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AI가 약물을 설계하고, 로봇이 실험하는 자율주행 실험실의 등장으로 신약개발 속도가 최대 600배 빨라질 전망이다."
토론토대학교가 주도하는 신약·신소재 개발 협력체 'Acceleration Consortium'의 브랜던 서덜랜드(Brandon Sutherland) 연구책임자는 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바이오코리아 2025에서 '자율주행 실험실을 통한 발견 가속화(Accelerating Discovery with Self-Driving Labs)'를 발표하며, 자율주행 실험실(Self-Driving Lab, SDL)을 중심으로 신약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을 설명했다.
이날 서덜랜드 연구책임자는 SDL을 활용하면 신약개발 속도는 최대 600배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SDL은 AI와 로봇이 결합해 신약개발 실험의 설계, 수행, 분석을 모두 자동으로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AI는 수많은 후보 물질 중 가장 가능성 있는 조합을 예측하는 등 실험을 설계하고, 로봇은 분자 합성·분석·정제 등 실험을 수행한다. 이때 AI는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학습한다. 즉 실험이 계속될수록 실험의 속도와 정확도는 높아진다.
서덜랜드 연구책임자는 "SDL은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실험의 속도와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혁신적인 도구"라며 "이는 중단 없이 작동하며, 기존의 고처리량(high-throughput) 분석 방식 대비 10배에서 최대 600배 빠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랜던 서덜랜드(Brandon Sutherland) 연구책임자 발표 자료 중.
서덜랜드 연구책임자는 SDL이 하나의 독립 실험실이 아닌, 전 세계 SDL을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케스트레이션은 여러 개의 컴퓨터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을 조율·관리하는 것으로, SDL에서는 분산된 자율주행 실험실을 하나의 플랫폼처럼 작동하게 조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캐나다의 SDL이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면, 한국의 SDL이 합성을 진행하고, 미국의 SDL이 독성 평가를 수행하는 식의 글로벌 실험 분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하면 전임상 시험에 필요한 데이터 패키지를 병렬적으로 생성하고, 임상 진입까지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하나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즉시 다른 실험실에서 후속 연구가 자동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부연했다.
글로벌 간 SDL 네트워크 구축은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실시간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오케스트레이터'라 불리는 소프트웨어로, 이는 실험 순서와 역할을 분배하고, 실시간 데이터를 통해 각 실험실의 실험을 조율한다.
연구자의 역할 변화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은 사람이 더 유연하고 비용도 덜 든다"며 "하지만 반복적이고 체계화된 실험은 로봇과 AI가 훨씬 잘할 수 있다. 사람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SDL은 반복 실험을 자동화하는 식의 협업 구조가 미래의 연구 방향"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SDL은 단순히 빠른 실험이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 연구 방식 자체를 바꾸는 플랫폼"이라며 "앞으로는 사람과 AI가 각자의 강점을 살려 협력하는 형태로 신약개발의 속도와 성공률을 동시에 높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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