 대한 입장 발표
"고인의 숭고한 뜻이 의사자 지정 통해 기억되고 함께 지속적으로 추모할 수 있기를 소망"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26일 故 임세원 회원 의사자 지정 불승인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보건복지부 의사상자심의위원회가 고 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지정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나왔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동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 고인의 숭고한 뜻이 의사자 지정을 통해 기억되고 함께 지속적으로 추모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자신을 희생하고 동료를 살린 임세원 교수는 반드시 의사자로 지정돼야 한다. 우리는 의사들에게 어떻게 살라고 이야기해야 하는가?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는 상황이 생기면 동료를 무시하고 본인의 생명만을 우선 챙기라고 해야 하나? 승객을 버려두고 혼자서만 탈출하는 침몰선의 선장처럼 자신만 탈출하라고 해야 할까? 희생을 인정받기 위해, 의사로서 칼을 든 피의자와 목숨을 건 몸싸움을 해야만 희생과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2018년 12월31일 한해의 마지막 날 가방에 칼을 숨긴 피의자가 예고 없이 병원을 찾아왔다. 유가족이 제공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피의자는 병원, 기업, 국가가 자신의 뇌에 소형폭탄 칩을 심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고 이와 관련된 여러 사람을 해치겠다는 표현을 했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1월2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임 교수가 진료실 문 앞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하고 본인은 반대편으로 도피했다"며 "가다가 간호사가 피했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서서 간호사를 바라봤고 피의자가 다가오자 다시 도피를 시작했다.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고 설명했다고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이어 "임세원 교수의 죽음을 무릅쓴 숭고한 희생에 감동한 수많은 국민, 동료 의료인, 언론인, 국회의원 등이 여러 언론 매체와 인터넷 매체에서 고인의 의사자 지정을 촉구했다"고 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고 임세원 교수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분들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며 '이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다짐하며 환자분들과 힘겨운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한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임 교수는 자신의 진료를 '전력투구'에 비유할 정도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졌다. 임 교수의 책임감은 그의 마지막 진료까지 이어졌다"라고 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한 해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예약 없이 불쑥 찾아온 환자를 돌려보내지 않고 의사로서 책임을 다했다. 학회가 유가족을 통해 받은 법원 자료 등에 따르면 오후 5시39분에 피의자가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불과 3분 만에 임세원 교수가 간호사에게 신호를 보냈다. 1분 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임 교수가 옆방으로 이동했고 이때 외래간호사가 진료실 문을 열자 임 교수가 '도망가'라고 소리치며 외래간호사의 반대 방향으로 뛰어나간다. 바로 뒤따라 나온 피의자는 좌측의 외래간호사에게 칼을 휘둘렀고 불과 50센티정도의 차이로 칼을 피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때 임 교수는 간호사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며 발길을 멈추었고 간호사스테이션을 향해 "빨리 피해! 112에 신고해"라고 소리친다. 이 외침에 피의자는 임 교수 쪽으로 방향을 돌려 추격하기 시작하고 이후 참혹한 비극이 벌어졌다. 불과 10초 후 보안요원이 도착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의사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구조행위는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를 말한다"고 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피의자에게 흉기로 위협받는 밀폐된 방은 이미 진료 현장이라 부를 수 없는 범죄 현장이다. 임세원 교수는 흉기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생명보다 간호사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임세원 교수는 방을 나오면서 간호사가 있는 쪽으로 피하지 않고 반대편으로 피했고 본인의 안전을 우선 생각해 계속 뛰지 않고 멈추어 뒤를 돌아보아 위험에 처한 간호사의 안전을 확인했고 멈추어 다른 간호사에게 '빨리 피해! 112에 신고해'라고 소리를 질렀다"라고 말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 소리는 피의자가 간호사를 해치는 행동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 다시 임 교수를 쫓게 한 신호가 됐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려는 달음질을 멈춰 뒤를 돌아보고 동료에게 대피하고 구조를 요청하라고 소리친 행동이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신속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의사상자심의위원회는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받는 순간 타인의 안전을 지키려 한 이 찰나의 행동이 생사를 갈랐다. 보안요원의 출동 시간을 고려할 때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피했다면 적어도 본인은 안전했을 것이지만 다른 사람이 희생당했을 수 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위기상황에 있었던 동료 간호사는 의사자 신청을 위한 진술서에서 "만약 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피하셨더라면 이런 끔찍한 상황을 모면하셨을텐데, 본인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주변 동료를 살피시다 사고를 당하셨으므로 의사자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저뿐만 아니라 당시 사건 현장에서 도움을 받았던 다른 동료 직원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고 임세원 교수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감과 그에 따른 의로운 행동은 많은 동료 의료인, 예비 의료인, 국민들의 마음에 슬픔을 넘어 희망과 신뢰의 메시지를 남겼다. 또한 임 교수를 잃고 누구보다 큰 고통을 겪고 있던 유가족들은 경찰을 통해 임 교수의 숭고한 희생을 알게 된 후 참혹하고 비통한 상황에서도 환자에 대한 고인의 사랑을 이어받아 '안전한 진료환경'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메시지로 고인의 유지로 밝히고 조의금으로 들어온 1억 원을 기부하는 등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셨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고 임세원 교수의 발인 날 고인의 어머님께서는 '우리 세원이, 바르게 살아줘서 고마워'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셨다. 다시 한번 CCTV에 녹화된 희생 영상을 봐야 했던 우리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한편 누구보다 이 영상을 보기 힘들었을 유족들이 어떤 마음인지 감히 가늠할 수 있었다. 의사자 인정 여부가 사회적 논란이 될까 유족도 염려하신 줄 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지막 찰나의 순간까지 바르게 살기 위해 애쓴 고인을 우리가 의사자로 기억하고 오래오래 추모할 수 있기를, 그 희생이 각박한 우리 사회에 등불이 될 수 있기를, 이를 통해 유가족분들의 고통과 아픔을 사회가 위로할 소중한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원하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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