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4.25 09:41최종 업데이트 25.04.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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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위한 유지 비용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명예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캐나다 의사들은 의사 활동을 위해 다양한 기관에 회비를 납부한다. 의사면허 소지를 위한 면허기구, 전문의 자격 표기를 위한 캐나다전문의학회, 이익단체인 주 단위 의사회와 캐나다 연방의 의사회(Canadian Medical Association), 그리고 전문 과목별 의사회에 각각 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물론 의사회라는 이익단체와 전문과목별 의사단체의 가입과 회비 납부는 의무 사항이 아닌 본인의 선택이다.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각종 회비를 보면 우선 주 단위 면허기구에 매년 납부하는 의료 활동에 대한 비용, 즉 면허등록비가 있고 의료배상기구 의무가입으로 인한 배상조합비, 그리고 명함의 이름 뒤에 표기하는 캐나다 전문의 표기인 FRCSC, FRCPC를 사용하고 전공의 교육을 위한 회비가 의무로 납부해야 하는 항목들이다.
 
캐나다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부유한 주로 꼽히는 온타리오주 의사회(Ontario Medical Association)의 연간 회비는 캐나다 달러로 1614달러이고 캐나다연방의사회 회비는 196불이다. 캐나다 전문의단체의 회원임을 표기하기 위한 비용은 캐나다의학회(Royal 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에 납부하는데 연간 1,020불, 그리고 온타리오주 면허기구(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of Ontario)에 연간 1750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다른 주의 면허등록비는 온타리오주와 약 100달러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의사 회비 연간 1000만 원 상회
 
캐나다 의료배상조합(Canadian Medical Protective Association)은 주마다 납부액의 편차를 보이는데 온타리오주는 연간 평균 7000달러, 브리티시 콜럼비아(British Columbia), 알버타(Alberta) 주는 5000달러가 넘는다. 나머지 주는 1420달러 정도를 유지한다. 온타리오주에서 의사 활동을 하려면 의사단체에 지불하는 금액이 연간 평균 1000만 원을 훨씬 상회한다. 아마도 전문학회, 세부 전문학회 회비까지 고려한다면 월 100만 원 이상이 각종 의사 관련 단체의 회비로 지출해야 한다.
 
실제로 온타리오 오타와 의과대학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례에서 보면 최근 연간 약 1만 5000달러 이상을 각종 회비로 지출했다고 한다. 캐나다가 아닌 미국학회 가입도 가능한데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추가적인 회비가 필요하다.
 
수련 중인 의사도 배상조합 가입은 의무인데, 그 대신 납부액은 적다. 2024년 캐나다의 인턴, 전공의, 세부 전공의는 연간 2904달러를 납부하고 대개는 배상소송에 적용되는 예가 적어 2604달러를 환급받아 실제 납부액은 300달러 정도이다. 학생 임상실습에도 300달러 정도의 비용 부담은 비슷하게 적용된다. 전공의가 아르바이트(moonlighting)로 추가 수입을 올리면 이에 해당하는 추가 조합비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배상액이 소요될 정도의 분쟁이 없으면 약 85%의 납부 금액을 되돌려 준다.
 
캐나다 배상공제조합 과목별 의료사고 건수에 따라 부담 비용 차등
 
캐나다 배상공제조합을 위한 납부액은 전문의 과목에 따라 모두 다르다. 이비인후과는 연간 1만 6000달러 이상이고 응급의학과는 1만 1000달러를 넘기고 있다. 가장 많은 조합비를 납부해야 하는 과목은 산과로 연간 5만 8000달러를 넘는다. 그러나 환급을 받는 경우 실제 납부액은 7000달러가 조금 넘는다. 배상액 지급이 없었던 의사, 즉 의료사고가 없는 의사는 보건부에서 85%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급해 주고 있다.

즉 의료사고나 분쟁을 일으키지 않은 의사는 일종의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다. 비영리기관인 캐나다의료배상공제조합(CMPA)는 캐나다 전체 의료분쟁의 건수에 따라 매년 납부액이 달라진다. 건수가 많으면 증가된 회비를, 그리고 사건이 감소하면 그만큼 감소한 회비를 납부한다. 가입 의사의 의료 활동에 대한 조합의 배상 기간은 40년이다.

캐나다의 의사 수입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비교적 정확한 자료를 제공한다. 보건의료 통계를 위한 단체도 비정부, 비영리, 독립된 단체로 운영한다. 캐나다 보건부가 기금을 출연했더라도 캐나다의료정보원(Canadian Institute for Health Information)은 철저한 독립성, 투명성을 보장하는 민주적인 기구로서 의사의 수입도 전문과목별, 지역별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캐나다 의사의 연평균 수입은 약 4억원 정도인데 여기에서 세금과 경비를 제한 실질 순소득은 약 1억 5000만원에서 2억원 사이로 추정된다.
 
캐나다 의사의 소득을 보고 전문직업성 유지를 위한 각종 비정부 전문직 단체에 대한 납부액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의사에 비하여 월등한 소득을 올리는 것도 아니다. 길드 시대 이후 발전한 서구 전문직의 사회적 위치 확보, 그리고 정부와 전문직의 관계 설정, 전문직 유지를 위한 각종 중개기구의 발달이 현재의 우리나라 보다 훨씬 투명한 의료 전문가단체의 정책을 정립시켰다. 의사단체에 대한 국민의 이미지도 우리보다 훨씬 좋다.
 
전문가단체의 위상 제고 위해 선진국 사례 타산지석 삼아야
 
대한의사협회는 의사의 이익을 위한 조합도 아니요, 그렇다고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법정단체도 아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설립에 대한 법정 지위를 갖고 있으나 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회원이 전체 30% 이상 차지한다. 미납 회원은 3년마다 실시하는 면허 재등록이나 연수 평점 관리에 대한 비용을 납부하지 않는다. 의사협회의 업무를 단순히 이익단체의 성격으로 간주하는 몰이해 속에서 회비를 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납 회원은 회비를 납부한 다른 회원의 돈으로 ‘무임승차(free riding)’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라면 최소 의협의 공적 업무에 대한 비용 분담은 면허를 사용하는 회원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다.
 
대한의사협회는 넉넉지 못한 예산에도 대한의사협회 회관을 신축할 수 있는 역량도 보여주었다.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의사회 건물은 동네의 중견 교회의 규모 정도로 보인다. 이런 규모는 아마도 우리나라 의사 단체들의 현재 모습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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