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4.26 13:41최종 업데이트 23.04.26 22:33

제보

정부 수탁검사 고시에 환자단체도 우려 왜?…"대형병원만 생존, 환자 접근성 떨어져"

접근성 좋은 1차 의료기관에서 혈액검사 못 받게 될 수도…"혈액검사 하러 수일 대기할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혈액 등 검체를 수탁 검사업체에 위탁할 경우 의료기관이 받는 진단검사료에서 의료기관과 수탁업체의 분배 비율을 1:9로 정하는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놓고 내과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개원가와 중소병원은 그간 시장경제에 따라 6:4, 7:3으로 비율을 정해왔던 만큼 해당 고시가 시행될 경우 사실상 내과가 망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일선 내과의사들은 23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에도 참석해 생즉사의 각오로 복지부의 고시를 철회해야 한다고 시위를 벌인 가운데[관련기사:내과의사들 수탁검사 시행령 분노 '폭발'…"수탁악법 철회하라, 의협은 책임져라"] 환자단체가 해당 고시에 반대 목소리를 내 그 배경에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개원가, 중소병원에 '타격' 생존 위협까지…스스로 검체검사 가능한 대형병원만 생존할 것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회장은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고시가 통과될 경우 궁극적으로 환자에게도 피해가 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성주 회장은 "애초에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됐던 가격을 왜 정부가 나서서 개입하고 통제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의사들은 10%의 검체검사위탁관리료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하고, 의료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처음부터 가격을 잘못 책정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내과계에 따르면 기존의 진단검사료에는 주사기 등 재료비는 물론 의사의 검체 채취, 검체 관리, 결과 판독 및 설명, 진료에 대한 책임 및 부작용 관리료가 포함돼 있고 수탁업체의 배송비와 결과 도출 비용까지 모두 합쳐져 있다.

내과계는 의료기관과 수탁업체가 시장 원리에 따라 일정 비율로 수탁 수수료를 정해 배분해 왔는데 이 비율을 정부가 10%로 고정하게 되면 검체 검사 과정의 의료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혈액검사 등 검체 검사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원의들은 해당 고시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될 것이고, 중소병원들도 내과가 검체검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돼 아예 혈액 검사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말마저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상급 병원들은 애초에 규모가 커서 스스로 검체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만약 해당 고시가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개원가와 중소병원이다. 결국 이 고시는 대형병원의 배만 불리는 내용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도 1차 의료기관이 무너지면서 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으로 쏠리고 있다. 이번 정책도 결국 개원의, 중소병원 등 1차 의료기관의 수익 구조를 다 악화시켜서 결국 대형병원만 남아 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 간단한 혈액검사를 위해 대형병원을 찾게 되는 구조가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대형병원에서만 검체검사 하게 되면…환자 쏠림 심화, 환자 피해로 이어져

문제는 이렇게 대형병원만 생존하는 구조가 결코 환자에게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접근성이 좋은 1차 의료기관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간편하게 혈액검사를 할 수 있었다. 혈액검사를 통해 예측하지 못했던 많은 병을 발견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 대형병원에서만 혈액검사를 받을 수 있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도 대학병원에서 CT, X-ray를 찍으려면 예약은 기본이고 몇 주, 몇 개월 대기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 환자들은 CT, X-ray를 찍기 위해 일부러 응급실에 입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응급실로 가도 수 시간 대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도 의료전달체계가 완전히 왜곡 돼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이 심각한 상황에서 혈액검사 마저 대형병원에서만 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환자들의 피해가 크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1차 의료기관이 사라지게 되면 더 심한 기형적인 대형병원 쏠림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환자 입장에서도 해당 고시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