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2.22 10:58최종 업데이트 21.02.2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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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도 인정한 금고 이상의 형 면허취소 차이...변호사는 직무와 관련 있지만 의사는 관련 없어

[칼럼] 조승국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승국 공보이사가 '의료인 면허 취소 및 처벌 강화 법안의 문제점' 주제로 SNS에 올린 글을 칼럼 형태로 게재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규제와 법은 다면적인 측면을 수없이 고민해보고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논의되는 '의료인 면허 취소 및 처벌 강화 법안'은 지나치게 그 대상을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어 의료인의 사회적 역할에 상응하는 엄격한 면허관리의 취지와는 달리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통사고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운전 중에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망하게 하면 고의적이지 않고(즉, 과실에 의한 것이고) 합의가 되면 보통 금고 1년 내외, 집행유예 2년 내외를 선고 받습니다. 수정 법안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사고를 일으킨 의료인이 과실임이 인정되고 유족과 원만하게 합의하더라도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 정도를 선고받으면 집행유예 2년이 지난 후 다시 2년, 그러니까 4년간 면허취소입니다. 

또한 직종에 관계없이 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며 감정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공공의 이익'이란 명분하의 기본권 제한은 의료인이 아닌 모든 이들의 기본권 제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개정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평등원칙의 위반, 과잉금지원칙의 위반,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및 적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의료인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경우 10년 동안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등 법률에서 강력한 제재 규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직무 관련 규정을 준수하게 함으로써 적정한 직무수행이나 자격 행사에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담보하는 것으로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습니다. 기존 의료와 관련된 영역은 입법 목적 실현과의 관련성을 고려해 해당 자격이나 영업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범죄로 그 결격사유를 한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흔히 언급되는 변호사 등의 타 직역은 직무 범위가 다르며 이에 대한 언급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참고하면 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2016년, 2019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범죄의 종류를 제한하지 않고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2년간 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한 변호사법 조항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했습니다

당시 청구인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변호사와 의사를 차별한다'고 주장했으며,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9. 10. 29. 2008헌마432 및 헌재 2016. 6. 30. 2015헌마916 결정의 결정요지에서 '의사 등과 달리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해서 직무의 공공성이 강조되고 그 독점적 지위가 법률사무 전반에 미치므로'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보면 '의사, 약사, 관세사는 그 직무 범위가 전문 영역으로 제한되고 법령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도 그 직무 영역과 관련된 범위로 제한돼 있다. 반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며 그 독점적 지위가 법률사무 전반에 미친다. 이에 따라 변호사법은 법률사무의 전문성, 공정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변호사의 품위유지, 공익활동, 독직행위금지 등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변호사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변호사 직무의 이런 성격과 범위 등을 감안해 입법자가 의료법, 약사법, 관세사법과 달리 변호사의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의 종류를 직무 관련 범죄로 제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차별 취급이 합리성과 형평에 반하는 자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강력범죄자에 대한 대응이라는 복지부 등의 입장과도 맞지 않고, 변호사와 의사의 전문직업성의 차이를 인정한 헌법재판소 결정과도 맞지 않습니다. 

또한 이러한 개정안이 취지와는 다르게 이용될 경우 의료인들은 불합리한 의료제도에도 저항할 수 없는 처지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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